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4일
세이수미라는 밴드에 대해 이번에 처음 듣게 되었다. 부산에서는 꽤 유명한 인디밴드이고, 드러머인 강세민씨가 불의의 사고로 반혼수상태가 된 후 크라우드 펀딩 및 후원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 강세민씨가 평소 그렸던 일러스트를 모아서 일러스트북, 엽서, 티셔츠, 가방 등도 만들고 동료 인디뮤지션들과 합동해서 공연하고 있는데 그 공연을 벨로주에서 보게 되었다. 단편선과 선원들, 코가손, 푸르내, 세이수미 이렇게 네 밴드가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단편선과 선원들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공연소식을 접한 것인데, 공연의 취지를 듣고 나니 더욱 참여하고 싶어져서 미리 예매를 했다. 벨로주에서의 공연 다음날은 언플러그드에서의 공연도 잡혀 있었는데 그건 이미 매진이었다.
처음 와 본 벨로주. 검색해서 사진으로만 보았을 땐 의자가 가득 놓여있고 뭔가 클래식한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 공연은 스탠딩이어서 무대 앞에 빈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대에 퍼커션 셋팅이 되어있는걸 보고 첫 순서가 단편선과 선원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6:30pm부터 입장 가능했고 공연 시작은 7:00pm.
오늘 일단 시작 전에 평소와 다른 점을 딱 본 건 편선님이 신발을 벗지 않는 것이었다ㅋㅋ 그냥 추워서인가 생각했는데(사실 실내가 춥진 않았다..) 중간에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전에 아팠던 다리가 상태가 좀 안좋아져서 오늘은 신발을 못 벗는다고... 그 말을 듣고 걱정이 됐다. 한 달가량 고생하셨었는데 괜찮으신가, 싶어서. 아프지 마세요!!
오늘 첫 곡은 '뿔'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연애' 와 '모든 곳에'. 이 세 곡까지 하고 편선님 기타줄 2개가 끊어졌다ㅋㅋ
워낙 이런 상황이 익숙해서 바로 매니저님(?)께서 올라오시고 멘트를 칠 도혁님 투입ㅋㅋ 늘 이렇게 편선님 기타줄을 가는 시간동안 멤버소개 타임을 가진다. 그 역할을 항상 도혁님이 하시는데 오늘 평소보다 좀 더 어색해하셨다ㅋㅋ
사실 오늘 이 공연의 취지가 아픈 멤버의 호전을 기원하는 점에 있다보니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좀 숙연했다. 그렇다보니까 리액션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또 막 강한 것도 아니면서 애매해서... 도혁님이 막 멤버소개도 허락받고 해야될 것 같은 분위기라며 멤버소개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시고ㅎㅎ 베이시스트 우영님은 리듬노예 본인은 이런 때마다 마이크잡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라고 하시던ㅋㅋ
멤버소개까지 다 끝났는데 기타줄 하나가 없었는지 시간이 좀 걸리니까 단편선님이 일단 줄 없어도 큰 지장 없는 곡부터 먼저 하자며 셋리 순서를 바꿨다. 그리고 그 곡이 노란방ㅋㅋㅋ
방금 전에 한 '모든 곳에'가 도혁님 되게 바쁜 곡인데 이 '노란방'도 그런 곡이라서 도혁님이 날 죽여라ㅋㅋㅋ(반 진심으로 느껴지는 투정ㅋㅋㅋ) 하시면서 곡 시작했는데 우리야 신나서 좋았다. 그리고 다음 곡은 '동행'. 이 곡도 원래 참 좋아하는데 라이브로는 오랜만에 듣는거라서 더 좋았다.
'같이 걸을까요~' 하면서 '라~라라~라라~라라~라~' 관객들도 함께 떼창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그런 떼창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었어서 아쉬웠지만... 사실 혼자 조용히 따라했다.
편선님께서 세이수미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작년 말에 다리 아프셔서 아예 못움직이고 고생하며 느꼈던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시고. 참 밝고 재밌는 분이셨다는 드러머 강세민님의 호전도 기원하고.
사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들어온 것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진짜로' 그 말에 대해 실감하고 있다. 건강을 실제로 잃어보기 전까지는 그 건강이 있을 땐 당연히 할 수 있던 것을 '할 수 없어진다는 것'이 어떤 비극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벨로주 조명이 뭔가 다른 공연장에서보다 좀 차분한 느낌이었다. 오늘 공연 분위기에 맞춘 것인진 모르지만.
그리고 역시 무대 위에서 가장 멋있는 단편선과 선원들.
도혁님도 안흔들리게 찍으려고 노력해봤다. 공연 참 여러번 봤는데도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을 혼자 다 치시는지 놀랍고 신기하고 멋있고 그런 분. 쑥스러워서 앨범에 싸인 한 번 아직 못받아봤는데... 언젠가 꼭 받아야지. 정말 공연 중에 멋짐과 아름다움을 함께 터뜨리는 분이다.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셋팅을 바꾸고 다음 순서인 코가손이 등장했다.
코가손을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실제 공연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파블로프 단독공연 때 코가손 보컬님만 한 번 무대에 함께 오르셨던 적이 있어서 그 때 본 것이 전부. 그리고 코가손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야하나, 동그란 얼굴에 코 대신 손이 그려진 캐릭터가 되게 귀여워서 코가손 부채를 탐냈던 기억ㅎ
오늘 공연보는 게 처음이다보니 몰랐는데 청년들이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가 코가손 정식멤버로 활동하게 된 후 오늘이 첫 공연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사하고, 일렉을 연주하는 멤버도 함께 활동한 지 얼마 안됐다고 한 것 같다. 공연하면서 서로 마주보면서 웃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코가손 음악들 뭔가 되게 착한 느낌, 순한 느낌? 이 든다.
오늘 들려준 곡 중엔 '배드민턴' '오늘부터' 라는 곡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라는 세이수미의 곡 하나를 커버하기도 했다. 공감이라는 방송에서였나 이 곡에 대해, 함께 하고있을 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는 말로 소개했었다는 것 같다. 말 대신 음악으로 위로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역시 차분한 분위기로 코가손의 공연도 끝났다. 새로운 식구를 꾸린 코가손, 앞으로 활동 활발하게 이어나가길:) 여름되면 씬디티켓라운지 가서 코가손 부채 얻어야지.
다음 순서인 푸르내는 홍대 공중캠프에서 'ㅍㅍㅍ'라는 공연을 할 때 본 적이 있다. 곡들은 대부분 슬픈 가사에 차분한 느낌이었고 보컬 목소리가 되게 좋았다고 기록해놨던.
지난 공연에서도 들어봤었던 '겨울 남자' '야생의 밤' 이라는 곡도 하고 신곡이라는 '피뢰침' 이라는 곡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곡은 '아주 먼 곳' 이라는 곡이었던 것 같다.
유완무님께서 세민님에 대한 기억도 이야기해주셨다. 만났을 때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공연을 봤을 때도 드럼을 살살 치길래 또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집에 돌아와서 세이수미 공연했던 예전 영상을 봤는데 정말 그런 모습이ㅎㅎ) 그리고 되게 재밌고 밝은 분이셨다는 이야기도. 얼른 호전되셔서 다시 그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푸르내 공연도 거의 한 달 반만엔가 오랜만에 하는 거였다고. 막 신나는 곡들은 아니고 가사도 슬픈데 연주와 목소리에 뭔가 연륜이 묻어나는 느낌이랄까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밴드.
그리고 마지막 순서 세이수미. 일단 처음 들었을 때 보컬 최수미님 목소리가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훨씬 좋아서 놀랐다. 역시 공연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대로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그리고 아름다우시기까지!
두 곡을 한 후 이야기를 하셨다. 오늘 너무 숙연한 분위기일 것 같아서 일부러 신나는 곡들로 셋리를 짰다고. 그리고 내일 있을 언플러그드에서의 공연은 오늘이랑 좀 다르게 어쿠스틱한 느낌일테니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오늘 공연에 함께 해준 동료밴드들과 추운 날씨에도 공연 와준 관객들에 감사인사를 하셨다.
이 분이 세이수미 프로필을 찾아보니 김병규님인 것 같은데 중간중간에 멘트로 웃음을 넣어주셨다. 일렉줄 끊어질 것 같다고 중간에 코가손 원준님께 일렉을 빌려 교체하셨는데 연주하시더니 자기꺼보다 더 소리 좋은 것 같다고 셈난다고 하시고ㅎㅎ 수미님이 카포 끼고 새로 튜닝하는동안 아까 단선원들 때 도혁님이 멘트치던 것처럼 자기도 재밌게 얘기하고 싶은데 도혁님처럼 못한다며 급 도혁님 칭찬모드로 어색함을 달래시던ㅋㅋ
그리고 강세민님 대신 함께 공연해주고 있는 드러머는 세이수미의 형제밴드나 다름없다는 지니어스라는 밴드의 드러머 케이시라는 분이셨다. 세민님과 친했고 또 비슷한 성격이라고 하셨다, 진지한 것 별로 안좋아하고 늘 유쾌하고 밝은 성격이라는. 드럼을 시원하고 파워풀하게 치는 모습에서 그런 긍정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이 드럼 앞에 달아놓은건 세민님 일러스트를 따서 만든 인형. 가까이서 볼수록 더 귀엽다는ㅎㅎ
세민님과 케이시가 만든 2인조 록밴드라는 바비돌스의 곡 중 'Michelle Marie'라는 곡을 세이수미 스타일로 편곡한 것도 들을 수 있었는데 되게 좋았다. 케이시의 여자친구분께서 수미님이 이 곡 부르는거 들으시더니 이 곡이 이렇게 좋은 노랜지 몰랐다며 원곡폄하 하셨다는ㅋㅋㅋㅋ 원곡은 못들어봤지만 수미님의 좋은 목소리가 곡을 살리는 역할을 할 건 확실한 것 같다. one week라는 곡과 one question 이라는 곡도 너무 좋았다. 앵콜곡으로는 케이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는 long night & crying. 집에 돌아와선 one question 이란 곡이 계속 맴돌아서 몇 번을 더 들었다.
이게 바로 그 One question 이라는 마성의 곡.
오늘 진심으로 세민님의 호전을 바라는 마음을 모으는 공연이어서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을 보면서 더욱 그런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세민님이 이런 동료들의 마음에 기운을 받아서 정말 기적처럼 벌떡 일어나 드럼을 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민님이 합쳐진 세이수미의 공연을 내가 볼 기회도 꼭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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