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일
내가 아끼는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귀염둥이 베이시스트였던 장원혁군(양반들에선 장쌍놈)이 고별하는 날.
처음 소식들었을 땐 충격이고 아쉬웠지만, 웃는 얼굴로 보내주기로 하고 기다린 고별공연이었다.
원혁군이 아직 대학교 재학중이기도 하면서, 맥주양조에 관심이 많아서 트위터상에서도 맥주전도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는데, 당분간(다시 밴드도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음) 밴드활동은 그만두고 학업과 하려던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결정한 것.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로뿐만이 아니라 장원혁이라는 사람을 응원하기 때문에(맥주강의를 갔던 적이 있다) 내가 아끼는 밴드의 멤버가 교체된다는 사실은 정말 아쉽지만 그래도 그의 인생을 응원하며 고별공연은 신나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소는 사운드마인드!
전에 낙성대에서 starfall liveday 할 때 장소가 여기 사운드마인드랑 롤링락이었는데 그 땐 롤링락에만 있었어서 사운드마인드 와본건 오늘이 처음. 롤링락보다 좀 덜 번잡한 느낌의 분위기였고, 무대 뒤로 스크린 쏴주는 것도 있어서 좋아보였다.
이번 공연 은 장쌍놈 고별공연이기 때문에, 장쌍놈의, 장쌍놈에 의한, 장쌍놈을 위한 공연으로 준비된 거라고 하면서 셋리스트부터 장소선정까지 다 장원혁군이 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 중 사운드마인드로 결정한건 집이 가까워서라고ㅋㅋ
공연의 게스트는 밴드 오오오(O.O.O.)와 에고펑션에러였는데 두 밴드 다 잠시 장원혁군이 베이시스트로 몸 담았던 곳이라고 한다. 저 위에 싸대기 때리는 포스터도 에고펑션에러 멤버가 만들어준 거라고 했던듯ㅎㅎ
공연시작이 7시라 6시반 좀 전에 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좀 서있었다. 전양반들의 단독공연이기도 하면서 장쌍놈이라는 베이시스트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고별공연이기도 하니까 전양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오지 않을까 싶었다.
고별공연의 오프닝을 해준건 밴드 오오오! O.O.O.!
처음에 기타매고 무대에 섰을 때(사실 무대라고 말하기 그런게 따로 스테이지가 없는 평지) 보컬 가성현님이 매우 쑥스러워하셨다. 여태 공연해보면서 이렇게 관객들이랑 가까운 거 처음이라고 눈을 못들겠다고ㅎㅎㅎ 그런데 정말로 코앞이었다. 두세걸음 정도의 거리였나. 암튼 그래서 고개드신 모습을 찍은 게 별로 없는....ㅋㅋ
밴드맨 장원혁의 장례식(흑흑ㅜㅜㅋㅋㅋ)을 시작하겠다며 공연을 시작한 오오오. 했던 곡들은 '너의 어젠 나의 오늘', '잔', '거짓말', '눈이 마주쳤을 때', '골목길이 끝나는 곳', '숨바꼭질' 이렇게였던 것 같다. 막 방방 뛰는 분위기의 곡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는지 가성현씨가 아무리 장례식이라도 묵념하듯이 있으실 필요 없다고 하시고ㅋㅋ 쑥스럽다면서도 재미를 주셨다. 쌍놈이가 간대니까 눈물나는거라고 하시면서 땀을 닦으시던..ㅋㅋ
'숨바꼭질'이라는 곡은 신기하게 전양반들의 '도깨비'와 가사 비슷한게 있었다. '꼭꼭 숨었다 머리카락 보일라' 라고 따라부르는 부분 있어서 같이 하자고 미리 연습시키시고ㅋ 표정은 침울한데 목소리는 생각보다 크다며 칭찬해주심. 사실 난 오늘 O.O.O.를 처음 안 것이자 처음 본 것이었는데 감성적인 노래나 사랑 관련된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주면 되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과 연애쪽으로 감성이 떨어져서 가사보다 목소리와 밴드사운드를 즐겁게 들었던.
두 번째 무대는 에고펑션에러!!!
에고펑션에러는 이번이 세 번째 보는건데, 처음 봤던게 폰부스 키비타스 공연에서의 게스트로, 두 번째가 파블로프 단공에서의 게스트로 본 거였다. 우연히 이번까지 게스트로 계속 보게 되는건데 늘 분위기를 신나게 발랄하게 띄워주어서 너무 좋아하고 보면 기분 좋아지는 밴드.
언제나처럼 에너지넘치는 에고펑션에러! 오늘 신곡이라는 '여우비'를 첫 곡으로 들려주셨다. '난 모른다오' (꺄르르 꺄르르 너무나도 귀여움ㅋㅋ) 내가 좋아하는 '삐뚤어져버릴테다' 랑 마지막곡에 '꿈속의 꿈'도 있었다.
중간에 아이고 원혁아-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이러다가 한 얘기가.. 사실 무대 떠나도 공연장에선 자주 볼 것 같다고ㅋㅋ 왜냐하면 밴드맨이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들 공연을 꽤 보러다니기 때문에 어느 날 어느 공연장에선가 관객으로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ㅋㅋ 밴드맨이기에 다른 밴드에서 그냥 놀러오라고 따로 티켓팅없이 초대도 받는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티켓팅 해서 다닌다고 한다. 밴드과 공연을 사랑하는 장원혁.
하이라이트는 장원혁도 뒷무대에 같이 베이스로 참여한거ㅋㅋ 원래 오늘 장원혁군이 베이스를 쳤던 두 밴드가 게스트라길래 각 팀이랑 콜라보로 연주도 하려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였다. 앞에 O.O.O. 무대에서도 한 곡정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 같이 준비가 안되어서 에고펑션에러랑만 같이 하게 되었다고ㅎㅎ 같이 무대를 하는데 서로 친해보이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무엇보다 장원혁ㅋㅋ너무 귀여움ㅋㅋㅋㅋㅋ 신나게 에고펑션에러 분위기에 맞춰 까불까불ㅋㅋㅋ
그리고 난 에고펑션에러의 드럼멤버를 참 좋아한다. 물론 멋진 김꾹꾹님과 보컬 김민정님도 참 좋아하지만 드럼 곽원지님 너무 귀여우시다. 지난번 파블로프 공연 때에도 사투리 쓰시는거 보고 되게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중간에 멘트 하실 때마다 말투가 왜이렇게 귀여우시지ㅋㅋ
어쨌든 그렇게 에고펑션에러가 띄운 분위기를 전범선과 양반들이 이어받았다. 장원혁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다들 검게 차려입고 왔는데 나름 상제복이라며ㅋㅋㅋㅋㅋ 오늘로 장쌍놈은 죽이고 장원혁으로 굳세게 살아가도록 하자고.
오늘 장원혁이 만들었다는 셋리스트는 정말정말 좋았다! 일단 평소에 공연장에서 잘 안했던 곡들이 반갑기도 했고 오늘의 분위기에 맞게 잘 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곡을 '이리오너라'로 시작해서 이어 '까치'를 하고 '난세의 영웅', '아래로부터의 혁명', '불놀이야', '나그네', '도깨비', '강강술래', '설레임' 그리고 앵콜곡으로 '그대가 있기에'.
특히 이리오너라, 까치, 난세의 영웅, 그대가 있기에 이 곡들은 라이브로 아예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고 한번쯤 들었던 것도 있고해서 오늘 다 들으니 너무 좋았다. 사랑가 앨범에 있는 곡들도 참 좋은게 많아.
평소에 안하던 슬픈 노래 위주로 넣은 것도 있고ㅋ 또 '난세의 영웅'은 장원혁이 특히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다. 최현규양반이 최근에 기타를 새로 사서, 중간에 기타를 바꾸면서도 했는데 일렉 소리 정말 너무나 좋다. 기타도 예쁘고ㅜㅜ 전범선군이 오늘 장쌍놈 장례식에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도 하시면서. 앞에 O.O.O. 보컬이 전범선 중학교 학원친구랬나ㅋㅋ 암튼 서로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ㅎㅎ 오늘 전양반들 공연 때마다 휴지(살풀이용도ㅋㅋ) 준비해서 오시던 팬분이 안오셔서인지 불놀이야 할 때 살풀이까지 하진 않았지만, 협소한 공간인데도 '강강술래' 할 때 겉으로 원을 만들어서 도는 무리가 있었다ㅋㅋㅋ 아래사진은 맨발 장원혁과 짚신 전범선의 자태ㅋㅋ
그리고 오늘 싸대기 때리기로 했었는데ㅋㅋㅋㅋ 그 에고펑션에러가 만들어줬다는 포스터에 '하라는 음악은 안하고!' 라는 말과 함께 싸대기 때리는 장면이 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싸대기 때리자고 그랬는데 전범선군이 공기싸대기 때리고 장원혁 맞는척 시뮬레이션 하고ㅋㅋ 진짜는 술 많이 먹이고 하겠다며...ㅋㅋ
그리고 그냥 내 느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최현규군이 연주 중간중간에 장원혁 쪽을 자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마지막이라서? 어쨌든 전범선을 가운데 두고 일렉과 베이스가 늘 양쪽에 서게 되는데 오늘따라 공연을 찍고있다보니 원혁을 향한 현규군의 시선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이들을 좋아하는 우리도 이렇게 아쉬운데 같이 오랫동안 밴드활동을 함께한 멤버들이야말로 가장 서운한 자리가 아닐까 싶었던.
오늘 뒤에 두 곡이 하이라이트였는데 마지막곡이었던 '설레임'을 장원혁군이 보컬로 불렀고(못불러도 마지막이니까 들어달라며...ㅋㅋㅋ), 앵콜곡 '그대가 있기에'는 너무 오늘 자리에 공감가는 가사였다. 고별공연인거 어느새 잊고 신나게 즐기고 있다가, '그대가 있기에' 곡 들으면서 아.. 진짜 장쌍놈 마지막인 자리구나가 느껴졌던(흑흑). 장원혁군이 자기 심정을 대변하는 곡을 준비했다고 말한.
그대가 있기에 난
조금 더 외로워요
어쩌죠
아마도 그댈 아직 몰랐다면
그리움도 몰랐을텐데
한번도 안아보지 못했다면
허전함도 몰랐을텐데
나중에 세어보니까 1시간 넘는, 충분한 셋리스트였는데도 공연이 끝날 땐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마치 30분밖에 안한것처럼. 많이 아쉬워서였던 것 같다. 다 끝나고 나서 사진찍고 싸인받고 하는 시간.
장원혁ㅋㅋㅋㅋㅋ 끝까지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에게 웃음을 줌.
(장원혁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겠지)
흑흑 전범선과 양반들의 가족사진. 뭔가 찡하다. 계속 이렇게 오래도록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물론 전범선과 양반들은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할 것이고, 앞으로 새롭게 함께 할 베이스 멤버도 환영하지만, 어쨌든 내가 전양반들을 처음 좋아하기 시작할 때의 이 모습, 이건 첫인상이자 첫기억이기에 다른 기억이 대체할 수가 없는 것.
우리도 이렇게 밴드맨 장쌍놈과 이별하는게 서운하지만
제일 마음이 힘들것은 그러기를 결정한 장원혁 본인일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활동을 익숙해질만큼 오래 했고
좋아해왔으니 그 생활을 바꾼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또 새로운 적응을 필요로 하겠지.
분명 나는 멤버가 바뀐 모습에 익숙해질 것이고
전양반들의 음악을 계속 좋아하겠지만,
장원혁이라는 사람이 있었던 전양반들도 분명 그리울 것이다.
장원혁은 하려던 일을 하고 돌아온다고 했고
얼마 후가 되든 나도
그가 무대에서 또 신나게 베이스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동안 전양반들의 멤버로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어서 정말 고맙고
앞으로 하려던 일, 하고싶던 일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응원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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