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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N Livehouse, 단편선과 선원들 & 이씨이

2016년 10월 9일

 

 

이번은 오랜만에 홍대 밖의 공연장이었다. 문래동에 있는 GBN live house.

재미공작소라는 곳에서 인디밴드들 인터뷰를 모아 '우리들의 황금시대'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출간기념으로 릴레이공연이 진행중이었다. 내가 기다렸던건 단편선과 선원들의 공연이었고, 처음 보게될 이씨이라는 밴드도 기대됐다.

 단편선과 선원들은 입덕한 후로 소식도 다 받아보고 영상도 많이 봐서 되게 많이 봐온 느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보는게 두 번째였다. 회기동 단편선님 혼자 공연하시는건 몇 차례 갔었지만, 단편선과 선원들 밴드로의 라이브공연은 7월 라클데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것. 그 사이에 해외스케줄도 있으시고 한동안 보기 어려웠다.

 

 

 

 

GBN live house는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공연장.

이제 금방 어둑어둑해지는데

건물도 낡아보이고 간판도 확 눈에 띄지 않아서

못 찾고 지나칠뻔했다.

 

 공연시작은 7pm. 6:30pm부터 입장이었고

 들어가니 아직 열댓명정도 사람들이 와있었다.

 8시까진 이씨이가 공연하고

 다음 1시간이 단편선과 선원들.

 

 이씨이는 미리 음원을 찾아 들어보니

 이 밴드만의 특색이 있고 라이브가 참 궁금해지는 사운드였다.

 지금 보컬이 군대에 가있는 중이라 오늘 오랜만에 하게된 공연

 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씨이를 보러 온 팬분들도 많은 것

 같았다.

 단편선과 선원들도 오늘 평소 안하던 좀 느린 연주를 들려준

 다고 미리 이야기가 있었어서 더 기대되었고.

 

 아직 사람들이 구석에 있는 의자들에 앉아있어서

 나도 의자에 앉아 시간을 기다렸다. 내 옆에 정수기가 있었는

 데 대기실같은 곳에서 편선님이 물 뜨러 나오셔서 혼자 반가

 워하며 흘깃흘깃 쳐다보고ㅋㅋ 정말 덕질하는 마음은 이런 것

 인가. 그냥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닌데 단편선님 보기만 하면 기

 분이 좋아져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속으로는 꺅ㅋㅋ

 

 단편선과 선원들은 이번 공연 하고나서 먼데이프로젝트 공연을 한 후에 또 해외스케줄이 있다. 이런 글로벌한 사람들..!

 그래서 오늘 영상도 많이 담아두고 보고 또 봐야지 생각했다.

 라이브가 너무 멋있고 좋아서 늘 공연 다녀오고 나서 몇 번씩

 더 돌려본다.

 

 

 

 

 공연장은 낙성대의 롤링락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공간이 넓지 않아서 좋았다. 스탠딩할 수 있게 정사각형 정도의 공간이 있었고 벽쪽에는 의자 몇 개씩 붙어있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빽빽해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공연장이 넓지 않은걸 좋아한다. 좁은 공간에 사운드가 꽉 차는 느낌과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서:)

 7시가 되자 이씨이가 약간 어색해하는 느낌으로 등장함ㅎㅎ

보컬분께서 결코 한 순간도 가만히 계시질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이 다 흔들렸다. 신기했던건, 음원으로 들었을 땐 못느꼈는데 라이브를 보니 위댄스가 생각나던 것. 뭔가 좀 더 괴기한 버전의 위댄스같달까. 리듬과 사운드에 몸을 맡긴 보컬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되게 '아무렇게나' 인것 같으면서도 너무 그럴듯했다. 심지어 한번은 마이크를 입안에 넣고 거의 삼키려는듯한 행동을 했는데 순간 헉, 놀라면서도 짜릿한 즐거움이 있었다. 내가 공연을 처음 본거라 평소에도 늘 그렇게 하시는건지 오늘 즉흥적으로 나오신 행동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마이크를 먹으려고 하는 듯 해보였다ㅋㅋ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는데 항아리처럼 생긴 거 치시는 것도 신기했다. 처음엔 이들의 음악이 낯설어서 입벌리고 멍하니 쳐다봤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나도 같이 리듬에 몸을 맡기게되고, 낯선만큼 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오랜만이라 어색하다며 멘트하시는데, 사회에도 오랜만에 나왔더니 감을 잃었다며ㅋㅋ 어제 방어를 먹었는데 kg당 15000원인걸 그냥 총 15000원인줄 알고 먹었다가 돈 다 깨졌다고ㅋㅋㅋㅋㅋ 그러면서 군대얘기밖에 할게 없어서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ㅋㅋ

 미리 들어봤던 곡 중엔 '어느 것을 담니'와 '흙탑을 무릎 위에' 였다. 마지막곡 하겠다고 말할 땐 이게 마지막곡인데 앵콜 두 개 더 있다며 미리 일러주시고ㅋㅋ 이들의 공연은 사진보다는 영상으로 담아야 제대로 느낄 수도 있고, 더 기억하고 싶어서 찍어왔다. 보컬분 리듬에 맡긴 화려한 스텝 인상적이었다. 위댄스처럼 너무 좋아.

 

 

 

 이씨이가 끝나고 등장한 단편선과 선원들. 셋팅하고 있을 때부터 신나서 사진을 찍었다.

      

튜닝중인 편선님. 무대 모서리에 너무 아슬하게 서있는 것 같아서 혹시나 떨어지시지 않으려나 걱정스레 보면서 구경. 오늘도 삼선슬리퍼 신으셨다ㅋㅋ 설마 추운 겨울날씨가 되어도 계속 신으실까 궁금해지고ㅋㅋ

 편선님을 보면 사진만 봐도 아직 공연시작이 아니라 리허설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선님은 공연이 시작되면 안경을 벗고 슬리퍼도 벗기 때문에ㅎㅎ

      

이렇게 안경 벗고 맨발인 상태가 공연중이라는 것ㅋㅋ

오른쪽은 말수는 별로 없으시지만 멋진 베이스를 연주하시는 우영님.

처음에 리허설을 '순'으로 하길래 셋리스트 중에 '순'이 있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보니 셋리스트에 끼어있지 않았다.

셋리스트에 없는 곡으로 리허설을 해주신 덕에 추가 한 곡을 더 들은 것 같아서 뿌듯:)

 오늘의 공연은 백년으로 시작했다. 와- 오랫만에 듣는 백년, 너무 좋았다. 길기 때문에 평소 공연 셋리스트에 잘 안들어가는 곡. 내가 이 곡을 들었던건 편선님 라디오 공개방송에 갔을 때였기 때문에 밴드사운드로 풀을 들어본 것은 아니었다. 오늘 이렇게 평소 라이브에서 잘 못듣는 긴 호흡의 곡들을 많이 해준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정말 귀호강!!ㅜㅜ

 

 그리고 전에 편선님께서 말씀하셨던건데 단편선과 선원들은 셋팅시간이 다른 밴드에 비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서, 시간을 여유있게 안주시면 멋진 공연을 만들기 힘들 때도 있다고... 그 이유를 찍었다. 공연 관계자분들께서 단편선과 선원들에겐 셋팅시간을 좀 길게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자바이올린까지 있는 것도 특별하지만, 제일 특별한 것은 도혁님이 너무 다양한 퍼커션을 연주하기 때문에 셋팅을 하며 맞춰봐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 발목에 방울을 단단하게 몇차례 묶고 발을 흔들어보고 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어쨌든 첫 곡 백년을 시작할 때부터 정말 고요했다. 사진찍으면 그 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을만큼 적막속에서 편선님의 기타, 퍼커션과 목소리만 울렸다. 얼마나 멋지던지. 정말 숨까지 조용조용 참으면서 들었다. 경건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딱 들리는 사운드에만 집중하게 되는 분위기였다. 그 다음곡으론 '뿔'이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곡.

 뿔까지 한 후에 다시 인사하면서 편선님이 멘트를 하셨다. 일년반만에 돌아온 이씨이 공연 축하도 해주시며 아픈만큼 더 성숙해지는 것 같다고ㅎㅎ 그리고 다음 곡이 '모든 곳에' 였는데 역시나 이 정도에서 기타줄이 끊어질 타이밍ㅋ 늘 열정적인 공연의 징표인듯 끊어지는 편선님의 기타줄, 오늘은 1번줄 3번줄이 '모든 곳에'를 하면서 끊어졌고 단선원들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했던 일ㅋㅋ 얼른 매니저님께서 뛰어들어오셔서 익숙하게 줄을 가는동안 또 도혁님께서 쑥스러워하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시기 시작ㅎ 도혁님이 매번 기타줄 끊어먹을 때마다 멘트 채우기 힘드니까 다음엔 끊어지면 그냥 알아서 태연하게 자기 할거 하자고 하셔서 다들 빵터졌다ㅎㅎ

     

편선님과 수현님. 수현님 보면 막 파워풀하고 열정적으로 연주하시는게 너무 멋있어서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생각나기도 하고. 짧은 머리가 너무 예쁘면서 멋있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볼 때마다 한다. 편선님 기타줄보다 사실 바이올린 활이야말로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처럼 계속 뜯어져나간다. 막 줄 날리면서 연주하시는 모습 보면 영화처럼 멋있고 일단 단선원들의 곡에 이 바이올린이 없으면 얼마나 허전할지. 단선원들 공연을 라이브로 꼭 보게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든 곳에' 다음에 '거인' '낮' '연애' '황무지' 까지 하고서 시간 보시더니 8시 40분. 다들 집에 갈 시간 안됐냐고 편선님이 마지막곡 할까 하니까 우리 다같이 안된다고 외쳤다. 오늘 너무 음악에 집중한거 같다며, 호주에 갔을 때 열심히 준비해갔는데 공연을 못하고 와서(안타깝게도 태풍 때문에 스케줄이 취소되었던) 멤버들 모두 공연을 하고싶어했다고 하셨다. 호주에서 발산못한 열정을 내가 여기서 볼 수 있게 된것이니 내겐 행운인 것 같았다. 정말 무대 하나하나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멋있었다. '연애' 할 땐 관객들 다 단편선들 열성팬인지 '헤이' 외치는 포인트에서 크게 떼창해서 즐겁기도 하고ㅎ 나포함 아무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것임을 그냥 공기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긴 곡 두 개를 준비한게 있다며 들려주신 것 중 하나가 '동행'. 이 곡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참 잔잔한데 듣고 있으면 힘이 나고 위로가 되는 곡. 평소 공연에선 30분정도 정해져있는데 긴 곡을 끼워넣으면 몇 곡밖에 할 수가 없기도 하고 너무 분위기가 쳐질 수도 있다보니 짧고 빠른 곡 위주로 셋리를 정하게 된다고. 그래서 긴 곡들도 좀 공연하고 싶었는데 오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고, 정말 더 좋은건 우리들이었다. 이런 곡들을 들을 수 있는 이 공연에 안왔으면 두고두고 얼마나 후회되었을까 싶었다.

      

 마지막 곡은 '불' 이었고 이건 평소에도 하던 곡이긴한데 원래 풀 10분정도 되는걸 5분으로 줄여서 했었다며 오늘은 풀로 10분 들려준다고 하셨다. 이 곡을 할 때마다 '호!' 하면서 맨 발로 뛰며 부르시는 편선님 보는걸 특히 좋아한다. 막 노래에 행위예술 얹혀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ㅋㅋ 잘 어울려. 10분이면 가만히 서서 음악듣기엔 꽤나 긴 시간일텐데 음악에 너무 집중이 되어서 10분이 훌쩍 갔다. 사실 단선원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참 힘들만도 했는데, 아쉬워서 우린 앵콜을 외쳤고 결국 '노란방' 앵콜곡으로 마무리를 했다. 대표곡 중 하나이기도 하고, 역시나 대다수가 좋아하는 단선원들 곡. 오늘 이런 특별한 공연, 정말 단선원들의 멋진 음악에 귀호강(늘 그렇지만)이 행복했고 또 두고두고 행복할 이유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바로.

 

 앵콜곡까지 끝나고 편선님이 던진 피크를 내가 줍게 된 것이다. 내 바로 앞으로 떨어져서 얼른 잽싸게 주웠다ㅋㅋ 줍고 너무 혼자 신나서 계속 피크를 만지며 입꼬리가 내려가지가 않았다. 으아 영광이야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밴드가 실컷 멋진 공연을 한, 기타를 친, 그 피크가 내 것이 되다니. 피크의 닳아있는 모서리가 어찌나 멋있게 느껴지던지. 피크를 받고 너무나 들뜬 나 자신을 스스로 보면서 내가 정말 못말리게 이 밴드를 좋아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신나서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사람은 없고ㅋㅋ(내 주변엔 단선원들을 아는 사람도 없어서...) 신나서 나오다가 출구쪽에 서계신 편선님한테 인사하면서 내가 주웠다고 자랑했다.... 아니 편선님이 던진거 주운걸 왜 편선님한테 자랑하니...(?) 그러고 가면서 나 스스로도 좀 어이없고 부끄러웠다ㅋㅋ 좋아하는 뮤지션 앞에선 긴장이 되니까 아무말이나 나오는대로 뱉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집에 돌아와서도 피크를 몇 번씩 보면서 혼자 헤헤거리다가 늘 가지고 다니려고 지갑 명함칸에 끼워넣었다. 지갑 펼칠 때마다 피크가 보인다.

 

 단편선과 선원들이 얼마나 멋진 밴드인지. 그냥 음원을 들어도 그들만의 음악세계에 놀랄 수 있고 독특하다는 정도도 알 게 되겠지만. 정말 그 멋짐을 마음껏 느끼고 귀를 놀라게 하려면 라이브공연을 보아야한다. 그냥 이어폰으로, 또는 전자기기 안에 갇혀있는 음악을 듣는것과 차원이 다르다. 무대 위에서의 그들의 열정과 바로바로 귀를 딱 때려주는 라이브, 그 진짜를 들어야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음원보다는 간접적으로라도 몇 번씩 더 돌려보고도 싶고, 아직 이들을 잘 모르는 여러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상을 찍어오긴 했지만. 정말 라이브공연 꼭 가보시라고 강조 또 강조하고 싶다. 계속 응원할게요:)

 

단편선과 선원들 - 모든 곳에

 

단편선과 선원들 - 낮

 

단편선과 선원들 -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