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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언플러그드 '나 혼자 간다' 박한 김진규 황영원

2017년 1월 26일

 

 

 오랜만에 간 까페 언플러그드에서의 '나 혼자 간다' 공연.

 작년 초에 여기에서 '나 혼자 간다' 공연 홍광선님을 보며 처음으로 입덕하게 된 밴드가 폰부스였고 그게 홍대를 다니게 된 계기가 되면서 다양한 락밴드들을 좋아하게 됐기 때문에, 언플러그드엔 남다른 애정이 있다.

 

'나 혼자 간다' 공연을 작년에 세 번 정도 갔던 것 같다.

이 공연의 좋은 점은, 밴드의 멤버 중 한 명이 나오기 때문에

밴드색깔과는 또 다를 수 있는 한 명의 뮤지션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거의 통기타 하나 들고 하는 어쿠스틱 공연이기 때문에 락밴드 멤버들의 경우 본인 밴드곡을 어쿠스틱하게 바꾼다던지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커버곡들을 준비해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들려주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는 것.

 그리고 평소 밴드 공연에서는 일렉이나 드럼 사운드에 묻혀서 덜 집중하게 됐던 보컬 목소리를 순수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밴드에서 원래 보컬멤버가 아닌 멤버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전곡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더욱 흔치 않은 기회가 된다.

 

 오늘 내가 이 공연을 간 주이유는 폰부스! 원래 베이시스트인 박한님의 노래를 많이 들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사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보러 갈 공연이었는데 다른 두 분 라인업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로큰롤라디오도 공연 본 적도 있고 좋아해온 밴드, 아시안체어샷은 아직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탑밴드 우승도 했었고 많이 듣기도 했었어서 보고 싶었던 밴드. 로큰롤 라디오의 진규님도 원래 보컬은 아니고 기타와 코러스를 하시던 분이라 어떤 노래들을 듣게 될지 궁금했고, 아체샷의 영원님은 원래 보컬이신데 솔로앨범을 내셨다고 해서 또 궁금했다.

 어쨌든 너무나 좋은 라인업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감.

 공연 시작이 8시인데 보통 선착순 입장번호를 주기 때문에, 앞에 앉고 싶어서 5시쯤 갔다. 그 때쯤은 설연휴 전이고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자리가 한산한 편이었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사실 까페 언플러그드를 좋아하는 이유 또 하나는 여기 사는 멍뭉이들.(개+강아지)

언돌이라는 큰 개와 꼬미라는 강아지가 있는데, 진짜 너무너무 귀여운 것. 얘네 보고 싶어서 공연 없어도 올 수 있다:)

순둥이 언돌이는 주요 서식지인 쇼파에서ㅋㅋ 저렇게 젤리같은 발바닥 내놓고 자고 있었다.

발바닥 만지고 머리 쓰다듬어도 실눈 뜨는듯 마는듯 하며 쌕쌕 자던ㅋㅋㅋ아오 귀여웡

도도한 꼬미는 노란 사자옷 입어서 인형처럼 귀여웠다ㅋㅋㅋㅋ 너 누가 그렇게 귀여운 옷 입으래

 

 더치맥주 마시며 책 읽으며 강아지들 쫓아다니며 공연시간 기다리다보니 입장번호 3번을 받았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7시 반 좀 넘으니까 입장 시작되어서 공연장인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헷 좋은 자리 앉았다.

 그리고 공연 시작 전이나 중간 중간 쉬는 시간마다 폰부스 노래 흘러나와서 좋았다.

 공연 첫 순서가 폰부스 박한님! 레이져, 태우님도 여기서 '나 혼자 간다'를 한 적이 있는데 다들 긴장하셨었던ㅎㅎ 늘 밴드로 공연하다가 혼자 서게 되니 어색하고 긴장된다고 하시는데 사실 이 공연이 그런 것도 재미다. 멤버들이 기타 들고 혼자 앉아서 긴장한 모습이 팬들에게는 평소 못보던 모습이기도 하고 귀엽게 느껴지는 모습인걸ㅋㅋㅋ

 무대에 나오시자마자 거의 소개도 길게 안하시고 떨리니까 얼른 시작하겠다며 첫 곡 시작ㅋㅋ 패닉의 정류장이었다! 오오 첫 곡부터 좋은:) 긴장한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막상 노래할 땐 목소리나 손은 떨지 않고 침착해 보이시던데ㅎㅎ 이종보통 노래나 폰부스 단공에서 짧게만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어봤었는데 이렇게 전곡 부르는 걸 들으니까 좋았다. 이종보통 '식물성 그녀' 들을 때에도 목소리 되게 좋다고 생각했었던:)

 노래할 때보다 멘트할 때가 더 긴장되어 보이셨다ㅋㅋㅋ

 패닉의 정류장 다음에 들려주신건 폰부스 노래!! '피지 말아요'

 이거 작년에 레이져님이 '나 혼자 간다'에서도 불렀었는데 박한님 버전 들으니까 또 새로웠다. 일단 이 곡 가사부터 시적이다. 나는 비 젖은 꽃처럼 여기 남겨지고 넌 여전히 아름다워 나를 떠나가네~

 이 곡 다음에 박한님이 준비해온(ㅋㅋ) 태우님 등장! 이것도 작년 레이져님의 '나 혼자 간다'가 생각났다ㅋㅋ 태우를 준비해왔다며 등장시키시고 막 태우님이 전화받으러 나가니까 눈빛 불안해지고 하셨던ㅋㅋㅋㅋㅋ

 태우님이 나와서 기타 넘겨 받으시더니 막 박한님 긴장해서 남의 기탄데 젖어놨다고ㅋㅋㅋ 아, 원래 레이져 기타를 쓰려고 했었는데 너무 낡아서(..ㅜㅜ) 다음 순서인 진규님 기타를 빌렸다고 하셨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그런데 이 때 진규님은 계시지 않았어서 나중에 들어오셨을 때 다시 인사하심ㅋㅋ)

이렇게 두 분이 뭉치면 '이종보통'!!ㅎㅎ 그래서 '식물성 그녀' 먼저 들려주시고 그 다음 곡은 예상치못했던 선곡!! 최근 핫이슈였던 드라마 도깨비의 OST인 샘김의 Who are you! 사실 난 도깨비는 보다 말아서 내용 잘 모르는데 이 노래는 귀에 익었다. 노래도 좋은데 박한님 목소리가 또 잘 어울리는 느낌. 좋아서 집에 돌아와서 몇 번 더 들었다.

 태우님은 두 곡 후에 뒤에 가서 앉으시고, 이어서 박한님이 하신 곡은 폰부스의 '별빛에 젖어'

 내가 폰부스를 처음 좋아하게 될 때 가사에 감탄했던 첫 곡이자 가장 자주 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고. 오히려 커버곡보다 자기 밴드 노래 부르는 게 더 부담스러운지, 저는 원래 기타치는 사람도 아니고 노래하는 사람도 아니니 좋게 잘 들어달라고 하시고ㅎㅎ 그리고는 커버곡 부를 때보다 더 실수 하시고ㅋㅋㅋ 그래도 좋았다. 좋은 노래에 좋은 목소리니까.

 그리고 'We are young'이라는 팝송을 해주셨다. 진규님 보니까 팝송 많이 준비했더라고 자기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건 연습 많이 못했다며 밑밥 까시고ㅋㅋ(뒤에서 태우님이었나ㅋㅋ 그럼 하지마! 소리치심ㅋㅋㅋㅋ폰부스의 돈독한 우정ㅋㅋㅋ) 이 곡이 마지막이었는데 앵콜 나오니까 쑥스러운듯 그러나 준비도 하신듯이 다시 앉으셨다ㅎㅎ 진짜 마지막으로 해주신 곡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 우아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곡!!!! 박한님 목소리가 차분한 발라드 장르에 잘 어울리시는 것 같다. 이 노래 집에 돌아와서 계속 반복재생 하고 있다.

 

앵콜곡으로 해주신 브로콜리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

 

 이렇게 박한님 순서가 끝나고 로큰롤라디오의 김진규님 등장.

역시 긴장되어 보이셨다 이렇게 떨릴지 몰랐다고 하시며ㅋㅋ 로큰롤라디오 공연에서는 막 완전 열정적으로 기타치시는데 낯선 모습ㅎㅎ 무슨 멘트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무 생각 안난다고ㅋㅋ 이렇게 혼자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 혼자 간다인데 맥북이랑 같이 왔다며 오늘 할 곡들 팝송과 로큰롤라디오 곡들 다 편곡을 해오셨다고! 우와 열심히 준비하셨겠구나 싶었다. 총 다섯 곡 준비해왔다고 하셨는데 첫 곡은 로큰롤라디오의 '불빛 아래서'를 편곡한 것!

 사실 내가 이 노래를 몰라서 아쉬웠다. 알았으면 편곡된 다른 버전이 비교되니까 더 듣는 재미가 있었을텐데. 그리고 콜드플레이 좋아하냐며 coldplay의 'What if' 를 들려주셨는데 되게 좋아서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팝송에 너무 잘 어울리기도 하고 되게 편안하고 따뜻한 목소리여서 영화 ost 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말 잘 어울렸다. 그 다음엔 Mr.big의 wild world 라는 곡을 들려주셨는데 이것도 너무 좋았다. 아마 내가 로큰롤라디오라는 밴드를 몰랐다면 진규님이 보컬멤버이신 줄 알았을 것 같다. 되게 노래를 잘하시기도 하고 혼자 보컬 하셔도 좋을듯한 목소리:)

 세 번째 곡까지 하시더니 자기는 맥북친구랑 같이 해야해서 앵콜은 못한다고ㅋㅋㅋㅋ 여기서 귀엽기도 하고 재밌어서 다들 웃었는데 무슨 말을 해도 웃어줘서 감사하다며 분위기 좋다고 하시고ㅋㅋㅋ(결국 마지막 곡 끝나고 사람들이 앵콜 외쳐버렸더니 두 손 모으고 인사하심ㅋㅋㅋㅋㅋ) 감기 조심하라더니 자기도 지금 감기 걸린 상태인데 걸린 목소리가 더 나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하시고ㅋㅋㅋ 근데 집에 가서 이불킥 할 거 같다고 하시고ㅋㅋ 재밌으셨다. 다음 곡으로 들려주신건 young folks 였다. 처음엔 모르는 노래인 줄 알았는데 듣다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곡!

편곡해오신 게 신나서 막 어깨가 들썩여졌는데 영상 찍느라 흔들릴까봐 참았다. 이것까지 하니까 한 곡 남았는데 끝나가니 마음 후련해진다며, 이 공연이 되게 긴장되기도 하면서 설레는 오묘함이 있다고ㅎ 마지막곡으로 들려주신 건, 'Dear prudence' 라는 곡 편곡버전! 여기까지 듣고나니 진심 앵콜까지 더 듣고 싶었는데 맥북친구가 준비 안되어서 아쉽...ㅋㅋ 로큰롤라디오는 최근에 쉬고 있는데 5월쯤 활동 재개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 때쯤 록라공연도 보러갈 수 있길:)

 

 커버곡으로 해주신 것 중 하나 Coldplay의 What If

 

 

 진규님은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 보겠다며 들어가시고ㅋㅋ 마지막 순서, 아시안체어샷의 황영원님.

사실 난 아시안체어샷 이름만 많이 들어보고 탑밴드 나왔던 영상 봤던 정도, 그리고 이번 공연 오기 전에 아체샷 곡들 몇 개 들어본 정도여서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보컬이신 황영원님이 솔로앨범 낸 것도 몰랐고. 그래서 오늘 더 반전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꽤나 하드한 락 느낌이었던 아체샷의 보컬님께 이런 감성을 전혀 예상 못했기에ㅎㅎ

 역시 앞의 두 분처럼 긴장되어 보이고 쑥스러워 하시는 것처럼도 보였는데... 말씀을 너무 재밌게 하시던ㅋㅋㅋ

 두 달전에 솔로앨범 냈는데 반응이 없다고ㅋㅋ 앨범도 가져오셨다. 머리도 최근에 길이를 좀 자르신 것 같은데 팬분들이 머리 귀엽다고 외치고ㅎㅎ 탑밴드도 나갔었는데 지금 너무 떨린다며, 본인은 노래보다 외모담당이니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하시고ㅋㅋㅋㅋㅋ 정말 내가 공연영상에서 봤던 포스가 느껴지지 않고 소년 같은 느낌이셨다.

 솔로앨범 '왼손편지'에 들어있는 곡들을 들려주셨는데, 첫 곡은 '그거 알아요' 였다. 진짜 가사도 감성적이고 부르시는 것도 얘기하듯이 부르시고 반전매력. 아무도 락밴드 보컬이라고 생각못할 모습. 이 솔로앨범 수록곡들은 거의 4-5년전에 만든 곡들이라고 하셨다. 어릴 때부터 써오고 했던 곡들을, 솔로앨범 내기로 결심하고 나서 모았다고. 아체샷의 드럼멤버인 이용진님이 발라드앨범 내고 솔로공연을 했었는데... 물론 원래 드럼이 메인이신 분이지만ㅋㅋ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이것도 저니까요' 하는게 멋있어보여서 자기도 솔로앨범 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시고. 밴드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뮤지션 황영원으로서의 음악을 또 하시는 것 멋있다.

 두 번째 곡은 자기 앨범에 유일하게 신나는 곡이라며 '좋다'라는 곡을 들려주셨고, 그 다음부턴 계속 슬픈 노래라고ㅋㅋ '만약에' 라는 곡(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특이하게 녹음1, 녹음2 라는 곡이 있었다. 나름의 멋이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폰으로 녹음하셨던 곡이라고 한다. 근데 성의없다며 반품 들어온 것도 있다며ㅋㅋㅋㅋ 왜그런지 모르겠다. 난 개인적으로 오늘 황영원님이 들려주신 곡 중에 '녹음1'이 제일 좋았다.

 동영상 찍으시는 분들 손 찍지 말라고 겁나 떤다고ㅋㅋㅋ 그치만 또 언제 이렇게 떠는 모습 있겠냐며 매력있다고도 생각한다고 하셨는데ㅋㅋㅋㅋ 사실 이 말씀 하시기 전까진 손 떠시는 줄 모르다가 말씀하시고 나서 보니까 진짜 손 떨면서 연주하시는게 보였다...ㅋㅋ 목소리 듣느라 몰랐음. 밴드공연할 땐 지금보다 한옥타브는 높게 부르는 노래들 뿐이라고, 진짜 이런 노래를 하시는 걸 들을 기회는 솔로 공연하실 때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도 외쳐본다' 라는 곡 하시기 전에 '사랑해'라는 부분 함께 따라하도록 연습시키셨다ㅋㅋㅋ이거 슬픈 노랜데 반주가 신난다며 떼창 노려서 쉽게 전략적으로 만든거라고ㅋㅋ 이거 8번 반복하면서 오늘이 지나면 이 노래가 좋게 들리게끔 세뇌시키겠다고ㅋㅋㅋㅋㅋㅋ 이런 어쿠스틱 공연은 멘트를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인 것 같다고 얘기 많이 하시는데 말씀마다 재밌으시던ㅋㅋ

 

마지막곡으론 아시안체어샷 노래 중 아깝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신다는 '아카시아'라는 곡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앵콜 받으니까 예상 못했다고 하시더니 앵콜 30초 더 외쳐달라고 하시고ㅋㅋㅋ 최백호님의 '부산에 가면'을 들려주셨다. 탑밴드 우승했었던 거 모르시지 않냐며 다시 말씀하시고ㅋㅋ 오늘 아체샷으로서의 모습과 색다른 황영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황영원님의 솔로앨범 '왼손편지' 수록곡 '그거 알아요' 영상:) 감성적이신 영원님.

개인적으로는 '녹음1' 이 제일 좋았는데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못찍어서 아쉬움ㅜㅜ

 

 공연 다 끝나니 예상했던 10시 정도. 나가기전에 언플러그드에서 파는 엽서를 사서 테이블에 계시던 박한님께 싸인받으러 갔는데 이름 기억해주셔서 감동받고(감동을 넘어서 헤벌쭉해지는 팬이었다ㅋㅋ) 같이 계시던 태우님께도 싸인받고 나니 내 등뒤로 계셔서 못봤던 레이져님도 와있다고 알려주셔서 한 엽서에 다 싸인받았다ㅎㅎ 헷헷 세 분 다 봐서 기분 좋아지고, 언돌이 한번 더 쓰다듬고 나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바로 잘 생각이었는데 더치맥주 두 잔을 마신 영향으로 너무 정신이 또렷... 잠이 안와서 결국 공연후기를 쓰며 노래 들으며 새벽을 보냈다. 언플러그드의 '나 혼자 간다' 공연은 언제나 좋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들이 나올 때 특히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