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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영화

원더풀! 미나리 요즘 핫해진 미나리. 처음 영화 제목이 뉴스에 올라올 때에는 특별히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는데, 윤여정배우님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시면서 결국 나도 궁금한 마음에 영화관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찾는 영화관. 영화 보기전에 내용 스포가 되는 글들은 일부러 피했는데, 그래도 평점에 써있는 후기들 몇몇이 읽히긴 했었다. 따뜻하고 감동이라는 말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스토리가 별거 없다 지루하다는 말들도 있고..... 그래서 일부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러갔다. 그리고 보고 나와서 결과적으로 내게 이 영화는, 어느 정도의 기대를 했더라도 충분히 충족되었을 작품이었다. 아래 내용부터는 내용 스포가 있기 때문에 혹시 이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마도 '미나리'가 지루.. 더보기
아노말리사 - "드디어 당신을 찾았군요" '아노말리사' 이 영화의 평점과 시놉시스만으로도 궁금했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더 큰 이유는, 좋아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영화 연출법이 요즘 많이 보아온 예쁘고 자연스러운 픽사 애니메이션과 조금 다르게,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점에서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애니메이션이긴 한데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어놓고 눈 옆으로 봉제인형 혹은 조립한 로보트 같은 선을 그어놓아서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의 느낌을 준다. 영화 뒷부분에 주인공이 자신의 꿈속에서 충격받아 도망치던 와중에는 눈 아래로의 그 얼굴이 떨어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얼굴을 가면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아노말리사' 라는 제목의 뜻은 아노말리 + 리사, 리사는 이 영화에.. 더보기
미드나잇 인 파리 - 사랑이 유지되려면 필요한 것 '미드나잇 인 파리'. 이 영화 설정에서 길 펜더는 매일 밤 12시면 차를 타고 헤밍웨이, 피카소, 스콧 피츠 제럴드, 거투르드 스타인 등이 있는 자신이 꿈꾸던 과거로 여행을 갈 수 있는 주인공이다. 연기를 잘해서 길 펜더가 헤밍웨이를 처음 만날 때 거의 아이돌 만나 성덕이 된 팬의 얼굴을 보는 듯 했는데ㅋㅋ 어쨌든 길 펜더가 현실에 있을 때와 1920년대에 가 있을 때 황홀한 얼굴 표정과 반짝거리는 눈빛에서 행복감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영화 초반에서부터 길 펜더와 약혼녀인 이네즈의 색깔 차이도 확연하게 보인다. 사소한 것들은 맞는데 중요한 것들이 안맞는다면 길 펜더에게 이네즈는 섹시하고 매력있는 여자이고, 얼마나 오랜 연애기간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약혼하고 결혼까지 .. 더보기
토이스토리4 - 우디와 포키, 달라보이지만 비슷한 삶의 여정 토이스토리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내가 시즌 몇까지 봤던 건지 가물가물하다가... '포키'의 존재를 모른다는 점에서 토이스토리4는 확실히 안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포키'가 새로 등장하면서 이 시즌4의 주인공이 포키라고 생각했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우디구나'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좀더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건 '포키'가 외치는 대사들이 주였던 것 같긴 하다. 우디와 친구들은 이제 인형을 가지고 놀기엔 커버린 앤디의 소유에서 벗어나 동생인 보니의 소유가 된다. 보니는 앤디처럼 우디를 주로 데리고 놀지 않아서 어느 날부터인가 장롱 안에 처박힌 채 자신의 역할을 잃은 상실감이 우디의 표정에 자주 드러나고(겉으로 태연한 척 하지만), 우디는 그 와중에 어떻게든 자신의.. 더보기
코코 - '부재'와 '무'의 차이 얼핏 영화 티저에서 기타치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음악영화인가? 재밌겠다' 생각은 했었는데 바로 보지 못했었다가, 요즘 한창 영화를 집에서 찾아보기 시작해서(코로나 언제 끝날까..) 드디어 코코까지 보게 되었다. 예상했던 음악 영화와는 달랐지만, 이 영화를 본 후 요즘 일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코코 ost 반복듣기를 하며 아직은 지겹지 않을 정도로 OST들도 좋다. 이 영화는 가족간의 사랑, 또 영원한 사랑, 꿈을 향한 용기 등등 따뜻한 메시지들을 품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건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인 것 같다. 몇몇 영화 후기글들을 읽어보다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다면 저승세계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져버리게 되는 컨셉이 불편했다'는 후기도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구도 자신을 기억해주지 .. 더보기
벌새 -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벌새', 한창 추천이 올라오던 때에 일부러 나중에 꼭 봐야지 하고 모든 후기를 읽지 않고 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왜 제목이 벌새일까부터 궁금했었던 영화. 이번에 찾아본 바로, 벌새는 정말 작은 것은 몸이 5cm 밖에 안될 정도로 새들 중에서 가장 작은 새라고 한다. 벌처럼 붕붕 소리를 내고 꿀을 채집해서 벌새라고 부르는데 작은 몸집으로 붕붕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의 날갯짓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지 비행때마다 수백번 수천번의 날갯짓을 하기 때문일 것이고, 실제 벌새의 비행 능력은 상상을 초월해서 여전히 과학계에서 완벽하게 이해해낼 수 없다고 한다. 1초에 90번까지의 날갯짓을 할 수 있고, 극한 환경에서도 추락하는 법이 없이 균형과 정확한 자세를 유지해낸다고. "벌새의 비행 능력은 마치 비포장도로.. 더보기
카페 벨에포크 - 사랑은 처음부터 '변화'를 품어내어야 하는 걸까 '1분 1초 설레며, 24시간 사랑했던 내 인생 가장 찬란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어바웃 타임', '미드나잇 인 파리' 등으로 익숙한 '시간 여행'을 컨셉으로 잡고 있는데,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개성이 있다면 '100% 고객 맞춤형 핸드메이드 시간여행' 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인 빅토르가 원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어서, 본인의 아름다운 추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내고 그것이 그대로 현실처럼 설계된다. 바꿔 말하면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을 자신의 손으로 '또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대로 설정된 공간 안에서, 그 때를 그리워하는 빅토르에게 행복은 보장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 셈이다. 빅토르는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현실의 거의 모든 것에 애정이 식어있는 남자다. 본인이 좋아하던 그림.. 더보기
유리정원 - 찾아낸다면 들여다보이는 안식처 유리정원, 찾아낸다면 들여다보이는 안식처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 라는 구절과 함께 문근영배우의 눈빛에 사로잡히게 되는 포스터. 유리정원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다. 사실 제목에서 내가 처음 떠올린 건, 루시드폴의 '유리정원'이라는 곡이다. 내 인생 첫 힐링앨범으로 손꼽는 '레 미제라블'이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고, 내가 고질적으로 벗어날 수 없어온 외로움이란 정서 측면에서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았던 곡. 영화감독님께선 이 곡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만드신 영화일지 몰라도 난 이 곡이 먼저 떠올라서, 영화에 깔린 정서기반이 외로움 아닐까 먼저 예상을 하며 보았다. # '유리정원' 에서 느껴지는 양가적 욕구 깊은 숲속에 자리잡은 유리정원. 알고 찾아가야만 발견할 수 있는 장소에 .. 더보기
꿈의 제인 - 더는 꿈이지 않았으면 더는 꿈이지 않았으면, 꿈의 제인 역시 '언노운걸'처럼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보고 왔다. 사실 '꿈의 제인'은 보고 나오면서 후기를 쓰지말까, 못쓰겠단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그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아픔인지 자신이 없었고, 이 영화의 조현훈감독님 인터뷰에 실린 말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꿈의 제인에는 결국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포함돼 있는데, 조금 무책임하고 건방진 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라고.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내 감상도 '무책임하고 건방진' 이야기가 되는건 아닐지 주저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쓰기로 한건, 역시 이 영화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 내용 스포있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포스터들이 다 너무 아름답다. 꿈처럼 몽환적인.. 더보기
언노운걸 - 소녀의 이름과, 진짜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 '언노운걸' 소녀의 이름과, 진짜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언노운걸'을 보고 왔다. 개봉 전부터, 봐야겠다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영화. 의사라는 직업 공통점으로 포스터만 보고도 끌려버리긴 했지만 이 영화가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꼭 보고싶기도 했다. 의사로서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은 불가피하게 자주 대면하게 되는 거니까. 어떤 이야기들을 할지 궁금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 소녀의 죽음에 강한 죄책감을 느끼는 의사 제니인데, 사실 이 사건에는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죄책감으로 얽혀있다. 다만 각자의 죄책감이 나타나는 형태와 속도가 다르다. 영화 끝까지 보면 결론적으로 그 소녀의 죽음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굴러떨어져 외상적 과다출혈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