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결성되었다고 나오는 밴드 폰부스를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신나게 뒷북을 치고 있다.
제대로 뒷북이지만, 뭐 좋은 건 뒷북쳐도 좋은거고 그게 재조명이니까.
폰부스가 좋은 건 '1,2,3,4,5,6,7', '재클린'처럼 막 신나게 놀아볼 수 있는 곡들, 'MAI 2016'이나 '파도에 꽃들'처럼 중요한 메세지를 담은 곡들, 그리고 '바람이 분다', '피지 말아요'처럼 비유적이고 서정적인 가사의 곡들까지 누릴 게 다양하다는 거.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노래들은 다 폰부스 스타일. 딱 들으면 폰부스! 그래서 너무 좋고 멋진 것.
요즘 폰부스 모든 노래들을 돌려 들어보고 있는데 그 중에 숨바꼭질, 바람이 분다, 바코드, 춤추는 여자 -
이렇게를 멜로디도 좋지만 특히나 가사가 너무 좋아서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다.
가사 좋은 곡이 대부분이라 이 4개만 꼽기에 다른 곡들에 미안해지지만 다 쓸 수는 없고... 아악 붉은책도 너무 좋은데.
MAI 2016 신곡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상황에, 나온지 1년도 더 된 노래들로 오늘도 뒷북을.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 많기 때문에 작사가의 의도와 다를 수 있지만, 내 생각이 디스는 아니니까 된 걸로.
그런데 동영상은 youtube에 공개된 아무거나 그냥 옮겨와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이런데 허술해서... 안되면 말고...)
# 숨바꼭질 - 2015.05.12 발매된 앨범 '장난' 에 수록되어 있는 곡.
불치의 문을 열고 어서 들어와
여기 나의 마지막 포즈를 찍어줘
다신 깨지 않게
더는 넘길 날짜가 없는 달력과
알약처럼 뜬 달을 매일 삼키며
홀로 잠이 들고 (쌓여가는)
달과 함께 (식어버린)
바람들을 (다독였지)
오랜 먼지와 기침은 범인이 아니야
그저 고독이 조금 깊었을 뿐이야
*난 사라질 거야 떨어지는 꽃잎처럼
뜨거워진 너희가 그리워하는 그늘일거야
여린 마음들은 흔들리게 놓아두고
다시는 숨지 않는 바람일거야*
가로등에 기대어 숫자를 세는
굵은 머리카락을 숨기는 아이들
나를 찾아주오 (나 어릴 적)
어머니가 (좋아하던)
하얀 치마를 (입었다오)
한없이 깊어져버린 눈꺼풀이지만
난 아직 보고 싶은 꽃이 있다고
** 반복
숨바꼭질은 '놀이' 이어야 하는 놀이다. 특히 잘 숨는 것보다도 잘 찾아주는 것이 더 중요한 놀이.
어릴 때 숨바꼭질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른들은 코앞에 있는 아이도 못 찾는 척하면서 놀아주곤 한다.
재미있는 건 계속 못찾는 척하면 아이가 그걸 즐거워 하다가도 결국 먼저 소리지르고 자기 여기있다며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찾아냈다고 우는 아이도 여태 본 적이 없다. 그건 숨바꼭질은 '숨는' 놀이가 아니라 '찾아 달라는' 놀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누군가 '자기를 찾아줄 거라는 믿음' 이 있기에 숨을 수가 있다. 숨은 자신을 누구도 끝내 찾아내주지 않는, 너무 완벽하게 숨어버린 숨바꼭질은 놀이가 아니라 비극으로 끝날 테니까.
우리는 그렇게 숨바꼭질을 즐거워하며 커서 어른이 되지만, 사실 여전히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숨겨진 어른들도 이 세상에 많은지 모른다. 다만 이것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들을 찾아주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에 의해 '숨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뿐이다. 이렇게 술래도 모르는 채 시작된 세상 속 어른들의 숨바꼭질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아이 때처럼 누군가 찾아주리라는 믿음은 그냥 흘러만가는 시간 속에서 점점 사라질수밖에 없다.
나의 마지막 포즈를 찍어줘, 다신 깨지 않게, 더는 넘길 날짜가 없는 달력, 알약처럼 뜬 달을 매일 삼키며 - 이런 말들에서 결국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그는 얘기한다. 범인은 오랜 먼지와 기침이 아니라고. 고독이 조금 깊었을 뿐이라고. 이 죽음을 더 슬프게 만드는 건, 그렇게 죽음을 택하게 되기까지 자신을 보아주지 않은 사람들과 이 세상에 서럽고 화가 날만도 한데 오히려 자신도 세상도 다독거리듯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꽃잎처럼 사라지겠다는 말부터 그렇다. 꽃잎이 떨어지는 건 누구 탓도 할 이유없는 자연의 모습이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홀로 아프고 잠이 드는 매일을 보내다가 고독으로 죽음을 맞으려고 하지만, 자신을 그저 떨어지는 꽃잎처럼 생각한다. 누구라도 탓해보려는 분노가 없어보인다. 심지어 뜨거운 너희가 그리워할 그늘, 그리고 다시는 숨지 않는 바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죽음을 선택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무엇이 되려하는 마음, 그리고 죽음 앞에서조차 찾아주는 이 없이 홀로 자신을 토닥이며 자기 위로를 해보는 듯한 모습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나를 찾아주오, 한없이 깊어져버린 눈꺼풀이지만 난 아직 보고 싶은 꽃이 있다고- 그들은 아마 죽음의 바로 직전까지도 찾아줄 누군가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슬프지만, 기대했다가 질릴만큼 배신을 당해도 또 믿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는 게 사람의 애정이다. 술래가 없는 이 고독한 숨바꼭질을 끝내는 법은 결국 자신이 아예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는 것뿐이었겠지만. 그들은 어릴 때 어머니와 하던 숨바꼭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죽음이 끝을 맺어야하는 이 숨바꼭질 안에서 더욱 서글픈 것은,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조차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건 사람들에 대한 분노보다는 기대와 그리움이 더 컸을 거라는 사실이다. 만약 몇 년만에라도 누군가 찾아주었다면, 그들은 지친 얼굴로도 아이처럼 웃어보이지 않았을까. 비로소 자신을 찾아내주었다는 안도의 웃음과 그리웠던만큼의 반가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했느냐고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 작사하신 멤버 박한님의 숨바꼭질 가사에 대한 인터뷰를 찾았다.
고독사에 대한 곡이다. 자본화된 사회에서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 죽음. 죽음의 잉여분 같은 것. 혼자서 외로이 쓸쓸히 죽어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이 곡 후렴 가사를 쓸 때 무지 고생했다. 힘 있는 외침이 나오다보니까 캐릭터의 입장과 노랫말을 어떻게 맞출까 혼돈이 오더라고. 결국에는 자신의 죽음을 긍정하는 식으로 가사를 갈무리했다.“뜨거워진 너희가 그리워하는 그늘일 거야”라는 대목을 보자. 고독사하는 노인들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 밑에 깔린 채 살다 아무도 모르게 저곳으로 간다. 그들의 삶의 좌표가 정확히 ‘그늘’ 같아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적었다.
interview '폰부스: 쾌락에서 성찰로, 자아로부터 세상으로' by 이경준
# 바코드 - 2014.04.25 발매된 앨범 'wonder' 에 수록되어 있는 곡.
나는 빈 병 안에서 타는 꽁초처럼 앉아서
무언가로 늘 바쁘고 무언가로 늘 정신없는 생활 속은 때때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조차 끼어들 틈이 없다. 아니, 사람들은 일부러 그런 생각들을 밀어내며 사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은 생각없이, 정신이 없는 상태로여야 버틸만한 삶을 멈춰 세우고 자꾸 묻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정말 행복하냐고, 네가 원하는 삶이냐고. 사실 살아가면서 몇 번씩이라도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지며 돌아보는 일은 필요한데, 주위를 둘러보면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달리고만 있는 것 같다. 그저 당연한듯이 작정이라도 한듯이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인다. 다들 쉴 줄을 모르니까 심지어 '멍 때리기 대회' 라는 것까지 열리는 세상이다. 언제부턴가 '열심히' '미친듯이' 사는 것의 반대말은 '즐겁게''여유있게'가 되어도 좋을텐데 '한심하게''게으르게' 로 보는 것 같은 세상이 되었는지 모른다. 멈춰 섰다가는 이 세상에서 혼자 떠밀려나가버릴 것 같은 불안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며 살고 있다면 다행인데, 그저 열심히이기만 해야하는 삶도 많을 것이다. 이 곡은 정말 비유적인 표현들에 감탄이 나오는 가사다. 폰부스 가사는 표현 각각에서 비유적인 의미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가사에 쓰인 단어 이미지들이 또 모여서 하나의 큰 이미지를 형성하는 매력이 있다. 하얗게 마른 달, 바닥에 붙은 껌, 떨어진 단추, 검게 내리는 비, 헛기침처럼 깜빡이는 방... 달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바람이 무엇도 바라지 않지만 모두들 미친듯이 열심히 살고 있는 현실에 어울리는 배경을 형성해준다. 이 곡이 OST라면 여기에 어울리는 영화장면처럼. 바코드를 찍는 모습은 굉장히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눈이 충혈되면서까지 바코드를 찾아서 계속 같은 동작으로 찍어내고 제품은 하나하나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계산대에 입력된다. 우리들의 모습은, 그렇게 기계적으로 바코드를 찍어대는 편의점 아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찍어대는 바코드 붙은 제품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코드를 단 채 진열되어있다가 누군가의 선택으로 가치가 매겨지기 위해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느낌. 그 제품들에게 서로를 위해 울어줄 시간은 없다. 각자 따로 담긴 채 살아남기 위해 바쁠뿐이다. 다같이 한 번씩 마음껏 쏟아져도 좋을텐데. 더 삭막한 건 그렇게 서로 울어주지도 못하고 미친듯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존재조차 또다른 사람이라는 것 아닐까. # 춤추는 여자 - 2014.04.25 발매된 앨범 'wonder' 에 수록되어 있는 곡. 새로 생긴 가게 앞에서 여자들이 춤을 춘다 '춤추는 여자'는 왠지 곡 제목만 들었을 땐 남자를 유혹하거나 아름답게 춤을 추는 여자를 이야기하는 곡일 거라는 상상을 당당하게 시원하게 깨버려서 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이 곡에서 춤추는 여자들은 새로 생긴 가게 앞 소란한 풍선과 함께 일하는 여자들이다. 아무리 추운 날씨여도 다리가 드러나는 짧고 얇은 옷을 입고 말아올려진 눈썹으로, 무언가를 버텨내는 듯이 춤을 추는 여자들. 얇은 유리처럼 몸을 떨면서 아직 오지 않은 바람만 기다린다. 내가 이 곡에서 너무 사랑하는 것은, 작사한 사람의 시선이다. 어느 길거리든 새로운 가게는 생기고 춤추는 여자들이 있다. 그 여자들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같은 사람처럼이 아니라 그녀들 옆에 있는 풍선처럼 많이도 지나쳐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심히 춤추고 있는 이들에게도 한때 선명한 꿈이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녀들은 울음으로 눈썹을 기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 곡은 '춤을 춘다'는 표현에 새로운 시선을 담아 낯설게까지 만들어버린다. 춤은 누군가에겐 즐겁고 기쁘게만 추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삶을 버티는 방법중에 하나일뿐이기도 하다는 것을. 사실 무심히 춤추는 그녀들에게는 무심한 시선이 차라리 고마운지도 모른다. 울음은 눈썹 안에 감춰두고 웃는 표정으로 춤을 추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영혼없는 풍선처럼 지나쳐지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심한시선으로 지나쳐주는 것과 진짜로 무심해지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배려이지만 후자는 정말 사랑의 반대말인 무관심일뿐이니까. 이들의 춤이 아름답지 않아보일지는 몰라도, 꿈이 좌절된 세상에서도 열심히 살아보려는 이들의 모습까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춤추는 여자들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어느 곳에나 그런 사람들은 있다. 누구나 자신의 꿈대로 살아갈 수 있을만큼 이 세상이 원래 친절하지가 않다. 그 친절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서로를 알아줄 수 있는 것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서로이어야 한다. # 바람이 분다 - 2014.04.25 발매된 앨범 'wonder' 에 수록되어 있는 곡.
바람이 분다 작은 꽃잎들이 흔들린다 살아가며 멈췄다 싶으면 또 다시 불어오는 바람 앞에 지친 사람들에게, 담담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곡.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어난다고 이야기하는 도종환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작은 바람에도 놀라지 않는 꽃, 하얀 달빛에도 녹슬지 않는 잎, 넘어지지않는 새를 품은 가로수들. 바람 앞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을 빌려서 예쁘게 표현해주어서, 마치 우리도 세상의 그 아름다운 일부로 느껴지게 하는 편안함이 오는 것 같다. 막차처럼 덜컹이고, 좁고 어두운 골목이 있는 세상이지만 그 안에서 자연처럼 흔들리기만 하자고. 바람은 늘 어디서든 불어오는 것이다. 우리에게 그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흔들릴 줄을 알아야한다. 그게 바람이 불어오는대로 다 받아들이고 자기 스스로를 무력하게 여기며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그 바람의 존재를 인정하며 살자는 말이다. 꽃잎들이 흔들리듯이 때론 바람에 맞추어 흔들리는 때도 필요하고 작은 바람에 놀랄 필요는 없다는 걸. 어차피 존재하는 바람을 너무 힘겹게 여기며 살아가면 결국 더 힘들어지는 것도 자신일테니까. 그 바람 앞에서 향기를 피우는 방법은,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이 마냥 연약해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아름답기도 하다는 걸 우리 스스로 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티같이 뻐끔거리는데
하얗게 마른 달이
바닥에 붙은 껌처럼
이 밤은 도대체 떼어지질 않아
편의점에 일하는 안경을 쓴 아이는
충혈된 눈으로 바코드를 찍는데
선명하던 별들이 한껏 팔려나가고
떨어진 단추로 나는 무엇을 잠그고 있나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살아
달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아
검게 내리는 비가 부푼 하늘에 포장되고
절망은 도대체 끝나질 않아
신발장에 벗어놓은
구두 안에서 축축해진
발이 가시처럼 야위어있어
새벽에도 헛기침처럼 깜빡이는 방
창문엔 나방이 떠나질 않는데
유리벽에 우리는 들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따로 담겨 울어주지도 못하잖아
모두들 그렇게 미친 듯 살아
바람은 무엇도 바라지 않아
유리벽에 우리는 들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따로 담겨 울어주지도 못하잖아
모두들 그렇게 미친 듯 살아
가시로 비늘대신 헤엄치네
소란한 풍선과
말아 올려진 눈썹처럼 선명할 때가 있었다
팽창한 꿈들이
오래된 술집 창문에서 얇은 유리가 몸을 떨고
아직 오지 않은 바람만 기다리네
나도 춤을 출 수 있나요 헝클어진 거리 위에서
그런데 자세히 보면은 그녀는 울음으로 눈썹을 기르고 있네
무심히 춤추는 여자는 간판 빛이 짙어지고 화장을 고친다
밤은 점점 두꺼워지고 가누지 못하는 처지에
빈 잔은 대책없이 이리 얌전한데
그녀는 아직 춤을 추네요 헝클어진 거리 위에서
무엇인가를 버텨내는 듯 화장을 고치고서 다시 춤을 추고 있네
나도 춤을 출 수 있나요 헝클어진 거리 위에서
그런데 자세히 보면은 그녀는 울음으로 눈썹을 기르고 있네
우리는 출구를 모르니 뒷걸음질 치면서 계속 춤을 출 수 밖에
긴 가로등 하나가 아직도 꺼지지 않는다
잠들지 못하는 거리 위에
작은 내 꿈은 왜 사이에서만 피는지
흔들리기만 하자 작은 바람에도 놀라지 않는 꽃처럼
어떤 먼지도 묻지 않는 향기를 피우자
바람이 분다 발이 막차처럼 덜컹인다
어두워진 골목은 어깨에 맨 끈처럼 좁다
불 꺼진 숨들이 잦아들고
깊어진 창으로 하나 둘 별이 박히면
흔들리기만 하자 하얀 달빛에도 녹슬지 않는 잎으로
넘어지지 않는 새를 품은 가로수들처럼
내 손을 살며시 놓고 빠져나간
허물어져 버린 희망들의 그늘을 쓰다듬네
흔들리기만 하자 작은 바람에도 놀라지 않는 꽃처럼
어떤 먼지도 묻지 않는 향기를 피우자
흔들리기만 하자 하얀 달빛에도 녹슬지 않는 잎으로
넘어지지 않는 새를 품은 가로수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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