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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다방 '안예은'

2017년 3월 3일

 

 

 제비다방에서의 안예은 공연. 제비다방을 좋아하지만 상수역으로 오려면 지하철 노선을 갈아타야해서 한동안 안오게 되었었는데, 오랜만에 오게 되었다. k팝스타 보면서 자작곡 스타일과 마성의 목소리에 열심히 응원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공연장에 온다니!! 제비다방 지하가 좁은 공간인만큼 가까이, 그 공간 안에서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대되고. 금요일이지만 밤 9시 공연이라 퇴근하자마자 달려가면 앉아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도착하니까 6시반쯤, 즉 공연이 2시간 반은 남아있는 시간이었는데 이미 1층이고 지하고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겠다는 예상은 했지만 나름 나도 일찍 온거라 생각했는데 놀랐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뒷계단에 앉거나 서서 봐야했을 뻔. 내 바로 뒤로도 금방 사람들이 꽉 차게 앉아버려서 1층 올라가서 술 사거나 화장실 다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러온 걸 보면 안예은님 뿌듯하겠다 싶어서 좋기도 하고.

 무대 중간엔 흰 피아노가 준비되어 있었고 안예은님은 공연시작 10분전쯤 등장. 엄청난 사람들이 와있는 것에 놀라면서 겨우 뚫고 무대까지 들어오고, 피아노에 앉아서도 계속 놀라하셨다ㅋㅋㅋ 사실 오늘 사람들 별로 안올 줄 알고 자기 친구들까지 다 부르고 그냥 공연시간 맞춰와도 될거라고 해놨는데, 친구들 아예 들어올 자리 없어서 지금 양꼬치 먹으러 갔다며 미안하다고ㅋㅋㅋㅋㅋ

 공연 시작 전까지 6분 남았네요 어 4분 남았네요 하며 이 말 저 말 대잔치. 원래 공연 중에 하려던 말까지 다하고 있다며 시간 채우기용 멘트들 하는데 귀엽기도 하고. 분위기가 팬미팅인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어떤 팬분이 '안예은은 음악의 신이다!!' 외치니깐 네 감사합니다, 하시더니 아수라는 최고의 폭력영화라는 말로 맞받아치시고ㅋㅋ 무슨 얘기할까 하더니 어제 영화 로건 보고 왔는데 아직까지 슬프다고 영화 얘기도 좀 하고, 저녁 먹었냐고도 물어보고. 사실 대부분 못먹은 사람들이었을 게, 일단 일찍 와서 기다린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다 꽉 차서 다시 나가기도 힘들었으니 대충 사이드 메뉴 시켜서 먹는 게 거의 최선이었다. 나도 조그만 과자봉지 하나 사서 와인, 맥주랑 먹은 게 전부. 사람들이 못먹었다고 얘기하니깐 자기도 평소에 귀찮음이 더 심해서 사실 밥 잘 안챙겨먹는데 그러다 부정맥도 오고 했으니 꼭 챙겨먹으라고 얘기하시고.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결국 4분 남았을 때 그냥 하겠다며 공연 시작했다ㅎㅎ

 

 오늘 셋리는 어쩌다보니 - 달그림자 - Elope - 굿바이투로맨스(cover) - 밀리언달러맨(cover) - 하얀 원피스 - 경우의 수 - 배반의 장미(cover) - 스토커(스티커..) - 역적 ost (제목이 사립문인가..?) 살짝 - 홍연 - 겨울왕국 메들리(앵콜)

 

 영상으로 찍은, 타이틀곡 '어쩌다보니'

 

 1시간이 좀 넘는 시간동안 12곡 라이브를 듣다니, 정말 이런 귀호강이 없다.

 3년전쯤엔 라디오키친이라는 공연장에서 이런 분위기로 공연했었는데 거의 4-6명밖에 없었다고, 감회 새롭고 느낌 이상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자기가 공연하다보면 말이 많아져서 친구들한테 할 얘기까지 다 하느라 준비한 곡 다 못하고 시간 끝날 때도 많았다는 그 당시에 대해 들려주고. 아무리 뮤지션이 실력이 좋더라도 매체를 통해 대중적으로 노출되고 알려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점점 긴장 풀리긴 할 텐데 놀라기도 하고 그래서 긴장된다고도 했는데 사실 노래하고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 보면 떨리는건지 전혀 모르겠던. TV보다 실제로 들으니 그 마성의 목소리가 훨씬 더 매력있고 좋고, 노래도 잘 하고. 물론 가사 실수 한 몇 곡은 있었지만 사실 여기 온 대부분은 나처럼 그 목소리의 라이브에 빠져들러 온 걸거라고 생각함:)

  케이팝스타에서 나오지 못한 이야기나 자기 곡들 뒷이야기도 해주셨다. '어쩌다보니'를 타이틀곡으로 정할 땐 '경우의 수'와 고민했는데 자기의 평범한 친구들(?ㅋㅋ)의 투표로 결정했다던가. '경우의 수'는 케이팝스타 할 때 당시에 미완성곡이었는데 최대한 안예은창법보단 더 담담하게 부를 수 있는 곡으로 하자는 유희열님의 의견으로 선곡하게 되고 나서 완성했고 그 제목은 안예은님 어머님께서 지어주신 거라는! 그 얘기 방송에서 꼭 해달라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셔서(소녀소녀 하시다는ㅎㅎ) 방송에서 자긴 분명 얘기했는데 나가진 않았다고 함ㅋㅋㅋ

 이건 '경우의 수' 영상. 폰으로 찍은 화질 음질이 라이브를 따라가지 못해서 아쉽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나자신이 뿌듯하기도 하고...ㅎㅎ

 

오늘 준비해오신 커버곡 세 곡도 다 너무 좋았다.

 굿바이 투 로맨스는, 중1때인가 자우림 입덕할 때였는데 그게 자우림 5.5집이었고 당시엔 이겐 리메이크 앨범인줄 모르고 굿바이 투 로맨스가 자우림 원곡인 줄 알았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자우림 원곡인 줄 알고 있었는데...(ㅋㅋ) 아니었구나. 어쨌든 원래 좋아하는 노랜데 안예은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았다. 잘 어울려.

 그리고 'million dollar man'이란 곡은 라디오키친에서 공연하던 때 셋리에 넣던 곡이라며, 덕후인 입장에서 한스러운건 입덕 전까지의 공연을 못본 거 아니겠냐는 생각으로 넣으셨다는ㅋㅋㅋ 이런 덕후에 대한 이해심 너무 좋은 것ㅋㅋㅋ 개인적으론 이 곡을 처음 들어봤는데 안예은님이 이 라나델레이라는 뮤지션을 엄청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길 좋아하면 분명 취향이 맞을 거라고 앨범 전체 다 들어보라고 추천해주시고. 자신이 이 노래가 맞다고 느낀 게, 버스킹 했을 때 여고생들이 너무 멋있다며 좋아했어서라는데 진짜 잘 어울리고 듣기 좋았다. 원곡 안들어봤어도 안예은버전으론 확실히 좋은. 

 배반의 장미는, 의외의 선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나쁜 남자와 연애했던 경험이 많아서 엄청 감정이입 잘해서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ㅋㅋㅋ 최근 예린이 공연에서도 갑작스레 요청받아서 불렀는데 당시엔 연습 많이 못했던 상태라고 그걸 만회도 해보겠다고 하셨다. 여기까지 듣고나니 그냥 안예은은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뭘 불러도 좋은 느낌. 다 잘 어울려ㅋㅋ

 

 경연출신이니 뭐 하나 해야지 싶었다며 미스터 미스테리 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사람들이 꺅 우와아악 했는데ㅋㅋ 아니 그거 아니라면서, '미스터 미스테리'나 '봄이 온다면' 이런 곡들은 케이팝스타에서 밴드 깔리고 함께 했던 거라 피아노로만 커버해보려니 너무 비더라고 그나마 괜찮던 '하얀 원피스'를 준비했다고 하셨다. 이 곡도 너무 좋아했던 곡ㅜㅜ 그리고 '경우의 수'도. 정말 이렇게 TV로만 보며 우와 했던 곡들 라이브를 오늘 다 들어볼 수 있을 줄이야 감격이었다.

 그리고 재밌는 이야기. '미스터 미스테리' 이후에 너무 안예은이라는 뮤지션에 센 이미지가 걸려버려서 더 엄청난걸 준비해야하던 느낌일 때 '하얀 원피스'를 만들며 '우우우~우우우~울~어' 를 생각해내곤 스스로 막 뿌듯했었는데 제작진은 특이한 게 없다고 걱정했었다는. 그래서 완전 기죽고 탈락하겠지 싶은 마음이었는데 막상 심사평은 극찬을 받아서 그 때 어리둥절한 자기 표정이 방송에 다 나갔더라고ㅎㅎ 나도 방송 보면서 감탄했었는데. 하얀 원피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를 너무 잘 썼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전혀 예상치못하게 생방 가게되면서 헤드윅도 예매했던거 취소하고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었다고 얘기도ㅎㅎ

 '스토커'를 부를 땐(역시 관객들 환호ㅋㅋ 다들 좋아하는 곡 취향 비슷하구나 싶었던) 미성년자들에겐 너무 자극적이라고 '스티커'라는 제목을 붙이지만 자긴 스토커라고 생각하고 부를 때 표정부터가 달라진다고 얘기하셨다. 그리고 또 좋았던 건 이곡 다음에 역적 OST 로 티저로만 살짝 공개되고 배우들이 중간중간에 흥얼거리며 노출된 곡을 들려주신거. 물론 일부였지만 가사부터 너무 좋던. 제목이 사립문인지 팬들이 그 곡을 그렇게 부르던데, 얼른 음원 전체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이 곡 티저로 뜬 건 원래 배우분들이 부를 수 있도록 맞춰서 또박또박 부른데다가 사실 아침에 거의 일어나자마자 부른건데 그게 티저로 공개까지 되어서 당황하셨다는ㅎㅎ 이런 얘기하는데 어느덧 10시였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또 안예은팬이라면 다 좋아하는 '홍연'. 사람들이 막 마지막이라고 아쉬움 함성 막 지르니까 마지막이 사실 마지막곡 아닌거 아시지 않냐고 아 이런걸 직접 얘기하는거 아닌데.. 하시며 너무들 아쉬워하시니까 말해버렸다고 하는데 너무 귀엽고ㅋㅋ

 그렇게 끝나고 앵콜로는 겨울왕국 메들리였다!!! 자기 귀여운 척 좀 할거라며 시작하는데, 진짜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 처음에 엘사? 하면서 시작할 때부터ㅋㅋ 중간에 입 막고 노래부르는 것까지~ 너무 귀엽고. 끝까지 다 찍고 싶었는데 공연 일일이 다 영상 찍으나 용량 꽉차버려서 찍는 도중 끊겨버렸다ㅜ 그래도 찍은 곳 까지 영상. 겨울왕국 덕질할 때 다섯번이나 보셨다는 이야기도ㅎ

  라디오키친에서 원랜 밤11시 이후 공연 시간표라는 게 없었는데 안예은님이 그 시간대에 공연을 하게 되면서 반응이 좋고 해서, 지금은 아예 그 시간대 공연이 고정으로 생겼다고 한다. 팬으로서 듣는 사람도 뿌듯:) 

 이렇게 공연을 다 마치고 원하시는 분들 다 싸인 사진 찍어드릴테니 급하게 안서두르셔도 된다고. 나도 받고 싶었는데 정말 밖에 나와보니 문 밖으로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돌아왔다. 찍은 공연영상 보면서.

 퇴근하고 피곤했지만 정말 오늘 공연보러 뛰어갔던 것 너무 잘한 일. 뿌듯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프지 말고 계속 활발할 활동 하며 좋은 곡들 많이 만들어주었으면: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