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0일
이틀 전에 황인찬 시인 낭독회를 갔었는데, 유희경 시인 낭독회도 오게 된 것.
나의 충동적인 즐거움 추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위트 앤 시니컬 본점인 신촌점은 처음 와볼 기회이기도 했다.
합정점이 더 거리 가까워서 계속 합정점에만 갔었으니까.
본점인 신촌점은 합정점보다 더 넓었고, 역시 함께인 프렌테. 음반이나 여러 소품들 팬시류까지 판매하는.
탐나는 것들이 많아서 한참을 구경했다
그리고 시집 전문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 (어떤 시인이 추천하는 어떤 시집- 이런 메모들이 합정점보다 많았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까페 파스텔에도 합정점보다 메뉴가 다양했다. 먹을 종류부터 커피, 차, 맥주 종류까지.
황인찬 시인 낭독회 때처럼, 티켓은 시집 한 권과 음료 한 잔을 포함하고 있었다. 음료는 IPA를 선택하고, 오늘 낭독회 주인공인 유희경시인의 '오늘 아침 단어' 시집은 있어서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을 선택해 받았다. 열 때마다 매진이라는 낭독회, 이번 역시 매진된 것이고 넓은 공간인데도 사람들이 채워진 모습을 보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황인찬 시인 낭독회 때보다 남자분들도 더 많이 계신 것 같았다.
이건 낭독회 셋팅 전의 모습
낭독회 셋팅 후의 모습. 시인이 앉아서 읽을 자리를 가운데에 만들고, 저 우측에 보이는 우편함 같은 것은 시인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을 써서 넣는 통이다. 질문 적을 종이는 티켓 확인 때 나눠주신다. 원래 평소 낭독회 땐 주인공인 시인 말고 사회자 자리를 따로 만들어놓는데, 오늘은 원래 사회 봐주실 예정이었던 오은 시인님이 다른 사회를 보러 가셔서 사회자가 없다는ㅋㅋㅋ 나중에 유희경시인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며 복수하겠다고ㅋㅋㅋㅋ(사실 사회자 없어도 자연스러웠다)
낭독회 시작 전에는 '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좋아하는 선곡ㅎㅎ)
시작 전에 오늘 낭독할 시 프린트할 종이를 정리 중이신 유희경시인
낭독회 시작은 8시였고, 못온 사람들을 조금 기다리다가 8시 5분쯤부터 진행과정 설명을 간단히 해주셨다. 소개를, 원래 위트 앤 시니컬 주인인 유희왕인데 "오늘은" 시인 유희경이라고ㅎㅎ 그리곤 좋아하는 숫자 9에 맞춰 시작하겠다고 3분만 더 기다려서, 8시 9분에 시작하기로ㅎㅎ 그동안 이응민대표님께서 선곡하셨다는 곡이 흘러나왔다. 화면에 선곡도 떴는데 Yunarthur. part 2 - the MAN 이었다. 오프닝 음악 듣기 좋았는데(시 읽고 있기에도 딱), 꽤 길었고, 중간에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좀 방해하기도ㅋㅋㅋㅋ(개 짖는 소리와 사람 목소리가 이 음악에 배경으로 들어있는 것인가 생각도 잠시 했던....)
이 곡이 끝나고 낭독이 시작됐다. 먼저 <나의 아침 단어> 시집에 실려있는 시들이었다. 합정점 낭독회 때는 스크린이 없어서 대부분 사람들이 고개숙여 책을 보며 들었는데, 여기선 스크린에 시를 띄워주셔서 앞을 바라보며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낭독해주신 시들은 '당신의 자리' '금요일' '내일,내일' '면목동' . 다 내가 좋아하는 시들! 거기에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는 당신보다 아름답다' 가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근데 시인들은 목소리도 왜 저음으로 시처럼 멋질까, 연습하시는 걸까. 면목동까지 읽으신 후 선곡으론 Stay - Savina & Drones 가 이어졌다.
이건 쉬는시간에 질문 써진 메모지들 읽어보시는 모습.
2부에선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에 실려있는 시들을 낭독해주셨다. '느릅나무가 있는 골목' '나무로 자라는 방법' '조용한 凶' '꽃밭' '겨울은 겨울로 온다' '비밀' '魅惑에 이르는 시간''마흔두 개의 초록' 이렇게 낭독 후 라디오헤드의 'daydreaming'을 들었다. 바로 3부로 이어질 줄 알았는데 그 전에 질문들에 답해주셨다. 가능한 다 읽어보시겠다며 빠르게 하나하나 답변해주셔서 못받아적은 것들도 있다. 후기 겸 다 적어보려고 했지만... 질의응답 시간 후엔 최근 발표한 시들을 읽어주셨다. '겹겹, 겹겹의' '탈상' '합정동' 그리고 나무로 자라는 방법 시집에 실려있는 '불면'. 이 중에선 합정동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목련꽃이 피었다는 반복 속에서 뭔가 생 앞의 무력감과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꽃이 피었다는, 계절이 와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냥 인생이어서 끄덕끄덕 하며 들었던. 시가 흘러가는대로 감정이 자연스레 따라가는 느낌.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면,(다 담지 못했지만)
지금 떠오르는 단어 세 가지? 위트앤시니컬 운영하면서 다른 시인들 낭독회 지켜보며 대견한 눈빛으로 '잘하고 있군' 했었는데 한편으론 부러웠던 것 같다. 제 낭독회는 오랜만이고, 이렇게 제 시를 읽으며 자기 감정 유추해내는 과정 속에서 시인이 된 착각이 들게 하고 좋다. 그래서 시인, 행복, 그리고... 최고(이 때 다들 웃음ㅋㅋ) 시 잘 안써지실 때 어떻게 하시는지, 징크스 같은 것? 징크스를 잘 안만든다. 시를 써지게 하는 7할이 마감이고ㅋㅋㅋ 3할이 심리적 절박함이다 시를 마음으로 쓰시는지 머리로 쓰시는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그 '머리로 쓴다'는 말엔 사상가적 의미가 담긴거고(그게 감정없이, 라는 의미는 아니란 뜻이셨던 것 같다) 저는 그런 머리가 없어서 마음으로 쓴다 이번 시집에선 계절이 많이 느껴진다? <오늘 아침 단어>는 아침에 일어나 생각나는 단어로 모인 글들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나무를 둘러싼 일련의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다 본인 시가 멋있다고 생각할 때, 솔직하게?ㅋㅋ 없어요ㅋㅋ 지난 시집과 이번 시집 간 변화는? <오늘 아침 단어> 쓰고 나선 난 왜 이렇게 시를 쉽게 쓸까 싶었는데 어머닌 읽어보시더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시더라. 이번 시집은 '마흔두 개의 초록' 에서 마종기 시인에게, 에 대한 각주를 덧붙인 것처럼 각주를 다는 방식을 택했다. 더 쉬워졌으리라 생각한다. 이것도 어려우면 저를 버려라ㅋㅋㅋ 짜장면과 짬뽕 중 뭘 더 좋아하시는지? 짜장면은 먹으면 졸리고 짬뽕은 속이 아프다 근데 자학하는 의미로 먹고ㅋㅋ 사실 고기를 좋아해서 제일 좋아하는 건 탕수육. 시를 쓸 때 어디서 제일 영감을 얻으시는지? 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얻는다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엔 분노도 포함된다 시의 두 가지 틀이 있다면 감정과 사실(픽션처럼 쓰든)인 것 같다 나무 언제부터 좋아하셨는지, 구름도 좋아하시는지? 아름다운 걸 좋아해서. 나무시인, 구름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아끼는 시집 중 구름시집이 있는데 아 정말 아끼는 시집인데 까먹고 안들여놨네요 시 읽어도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는데, 시인의 얘기 못알아들어도 되나요? 쓰고도 저도 잘 모른다 근데 알 수 없는데도, 좋으면 그게 당신 시다 평론가들도 설명이 잘 안돼서 데카르트니 프로이트니 데려와 말하는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안되는 건 버리면 된다
이름 때문에 여자로 오해받으신 적 얼마나? 삼만번쯤 된다ㅋㅋㅋ 정말 많다 저 딱 유희경처럼 생겼는데ㅋㅋ 가족이나 상처받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음 근데 이 시집은 아프다 너무 아플 수 있겠다 언제나 우릴 즐겁게 해주는 오은시인의 '유에서 유' 어떨까 시인님은, 그리고 시인님의 시는 위트 앤 시니컬 중 어느 쪽이신지? 시니컬인 것 같다 왜냐하면 저는 농담을 못한다 제 시도 시니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오신 분들은 위트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위트 앤 시니컬이 된다(ㅎㅎ) 시를 가벼워지기 위해 쓰시는지, 덜 가벼워지기 위해 쓰시는지? 시를 쓰고 나면 기분이 좋은데 쓴 것들이 다 묶이고 나면 기분이 안좋더라 시를 쓰는 일은 절 더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 시는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에 실려있는 '매혹에 이르는 시간'. 어떤 분의 질문에 짝사랑 할 때 쓰신 거냐고 하니까 네ㅋㅋ 하셨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쓰시기도 하냐는 질문에, 이 공간에 있으면 너무 좋은 것도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어서라고. 이응민대표님은 여기 찾는 손님들을 위해 선곡하고 있겠지만 듣는 자신이 너무 좋다고, 오늘 첫 곡도 너무 좋고.
철렁하실 때? 서점 오신 분들이 엄청 친한 척 하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을 때ㅋㅋㅋ 오늘 저녁 단어? 시인 유희경. 저는 여러분입니다ㅋㅋ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하셨다. 계속 해온 이야기인데 시인은 시를 쓸 때만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쓸 때 그런 어떤 성스러운 순간이 있다, 나는 시인이다 이런 자뻑해서 쓰게 되는 게 있고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는 유희경시인 아니고 유희왕이라고ㅋㅋ 그리곤 매일 위트앤시니컬 SNS 삼만번쯤은 검색하신다는ㅋㅋㅋ 위로받으려고 본다고 하셨다 다행히 욕하는 사람들 거의 없고 좋은 이야기들 해주시는 것에 위로받는다고.그리고 이형준시인을 기억해달라는 말씀도 하시고. 이 낭독회 자리에도 오신 것 같았는데, 위트 앤 시니컬에서 시를 써나가고 시인이 되는 사람들 많아지길 바라신다며. 그리고 유희경시인님은 올 겨울에 새 시집, 가을엔 에세이를 낼 예정이라는!
이렇게 다 써놓으니까 저 많은 내용을 기록해놓겠다는 나의 의지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ㅋㅋ 못 오셨을 분들과, 궁금하실 분들과, 또 내가 이 날에 대해 기억하기 위해, 좋았던 시간만큼 많이 기록해놓고 싶었다. 다 끝나니까 거의 9시반이었고 싸인회가 이어졌다. 처음 오신 분들은 좋으셨다면 전도도 많이 해달라고 하시고ㅎㅎ 다음 달에도 계속 낭독회가 있을 예정인데 정호승 시인도 예정되어 있다는!!!! 우와. 그리고 5시간정도 선곡만 하셨다는(ㅋㅋ) 이응민대표님께 감사인사를 전하셨다. 1시간 반, 시를 읽고, 듣고, 채워지는 음악 속에서 충분했던 낭독회. 앞으로도 낭독회가 계속 되고, 매진되고, 그 힘으로 또 쭉쭉 사랑받으며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다. 혼자 와도 편하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와도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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