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
단편선과 선원들의 해체 전 두 번째 공연. 해체전 vol.1이 언플러그드였던 것에 이어 vol.2 이번 장소는 클럽FF였다.
다행히 이번은 내가 쉬는 날이어서 좀더 일찍 가서 기다릴 수 있었고 두번째 줄에 서서 공연을 보았다.
클럽엪엪은 내가 작년 8월 라이브클럽데이에서 단편선과 선원들 공연을 최초로 봤던 곳이기도 하다.
그때 바로 입덕하고 나서 열심히 쫓아다녔는데- 여기서 해체전 공연을 보게 됐네.
오늘 셋리는, 발생-이상한목-모든곳에-뿔-동행-국가-연애-순-황무지-그리고언제쯤-노랑방(앵콜)
오늘 셋리가 지난 공연 때와 같을까 다를까 궁금했는데, 지난번과 다른 곡들을 많이 들려주려고 한 티가 났다. 평소에 잘 안하던 곡들도 넣어주고 그래서 내가 참 좋아하는데 자주 못듣던 곡들도 오늘 들을 수 있었다. 영상도 지난번과 다른 곡들만 찍으며 보고 다른 곡들은 편하게 따라부르며 즐기고.
공연 시작하기 전에, 추운데 일찍 와서 밖에서 기다리고 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마지막 공연은 더 아늑한 곳에서 할거라고 말했더니 관객들 다같이 아늑한 곳 안된다며 넓은 곳! 외치다가 상상마당에다 잠실 얘기까지 나왔다ㅋㅋ
공연 끝나갈 때쯤에 마지막, 진짜 마지막 공연인 해체전 VOL.3 공연 공지를 해주셨는데.. 12월 28일 저녁8시 상상마당!!이었음. 잠실까지는 아니지만ㅋㅋㅋ충분히 넓은 상상마당이라 다들 환호하고~ 12월 중순쯤일거로 예상했었는데 완전 연말로 잡혀서 놀라기도 함. 뭔가... 그날도 새해도 다 오지 않았으면 싶다. 여전히 나는 '해체'라는게, 이들의 공연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실감나지가 않아서.
첫 곡으로 '발생' 도입부 연주될 때부터 속으로 꺅 소리를 질렀다. '발생'도 엄청 좋아하는 곡인데 자주는 못듣던거. 마지막으로 라이브 들었던 게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단독공연 할 때였던 것 같은데.
단편선과 선원들, 발생
이어서 한 '이상한 목'도 마찬가지. 이건 특히 가사가 거의 소설 하나 읊는 수준으로 어려워서 완벽하게 다부르기 성공을 못한 날들도 꽤 있었는데...ㅋㅋ 오늘은 하나도 안틀리셨다. 편선님이 이틀동안 가사 열심히 외운 보람이 있다며 뿌듯해하고ㅎㅎ
단편선과 선원들, 이상한 목
'모든 곳에'랑 '동행'도 찍었는데 나중에 영상 다시 확인해보니.. 내가 너무 열심히 따라부르고 있어서 민망함에 올려놓지는 못하겠다. 사실 단편선과 선원들의 노래들 다 가사가 어려운 편인데 공연을 자주 봐오면서 나도모르게 막 따라부르고 있다. 뭔가 무의식적으로 즐기고 있어서 종종 영상 찍어온거 돌려볼 때 내가 이렇게 따라부르고 있었나 놀라기도 함ㅋㅋㅋ
'뿔'까지 하고 나서는 손가락에 피가 난 것 같았는데 앞에서 팬분이 밴드 내미니까(오오 이런걸 챙겨 다니시다니 속으로 감탄함) 괜찮다고 하시구. 잠시 도혁님에게 마이크 넘겨서 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하시고.
오늘도 멋있다 곡 너무 좋다 감탄하면서 봤다. 사실 좋아하는 밴드들 중에 볼때마다 즐거운 밴드, 볼때마다 멋있는 밴드, 볼때마다 재밌는 밴드 여럿 있지만.. 단편선과 선원들처럼 볼때마다 '어떻게 저런 곡들 만들었을까' 감탄하게 되는 밴드는 또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밴드가 더는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는 건 진짜 비극이야. 해체가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편선님이 미리 좀 들려주셨던, 신곡으로 나올 예정인 곡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것들도 다 너무 좋아서 밴드버전 엄청 기대하고 있었던.... 그런 곡들이 못나오고 묻혀버린다는거 너무 아깝고 슬프잖아.
오늘 또 오랜만에 해준 곡들 중 '국가'. 이것도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오늘 들을 수 있어서 속으로 거의 모든 가사를 따라불렀다. 아직 마지막 공연 셋리는 짜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날도 아직 안들려준거나 자주 안하던 곡들 다 넣어주셨으면 좋겠다. 발매기념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라이브를 들은 곡인 '러브송'이라던가... 평소에 거의 잘 안하는 '우리는' 이라던가. 가사가 다 너무 좋고, 그들와 영원히 함께 할 수만 있을듯한 느낌이 드는 곡들이라서.. 들으면 더 맘이 슬퍼지겠지만. 그래도 듣고 싶다. 마지막이니까.
단편선과 선원들, 국가
그리고 중간에 멘트할 때, 내일 수능인거 얘기하면서 뭐설마 내일 수능 치시는 분~? 하면서 편선님이 개드립이라고 했는데ㅋㅋㅋ 손을 드는 분이 있어서 다들 놀라고. 그 소중한 시간을 여기서...? 다들 예상치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편선님 갑자기 안경써고 관객석 훝어보고ㅋㅋ 근데 관객분이 반수?라고 외치셨나. 암튼ㅋㅋㅋㅋ 괜찮으니까 오신거겠지ㅋㅋ
'국가'에 이어서 모두가 떼창하는 '연애'까지 신나게 했다. 연애는 진짜 공연 때마다 꼭꼭 해야하는 곡이야.
'연애'까지 끝나고는 편선님이 오늘은 기타줄 안끊어질 것 같다며 이쯤에서 멤버소개 하자고~ 그리곤 멘트 서로 미루다가 결국 편선님이 멤버소개 하셨는데, 결국 멘트 후 바로 다음곡 '순'하고 기타줄 끊어짐ㅋㅋ'순'이 좀 격렬하긴 하지~ 그래서 편선님이 줄을 가는 시간동안 멘트칠 게 사라져버렸는데, 관객들 쪽에서 그럼 이번엔 악기소개! 성장배경! 막 이런거 외치다가ㅋㅋ 즉흥적으로 도혁님과 우영님이 연주를 시작해서 조금씩 맞춰가더니 수현님까지 합세해서 갑자기 또다른 연주가 생겨났다.
이게 단편선님이 줄 가는동안에 연주해주신 곡.
원래 평소에도 맞춰보던건가 아니면 정말 즉흥적으로 맞춰 연주한건가 모르겠는데, 암튼 이것마저 듣는데 너무 좋아버렸고... 짧을 줄 알고 감상만 하다가 좀 길어지길래 좋아서 중간부터 찍었다. 이사람들아... 음악 더 안만들면 어떡해요...
편선님이 퇴근시간이 다가온다고 두곡 남았다고 하니까 관객쪽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야근! 야근! 외쳐서 웃겼고ㅋㅋ 생각해보니 늘 단선원 공연올 때마다 출석인 관객들과도 자주 보다보니 얼굴 친숙하고 내적으로 친밀감도 가지고 있는데, 이제 더 공연을 못보면 이런 관객분위기랑도 안녕이구나 생각이 들어 또 아쉬워진다. 공연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밴드들마다 만들어져있는 공연의 레파토리를 알고 있고 그런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남은 두 곡은 '황무지'랑 '그리고 언제쯤' 이었다.
단편선과 선원들, '그리고 언제쯤'
이것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풀로 다 찍고 싶었는데..ㅜㅜ앞부분 중에 폰 용량이 다 차면서 영상이 꺼져버렸다. 흑..
그리고 오늘도 앵콜로는 '노란방' 같이 어이! 외치며 남은 에너지 폭발시키며 끝나고. 더 앵콜 외쳤지만 1시간 15분정도 선에서 공연이 마무리가 되었다.
진심으로,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내년부터는 바빠져서, 이들이 음악을 계속 해준다고 할지라도 내가 공연을 보러오지 못할 상황이긴 했다. 아예 홍대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바쁠거라서. 나 개인적으로도 이번 해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공연을 보던 취미를 끝낸다는 마음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이들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다는 게 '해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잠시 이별하는 느낌이다. 왠지 수련 잘 끝나고 몇년 후에 홍대오면 또 볼 수 있을 것만 같고.
솔직히~ 진짜 가망없는 일이겠지만 이들이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재결합하진 않을까, 이 밴드 관두고 살아보니 안되겠더라 하면서 다시 언젠가 음악을 시작해주지는 않을까라는 희망까지 내 마음속엔 있다... 정말 그저 내가 바라는 일이겠지만. 12월 28일, 마지막 공연을 갈 수 있을련지 아직은 잘 모른다. 너무나 수련 들어가기 직전인 날이라 어떤 상황일지... 하지만 오늘 공연 역시 '이게 마지막은 아니야'란 생각을 하며 봤다. 심적인 이별은 먼 일이야.
해체에 관련한 심정은 더 쓰지 못하겠다. '언제 어디에서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이 바람만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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