2017년 7월 16일
지난 번 씬디 프레젠트 때 뵌 이후로 나무님 공연을 두 번째 보는 것, 그게 마침 단독공연이어서 기뻤다.
그리고 히든 게스트이자 스페셜인 분이 있다고 해서 공연 시작 전까지- 아니 나오시기 전까지 너무 궁금했네ㅎㅎ
선착순 입장이었고 입장시작은 5시반, 공연 시작은 6시.
지난번 벨로주 와봤을 때 너무 뒷자리로 가면 앉은키 작은 난 잘 안보일 것 같길래 오늘 앞자리에 앉으려고 일찌감치 갔다. 5시 조금 지날때쯤 도착하니까 다행히 앞에 네 분정도 서 계시던. 5시반에 미리 예약했던 이름 확인받고 도장받고 입장. 둘째줄 중간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6시 되니까 나무님 등장하시고 인사해주시고 첫 곡을 시작했는데 난 처음 듣는 곡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비'라는 곡인 것 같다.
희원님과 성혁님은 첫 곡 끝난 후에 등장하셨는데 둘째줄이라 앞사람들에 가려서 겨우 찍어 이모양..ㅜㅜ흑
일단, 오늘 불러주신 곡들만 다 써보자면...(아마 내 기록이 맞겠지)
비 -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 배부른 꿈 - 갔다 온다 - 튀김우동 -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 - 마부의 노래 - 노래가 필요할 때 - 어릴 때 - 솔직한 사람 - 거짓말은 없어요 - 화분 - 나의 노래 - 나는 몰랐네 - 죽음은 무죄 - (앵콜)너를 찾아서
무려 16곡!!! 진짜 많은 곡들 불러주셔서 너무너무 행복했던ㅜㅜ 이렇게 많이 들었는데도 끝날 때 아쉬웠지만...
오늘 영상을 많이 찍었다. 라이브 공연장에서 찍은 영상으로 듣는 것과 음원은 또 다르기 때문에. 음원엔 아무래도 어느 부분에서 힘이 더 실리는지 같은 미세한 차이나 직접 전달되는 느낌이 덜하다. 마음같아선 다 찍고 싶었지만 폰배터리와 용량이 적어서 반 정도 찍어온 것 같다.
지금까지는 게스트가 먼저 오프닝을 하는 공연만 가봐서 오늘도 게스트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중간에 나온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무님이 첫 곡 부른 후에 대기실 보며 나오라고 말하시길래 '게스트인가?' 생각했는데 희원님과 성혁님 부르신 거였고ㅎㅎ '사높흐' 이 노래부터 함께 하셨다:)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사높흐' 끝나고 나서 왜 공연제목이 '새로운 날'인지 얘기해주셨다. 사실 이 공연은 더 일찍 계획되었던 건데 나무님이 손을 다치게 되면서 한동안 치료받느라 오늘로 연기된 거.(랏밴뮤에서 그 과정을 들었는데 무섭기도 하고 맘아팠던ㅜㅜ) 어쨌든 손 다치기 전에 한동안~ 곡들을 못쓰는 기간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다시 곡들이 써지기 시작했고 한다. 그래서 그 때 '새로운 날'이라는 걸 떠올리고 공연도 계획하셨던 건데,, 새로운 날이 되려다가 손을 다치시며 이렇게 연기되어버린 거였던ㅜ 어쨌든 이렇게 다시 공연하시는 나무님 모습을 보게 되어 정말정말 다행이다. 오늘 내가 올 수 있었던 것도.
아직 음원으로 나와있지는 않은 '갔다 온다'. 씬디 프레젠트에서 이 노래의 배경설명 들은 후로 왠지 더 친숙해진 곡ㅎㅎ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땐 아직 1절까지만 완성되었다며 반만 불러주셨던 것 같은데 오늘은 풀로 들을 수 있었다!
나무님 노래... 오늘도 들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어쩌면 저렇게 또렷한 발음으로 부르면서도 부드러우면서도 힘을 가졌지. 정확한 발음에다가 목소리에 힘이 실려있어서 가사가 귀에서 마음까지 쏙쏙 와닿는데, 또 음색이 따뜻해서 편안하다. 가사들은 밝고 환하기보단 쓸쓸하고 밤 새벽 같은 느낌인데도 '시린 느낌'이 아니라 '따뜻한 느낌'인 이유인 것 같다. 나무님 노래 들으면 '슬픔으로 슬픔을' 위로받는 느낌인데, 그런 일이 생각보다 흔치 않다. 슬픔이 지나치고 무겁게 전달되면 더 슬픔속에 침잠하게 될 뿐이니까. 이를테면 감정을 막 기교로 실어서 진하게 울부짖는 식의 노래들, 난 안듣게 되던. 나무님의 '진한 감정' 표현은 부르는 기교가 아니라 '정확하고 힘있는 발음'으로 전달되어 좋다.
그리고 오늘 나무님의 자랑포인트! 부채ㅎㅎㅎ 쫙 펼쳐서 보여주시면서 안그래도 부채 사야지 싶었는데 선물받으셨다며!심지어 희원님의 어머니께서 손수 나무님의 곡 '아무것도 몰랐군' 가사를 적어서 만들어주신 거라고 한다. 우아- 진짜 기분좋게 자랑하실 만했다! 편지만 받아도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글씨 한자한자 썼을 것에 맘 뭉클해지기도 하는데, 부채에 가사를 한자 한자 쓰셔서 선물하셨다니! 나무님 즐거우신 거 보니 왜 내가 같이 뿌듯해지던지 아무것도 안했는데ㅋㅋ
다음 곡은 '튀김우동' 이었고 쉬우니까 같이 부르자고 하셨다. 근데 원래 나무님 공연장은 늘 그런 분위기인건진 모르겠지만ㅋㅋㅋ 오늘 너무 정숙한... 맘속으론 크게 따라 부르고 싶었는데 다들 속삭이듯이 혼자 따라하는 분위기라ㅋㅋ 떼창이 울리진 않았던 것 같다. 막 곡들 사이 시간에도 나무님이 계속 여러분 숨쉬셔도 된다고 떠들어도 된다고ㅋㅋ 통화도 하라고 그러시고ㅋㅋㅋㅋㅋ 벨로주 공연장 분위기 탓인가 정말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ㅋㅋ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성혁님이 얹어주는 기타와 목소리도 너무 좋다 희원님 비올라도 마찬가지고. 세 분 너무 잘어울려.
이 곡 끝나고 공연 에피소드 하나 얘기해주셨는데ㅎㅎ 예상치못하게 어르신들은 맨끝에 계시고 앞에 잔뜩 초등학교 3-4학년쯤 되보이는 아이들이 관객이었던...ㅋ 평소엔 내공연 잘하고 내려오면 되지 생각하고 관객생각은 별로 해본적이 없으셨는데 그날은 그게 안통하는 날이었다고. 열살 남짓되는 애들 앞에서 '어두운 밤을 보았지' '밤하늘로' 막 이런 거 부르긴 그러니까ㅎㅎ 그날 후로 관객석이 좀 새롭게 보인다고 하시던ㅎ 정말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다..ㅋㅋ 내가 거기있는 꼬맹이었다면 끝까지 남아있는 정예멤버였을텐데ㅋㅋ
근데 또 오늘따라 관객석쪽을 잘 못쳐다보겠다고 하셨다. 왜일까.. 혹시 여기 공연장 탓인가?ㅋㅋ 전에 단선원들이 여기서 공연할 때에도 단편선님이 유난히 말씀을 버벅대시고 막 못쳐다보고 그러셨는데ㅋㅋㅋ
어쩄든. 이어진 다음 곡은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
이 곡 처음 시작하는 가사 제일 좋아한다.
그대가 본 것은 막다른 길이지만
나 움직이지 못한 것도 잠깐일 수 있어요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
그리고 3집 준비중인 얘기를 하셨는데- 만들어온 곡들은 좀 있지만 아무래도 "3" 집이라는 게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고, 뭔가 색다르게 만들고 싶어서 3집 자체가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3집까지 내고 나면 앞으로 좀더 공연 맘편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아아아 너무 막 기다려지지만... 기다릴 수 있다 충분히!ㅋㅋ
'마부의 노래' 할 때엔 관객들 함께 박수치며 박자 맞췄는데~ 박자 안빨라지게 되게 신경쓰면서 쳤는데 결국 점점 빨라져갔는지 나무님 노래하시면서 중간에 얼핏얼핏 웃으시고...ㅋㅋㅋ 이게 관객 박수랑 연주랑 안맞으면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어야하는데 각자 갈길 가는ㅋㅋㅋㅋ 근데 이 노래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 난 빨라지는 줄도 못느끼고 마냥 행복하게 들었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빨리 쳤나?!
그리고 내가 나무님 노래에 처음 입덕하게 되었던 곡인 '노래가 필요할 때'!!! ㅜㅜ 흑흑 오늘 해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가사대로 그런 때 노래가 필요할 때 이 노래 듣곤 한다.
집에 와서도 이 영상 몇번을 더 반복하며 들었다. 노래가 필요할 때. 그런 날들에 먼저 생각난다.
여기까지 하고 드디어 히든 스페셜!! 게스트가 등장하셨는데- 나무님이 앞서 힌트주실 때 대학생일 때 노래 많이 들었고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그리고 지금이 이 분의 시즌이라고 하셨는데... 이 때까진 잘 몰랐다. 등장하실 때에도 사실 얼굴 보고는 몰랐다. '생각의 여름' 이라고 소개해주실 때 "아!!!!" 했다. 실제 공연은 본 적 없지만 SNS상에서 많이 접했던 분이었어서- 궁금했던 분인데 여기서 이렇게 공연을 보게 되다니!!! 반가워라, 심지어 첫 곡으로 나무님의 '너를 찾아서' 커버를 해주시던!!
나무님은 고음이라서 한옥타브 아예 낮췄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한옥타브 저음으로 듣는 것도 좋고 새로웠다. '너를 찾아서' 원래 좋아하는 곡이라 다른 뮤지션이 커버하는 것도 색다르고:) 그리고 나무님이 대학생 때 본인 노래 들었다고 하니 오해할 수 있는데 나이 안많고 나무님과 또래 나이시라며ㅎㅎ(그렇게 보였어요!)
나무님 공연에 함께 하게 되어 좋고 그래서 나무 관련된 곡 세 개 준비해오셨다고! 일일이 곡 설명도 해주셨다.
첫 곡 '활엽수'는 침엽수가 활엽수에게 하는 말, 두 번째 곡 '두 나무' 이건 한 나무가 떨어져있는 다른 나무에게 하는 말, 세 번째 곡 'From a tree perspective'는 나무가 인간에게 하는 얘기ㅎㅎ 진짜 이렇게 나무시리즈가 연이어 나와서 다들 즐겁고 신기해했다ㅎ 나무님도 나중에 내가 나문데 여름님이 나무노래를 더 많이 가지셨다며ㅋㅋㅋ
확실히 본인곡을 하실 때 목소리가 더 예쁘게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차분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 너무너무 좋으시던. 가사도 잘 들리고 좋고- 전에 권나무님 좋아하던 분들이 생각의 여름님도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나무시리즈 세 곡 후에 '안녕' '너는 내가' 라는 두 곡을 더 들려주셨다. 나무님 고음도 되시고 노래 잘하신다고 부럽다고 하셨는데- 생각의여름 님 역시 본인이 만드시는 음악과 어울리고 좋은 음색을 가지셨던:) 진짜 히든 스페셜 게스트 맞았다:D
생각의 여름님이라고 쓰니까 웃긴데 본명은 박종현님!ㅎ 나무님이 지금이 이분의 시즌이라고 한 것도 '여름'이어서였구나- 를 깨닫게 되고ㅋ 다시 2부 하러 나오신 나무님이 자랑하고픈 인맥이고 팬이라며- 감사인사도 전하셨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공연. '어릴 때' (역시 너무너무 좋아하는,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곡)
그리고 '솔직한 사람'까지 부른 후에, 여름님께서 했던 마지막 노래 듣고 이 노래가 하고 싶어지셨다며 There is no lie? 라고 하셔서 팝송을 부르시려고 하나? 생각했는데 본인곡 영어로 말씀하신 거였다ㅋㅋㅋㅋ '거짓말은 없어요'라는 곡. 이 곡도 오늘 처음 들어보는 거였는데 가사가 쏙쏙 박혔다. '나를 찾는 시간엔 거짓말은 없어요' '너를 찾는 시간엔 거짓말은 없어요'
그리고 어느 새 공연은 막바지에 다다르고ㅜㅜ '화분'과 '나의 노래'를 이어 들려주셨다.
'화분'은 씬디프레젠트 다녀온 후로 내게 권나무베스트 곡이 되었기에, 열심히 들었다- 속으로 가사 읊조리면서. 영상을 못찍긴 했지만 들을 때 너무 집중하느라... 지난번 후로 한층 더 이해하며 듣게 된 노래. 그리고 '나의 노래' 들을 땐 마지막에 점점 더 힘이 실리며 터지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멋있으시던, 강하게 터지는 목소리. 이런 부분이 음원으로 들을 땐, 이렇게 직접 귀에 닿는 소리로 듣는 것만큼 목소리의 힘 전달을 못받는다. 라이브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목소리의 미세한 차이로도 감격은 배가 되는. 마지막에 '나의 노래여~!' 하실 때 진짜.... 너무너무 좋았다ㅜㅜ 진짜 목소리가 마음까지 직접 닿는 느낌이고 먹먹해지던.
다음으로 들려주신 '나는 몰랐네' 라는 곡도 너무 좋았다. 나무님도 좋아하는 곡이시라는-!
처음에 가사가 '여기 많은 사람이 모여 있네요 저마다 예쁜 옷들을 입고' 인데 관객쪽 가리켜주시는 팬서비스를ㅎㅎㅎ
되게 뻔하지만 다들 되게 좋아했고(나포함이다)ㅋㅋㅋㅋ 그렇게 웃고 있는데 다음 가사가 또 마음에 닿고.
'여기 많은 일들이 모여 있네요 예쁜 옷들로는 알 수가 없는 사람들'
그리고 너무 시간이 빨리 흘렀는데 정말 마지막이었다. 10월쯤 새 노래를 들려줄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하시고. 조금 시간이 남았다며 앞에서 여름님이 커버해주셨던 '너를 찾아서'는 앵콜곡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마지막 곡으로 '죽음은 무죄'를 들려주셨다. 조금 진지한 노래인데- 물론 지금이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는 가사.
이 곡 찍는데에 용량이 다 차버려서 끝에는 잘려버렸다ㅜㅜ 그래서 '너를 찾아서' 까지 찍어가고 싶었는데 못찍었고...
'너를 찾아서'도 '나의 노래' 처럼 뒤에 강하게 부르는 부분이 있다 '복잡한 복잡한~' 하다가 '아무것도 남지않은 버려진 집들로-!' 이 부분 목소리 강하게 터져나오면서 공간에 울리는데 순간 울컥했다. 뭔가 좀 같이 외치고픈 마음이었다고 해야하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뭔가를.
공연 다 끝나니 8시가 좀 넘어갔던 것 같다. 정말 많은 곡들을 들었는데도 끝나는 게 너무 아쉽고 계속 듣고 싶었지만... 모두들 내일 출근이고ㅋㅋ 나는 쑥스러움에 선물만 얼른 드리고 나왔다. 으윽ㅜㅜ쑥스러워,,, 그래도 지난번엔 아예 앞에 서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팬분들과 사진찍는 거 구경만 하다가 나왔는데ㅋㅋㅋㅋ
지금 이 후기도 계속 나무님 노래 돌려들으며 쓰고 있다. 다음 공연은 언제쯤 하실까, 곧 바빠져서 못갈 확률이 높은데.
내가 갈 수 있는 날 다음 공연이 잡히셨으면 좋겠다. 진짜 오늘. 너무너무 좋았다. 이렇게 많은 곡들을 들을 수 있을지 몰랐어ㅜㅜ 단공은 꼭꼭 챙겨야겠구나 싶었고- 음악 해주셔서 감사하다. 바쁜 생활 속에서 랏밴뮤도 해주시고 공연도 꾸준히 해주시는 것도. 한동안 오늘 찍어온 영상들 몇번이고 반복해서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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