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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단, 살롱 노마드 '이상기후'

2016년 4월 24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사랑하면서 인디 뮤지션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어디든 가다보면 누군가 버스킹을 하고, 까페며 클럽이며 어디서든 라이브 공연이 있다는 홍대 라이프를 꿈꾸었었다.

홍대 주변에 살면 슈퍼에 가다가도 길거리에서 기타소리가 들리고, 맥주 한 잔을 하러 나가도 밴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건가, 스트레스 쌓였을 때 맘껏 소리 지르고 뛰면서 밴드공연 즐기는 게 일상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면서.

그렇게 머리로만 꿈꾸어보던 홍대 라이프를 드디어, 그 정도는 누려봐도 될 정도의 시간과 여유와 돈이 생겨서 시작!

홍대근처에 살지도 않고 혼자이고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하나하나 알아보고 나서겠다고 용기를 냈다. 

올 해 홍대의 모든 공연 장소들을 다 다녀보고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을 섭렵하리라 설레는 마음과 반짝거리는 눈으로.

일단 검색해보고 제일 끌렸던, 살롱노마드부터 가보기로 했다.

 

참, 공연정보는 요즘 '인더스트릿' 이라는 어플을 너무 유용하게 애용하는 중.

 

물론 저기 온다는 뮤지션 중 아는 밴드는 하나도 없었지만,(어차피 거의 다 모름) 공연 전체 타이틀이 마음에 들고

밴드사운드가 신나고 압도적일 락장르부터 보고 싶었고 살롱노마드의 데드락이라는 맥주가 궁금한 것도 있었다.

 

공연시간 6:30pm 전까지 가 있을 까페도 정했다.

달의 계단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 인테리어에다가 조용조용한 분위기라는 까페.

블로그 내용만 찾아보고 갔는데 대만족이었다. 내 핸드폰으로 옮겨오고 싶은 글씨체, 민트 인테리어, 분위기.

까페 안으로 들어가는 길. 카톡만 잘하는 핸드폰 활용실력이기에 사진을 예쁘게 못남긴 게 아쉽지만.

 

 

 

 

 

입구도 동화속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메뉴판도 찍어오진 못했지만 너무 예뻤다.

 

 

 

 

 녹차티라미슈 맛과 앙증맞게 달이 찍혀있는 휴지까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 그림체와 글씨체가 너무 취향저격!!!!

컴퓨터에서도 쓸 수 있는 글씨체로 나왔으면 좋겠다.

 

콘센트 있는 자리에서 여유롭게 글을 쓰다가, 오늘 볼 뮤지션들 음악 스타일을 알고 가려고 대표곡들을 찾아봤다.

알고보니 '이상기후'라는 타이틀은 밴드 Klaps 의 곡들 중 있는 것이기도 했다.

6시 다되어갈 때쯤 까페를 나서서 살롱노마드로 향했다. 생각보다 찾아가는 길이 좁은 골목길 느낌이었다.

이렇게 가면 과연 나오는 게 맞나? 싶을 때쯤 다행히도 살롱노마드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좁은 공간이기도 하고 테이블이 많진 않고 자유롭게 앉을 수 있도록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처음엔 어찌해야할지 뻘쭘하게 서있다가 데드락 한 잔을 주문하고 문 근처 맨 뒷자리에 앉았다. 여긴 15000원에 free drink 1개를 주문할 수 있다.

 

외국인분들도 있고 기타를 가지고 온 분들도 계셨는데, 공연을 보며 알고보니 그 분들 대부분이 오늘 공연할 밴드 일원이었다. 같이 공연을 즐기다가 차례가 되면 무대에 올라가고 서로 응원도 하는 모습에 친밀감이 들어서 좋더라. 

첫 순서, Rough cuts!! 각 밴드마다 30분정도씩 공연을 했다.

Rough cuts 라는 밴드는 외국인들로 이루어져서 코멘트 없이 거의 공연으로만 이어갔는데, 가사도 잘 안들렸지만 너무 신이 났다. 풀사운드로 좁은 공간이 가득 차서 저절로 다리가 까딱거려지고 몸이 들썩거릴만큼. 보컬 목소리보다 밴드 연주 소리가 훨씬 컸는데, 오늘 공연이 락장르인만큼 점점 그 악기들의 압도적인 사운드에 빨려들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데드락까지 너무 맛있어서(맥주에 데킬라가 섞여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기분도 들뜨면서 술과 음악에 함께 취해가는 행복감. 처음엔 사실 주변 의식이 계속 되었었는데 점점 신경쓰지 않게 되고 이 공간 이 음악에 빠져드는 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azito pictures ! 남자 여자 한 분씩 보컬이셨는데 목소리가 잘 어울렸다.

밴드의 보컬분이 그들도 살롱노마드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면서 여기 분위기가 아지트같은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뭔가 아는 사람들끼리만 마음 편하게 즐겁게 찾아와 즐기고 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랄까. 이 밴드가 연주할 때에는 보컬 목소리가 더 큰 기타소리에 묻혀서 아쉽기도 했지만 대신 이 밴드 음악의 독특한 분위기가 좋았다. 

몽환적이면서도 예쁘면서도 독특한 무언가. 다음에 더 다양하게 들어보고 싶은 음악.

 

 다음 순서는 레인보우99! 원래 내가 처음 봤던 포스터에는 Tierpark 공연이라고 되어있었는데 변경된 것 같았다. 이 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상투머리에 덩치가 좀 있으신 겉모습에서부터도 기타를 너무 잘 치시는 것에서도, 멘트들에서도 다 그랬다.

중간에 궁금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99kg 넘지 말자고 레인보우에 99를 붙였고 레인보우는 무지개가 예뻐서 좋아한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기에 그 분의 겉모습이 언밸런스해서 더 귀여웠달까. 이런 말 들으시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말씀하시는 것도 귀여웠다. 드림팝이라는 곡을 들려주기 전에, 자긴 꿈을 거의 잘 안꾸어서 꿈꾸는게 굉장히 소중하다- 자신은 전혀 졸리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잘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남들이 복이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별 얘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말투에 왠지모를 호감을 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순수한 느낌이었나. 기타연주도 너무 좋아서 그 날 유일하게 앵콜을 받은 뮤지션이기도 했다.

 

마지막 Klaps는 내가 미리 몇 곡 찾아보고 간만큼 더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상기후라는 오늘 공연 타이틀과 같은 곡명, 그리고 change 라는 곡이 잘 들렸다. 이 마지막 공연 순서까지 남아 계시던 rough cuts 멤버들을 보며 외국인분들이 같이 공연장에 있는 게 좋다고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나중에 몇 곡 찾아서 다시 들어보니 bad finish 라는 곡도 중독성있다. 듣고 있다보면 저절로 따라부르게 되고, 보컬의 샤우팅스러운 창법이 시원시원하고 듣기 좋았다. 이 때가 일요일 저녁이라 아마 사람들이 많이 오지 못했을텐데, 더 큰 공연장에서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낼 것 같은.

 

공연을 보며 데드락을 최대한 아껴먹으려고 애써보았으나.... 시작한지 2시간이 넘어가니 도저히 공연 끝까지 나눠 마시려는게 나 스스로에게 잔혹하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 두 밴드의 공연이 끝난 후 사이시간에 맥주 하나를 더 샀다. 데드락을 한 번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참고 레드락 적은 양으로. 역시 맛있었지만 데드락이 더 맛있긴 하다.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라이브까페에 혼자 온다는 게 어느 정도의 용기도 필요하고 긴장되기도 했었는데- 마지막 공연이 끝나니 너무 너무 아쉬웠다. 이런 공연 다니는 것에 중독될 듯한 느낌도 들고.

내가 돈을 내고 그들의 공연을 감상하러 온 느낌이기보다는,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내가 들어와서 함께 즐거워지는 느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음악도 음악이지만 데드락 마시러 여긴 계속 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