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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언플러그드 '나 혼자 간다' 홍광선 황재연 류준

2016년 4월 26일

 

 

 

평일중에도 너무 주체못하고 신날까봐 주말에만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 결심했었지만... 이틀만에 또 공연을 찾았다.

이번에 가기로 한 곳은 까페 언플러그드. 인더스트릿을 보니 평일중에는 주말처럼 공연이 많지 않기도 하고 시작시간도 빨라야 8pm, 아니면 9pm 였다. 그래서 일찍 시작하는 공연이면서도 락장르쪽 공연이 있는 곳을 찾으니 까페 언플러그드였다.

폰부스, AKUA, 파블로프 이 밴드들에서 한 명씩만 나와 공연을 한다고 타이틀이 '나 혼자 간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내가 알 리는 없었다. 폰부스라는 밴드는 이름이 익숙해서 내가 안다고 착각을 했는데 알고보니 영화제목 때문이었다. 어쨌든 하나도 모르는 이 인디 뮤지션들을 하루에 세네밴드씩 알아간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보물찾기 하는 느낌. 이번에도 미리 가기전에 이 밴드들의 곡들을 들어봤는데 AKUA라는 밴드는 아직 신인밴드인지 자료가 많지 않았고 파블로프와 폰부스는 홍대 뮤지션으로 꽤 유명한 것 같았다.

 

까페언플러그드 1층은 자유롭게 칠 수 있도록 기타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 음료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까페공간이고, 지하에 공연장이 있다.

 

까페 앞에 이 까페의 마스코트라는 언돌이라는 개(엄청 순둥이인데 엄청 크다)가 손님들에게 예쁨받고 있었고

화이트보드엔 이번 주 중의 공연 일정이 다 적혀있고 들어가는 입구에는 오늘 공연에 대해 쓰여있었다. 

 

  음, 누가 그린건지 모르겠지만 까페 옆 벽쪽에 낙서까지 왠지 마음에 들었다.

 

 저 문 안쪽으로 벽에 걸려있는 기타들이 보인다.

 매번 동일한 지는 모르겠지만 찾아보니, 대체로 무료입장 자율기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까페에 들어가면 1인 1주문을 해야하는데 공연을 보러 온 사람에게는 주문을 하면 숫자가 쓰여져있는 공연 대기표를 준다.

 공연 시작 15분 전쯤에 그 대기표를 가지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다.

 

 나는 공연 시작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일단 생맥주 하나를 마시고, 공연 내려가기 전엔 레몬생맥주를 하나 더 가지고 내려갔다.

 

 자율기부라는 것은, 공연을 보고 있는 와중에 돈을 넣을 상자를 돌렸는데 거기에 자기가 밴드 공연의 발전에 일조하고 싶은만큼 돈을 넣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공연보러 내려가기 전까지는 입구 근처에 진열되어있는 악세서리류와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 구경을 했다.

 악세서리 중에 민트색 기타 모양 목걸이같은 게 탐났다.

 다음에 살지도...

 

 

아쉽게도 지하에 내려가서는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에 까페 내부 사진만 더.

사진을 찍으면 안되어서 못찍은 건 아니다. 이 날 뮤지션들이 팬층을 두텁게 보유하고 있는지 동영상 찍고 사진 찍는 팬들이 워낙 많아서 그 기에 눌렸다고 해야하나. 

 

죄없이 사진에 얼굴 나오신 분들은 모자이크처리.

 

평일인데도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내려가니깐 살롱노마드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술을 팔긴 하지만 까페이기도 하고, 락공연도 있긴 하지만 주로 어쿠스틱한 쪽 공연이 잦아서 그런지 예전에 내가 기타동아리 공연할 때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 전체적으로 밝고, 공연을 시작했을 땐 무대쪽으로 조명을 확 쏟아버려서 오늘 공연한 뮤지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극무대 같기도 했다. 너무 무대로만 밝게 집중되는 느낌에 다들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셨다. 대부분 술집이든 클럽이든 공연장이 전체적으로 어두웠을테니 낯설었을 법도 하다. 사람들 모아놓고 기자회견하러 나와있는 느낌 같기도 하다며ㅎㅎ 더군다나 주위를 둘러보니 여자 관객이 거의 다였고, 어려보이기도 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락밴드의 소녀팬들인가 싶었다는.

 

첫 순서는 AKUA의 황재연이라는 분이었는데, 맥북까지 들고 만반의 준비를 해오시고는 밴드 멤버들 없이 혼자인 게 많이 어색하셨는지 부끄러워하시는 게 많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귀여워보임. 다 처음 듣는 곡들이었지만 좋았다. 아쉬웠던 건 노래하실 때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거. 하지만 연주곡 위주로 많이 하셨고 내가 워낙 기타소리를 좋아해서, 일렉기타 연주에 몰입되어 시간이 금방 갔던 듯. 30분정도 하시고 다음 순서에 차례를 넘기셨다.

 

두번째가 파블로프의 류준이라는 분이었는데 기타 연주에 천재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뛰어나시다고 한다. 이 분도 역시 밴드멤버들이 없는 무대에 어색해하시며 긴 앞머리를 자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눈을 가려준다고 하시고ㅎㅎ

기타도 잘 치시지만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좋았다. 저음이면서 적당히 무게있으면서 편안한 남자 목소리. 말씀을 하실 땐 쑥스러워하시는 것 같으면서도 노래부르실 때 목소리엔 힘이 있어서 좋았다. 저음에도 힘이 실리고.

'담아만 두세요' 랑 자작곡이라고 부르셨던 게 특히 좋았다. 그밖에 Miss Miss 라는 타바코쥬스 cover곡, 어쩌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 총 7곡정도 하셨던 것 같다. 나중에 파블로프라는 밴드가 궁금하고 특히 밴드 이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정한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리가 아는 그 곤충학자 파블로프의 이름이 멋있게 느껴져서 썼다는 내용도 있고 다른 인터뷰에선 Pavlov 이렇게 이름에 v가 두 개 들어가서, 라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었다. 이 밴드 라이브 공연 영상을 여러 개 찾아봤는데, 얄개들, 나쁘게 말하다, 난 아닌가봐, 담아만 두세요, 이럴때가 아냐 이런 곡들 너무 좋아서 지금도 계속 듣고 있다.

 

마지막 순서가 폰부스였는데 이 때보니 그 대부분의 호응좋던 여성팬들이 폰부스 팬클럽인가 싶었다. 노래 중간에 꽤 어려워보이는 타이밍에 맞춰서 박수치는 팬까지 있어서 놀람. 노래도 대부분 아는듯이 같이 따라부르기도 하고. 홍광선이라는 분이 나오셨는데 이 밴드의 보컬이었다. 레이저라는 이름도 쓰시던데 광선이라서 그런건가. 어쨌든, 역시 보컬이어서인지 노래를 정말정말 잘하신다. 감탄했음. 물론 목소리도 좋고. 폰부스 노래도 몇 곡 하시고, 커버곡도 하셨는데 파블로프의 류준씨랑 함께 한 '꽃이 활짝 피다' 핑크엘리펀트 커버곡 너무 좋더라!!!! 마지막엔 맥북 이런거 없는 대신 정말 좋은 장비를 가져왔다며 같은 밴드 멤버 김태우씨를 무대 위로 부르셨다. 김태우씨가 올라와서 하는 말이, 그 바로 전 곡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이 잠시 통화해야되어서 밖엘 나가는데, 그 때 노래를 하시다가 홍광선씨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고, 안돌아올까봐ㅎㅎ역시나 그 기타연주까지 합세하니까 더 신나고 듣기 좋았음. 앵콜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폰부스는- 사실 오늘 세 밴드 중에 가장 내 취향에 맞는 음악스타일이다. 다녀와서 밴드 라이브공연과 곡을 찾아보다가 너무 여러 곡들에 꽂혀서 출퇴근 할 때도 그냥 쉴 때도 계속 폰부스 노래를 듣고 있다. 음악 자체도 좋긴 한데 은유적이고 여러 단어들이 하나의 이미지처럼 어우러지며 곡 분위기를 만드는듯한 가사가 마음에 드는 곡들도 많다.

숨바꼭질, revolver, 피지말아요, 극지, 별빛에 젖어, 라디오, 밤의 왈츠, got a chance, 낯선 날, 죽은 새의 노래, 파도에 꽃들, 재클린, '1,2,3,4,5,6,7' 이렇게를 계속 돌려가며 듣고 있다. 스물스물 스무살도 좋다.

'파도에 꽃들'은 공연하실 땐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세월호추모곡인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 있더라니, 막상 알고 나서 다시 들으니까 훨씬 더 좋고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온다.

이 곡은 단조가 아닌 장조로 시작하며, 보컬의 목소리도 우울한 게 아니라 담담하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 입장에서의 가사라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머니 울지 말아요. 난 이제 그만 어두워질래요. 다만 내 이름은 꽃잎이라 기억해줘요. 이 깊은 바닷속까지 종소리 들리지는 않겠지만 이 수업도 그렇듯 끝이 나겠죠. 이 부분 보면서 작사하신 분이 시인이신가 싶을 정도로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표현이 예쁘면서도 담담해서 더 슬프게 하는 가사. 음악에서 물론 사운드도 연주도 멜로디도 다 중요하지만 가사도 그만큼 곡의 중요한 부분이고, 메세지이기도 하다. 특히나 대중가요나 아이돌 음악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인디밴드 자신들만의 특유한 감성 담긴 가사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고. 

정확히 이 단어에 무슨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고 표현하기보다는 여러 단어와 표현들이 어우려져서 만들어내는 느낌이 좋다. 멜로디뿐만이 아니라 가사까지 중독성이 있는 곡들이 많은 것 같다.

 

담배를 물고서 심지에 불을 붙여 봐도 나는 터지질 않아

모든 게 불발이야 모아 논 꿈도 미래도 모두 젖어있어 난 붙지 않아

송곳을 찔러봐도 터지지 않는 이 밤 빛만 번져 나와선 별만 반짝여  - 별빛에 젖어 中

 

내가 찾던 바람은 이곳에 없다는 것을

추락이란 끝이 황홀한 언어를 모르고

추락하는 새들에게는

죽음은 가장 완벽한 착륙

희망이란 말을 알고 난 거리로 계속 불시착하지 - 죽은 새의 노래 中

 

폰부스라는 이름이 많은 속마음을 이야기도 하고 소통하던 옛날 공중전화박스 그 공간을 의미한다고 해서 그것도 또 좋게 느껴졌다. 아날로그적 감성. 지금은 핸드폰 때문에 거의 쓰여지지 않지만 그래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 거리마다의 폰부스들.

폰부스는 지금 키비타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의 우리 모습들을 그려나가는 것 같은데, 세월호사건 포함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 있었던 사건들로 사회의식을 가지고 만들어낸 곡들도 여럿 있었다. 점점 관심이 생겨서 인터뷰도 많이 찾아보고 그동안의 활동도 보았다. 곧 에프에프라는 홍대클럽에서 공연 예정이라고 해서 가능하면 갈 생각이다. 이젠 폰부스 여러 노래를 많이 들어놓은만큼 더 신나게 놀고 따라부를 수도 있을거야.

 

개인적으로 분위기 자체는 까페 언플러그드보다는 살롱노마드가 더 내 취향이긴 했지만, 여긴 까페 겸 놀러오기도 좋고 어쿠스틱스러운 공연은 이 장소가 훨씬 더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