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8일
두 번째 오는 클럽FF. 이번 클럽 FF 티켓을, 씬디티켓라운지에서 구매하면 1+1로 들어갈 수가 있었는데 온라인, 오프라인 일찌감치 다 매진이었다. 다 매진이라는 이야길 듣고 오늘 아예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역시 시간맞추어 가니 들어가서 앞자리에 서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오늘 공연은 시작이 9PM.
순서는 전범선과 양반들-카더가든-24아워즈-폰부스-ABTB!
대충 시간 계산을 해보니 4번째 순서인 폰부스가 끝나면 11시반이 될 것 같았다. 오늘 공연보러 가는 주목적이 폰부스와 24아워즈이긴 했지만, 다 보고 싶었는데 시간상 마지막인 ABTB 공연까진 못보겠다 싶어서 아쉬웠다.
전범선과 양반들은 여러 인디밴드들 안에서 타고 다니다가 알게 되었는데, 어떤 밴드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컨셉이랄까. 양반록, 조선 로큰롤의 창시자라고 이야기되고, 돌아다니는 공연 사진에도 상투머릴 한다던가 한복류를 입는다던가 짚신같은 걸 신는다던가 했던 걸 봐서 호기심 증폭 상태였다. 제일 궁금했던 무대!
카더가든은 이번에 처음 들어서 찾아보았더니, 카(차) 더가든(정원) 원래 실명이 차정원이신 분이 만든 밴드였다. 예전엔 '메이슨더소울'이라는 이름을 썼었는데 그 이름엔 소울음악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었다가 이제 소울에 국한하지 않고 더 다양한 장르를 하겠다고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노래들을 찾아보니 로꼬, 빈지노, 버벌진트 등 유명한 가수들이 피처링한 곡들이 많았다.
24아워즈는 지난 폰부스 단공 때 앞에 했던 짧은 공연 후 두번쨰로 보는 거였는데, 그 후로 24아워즈 노래를 찾아들어보다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이 생겨서 오늘 더 기대되기도 했다. 째깍째깍, blackhole, 숨쉴 수 없어, 널 생각해, 오늘도, escape, 꿈속으로 이런 노래들.
폰부스는 당연히 티켓팅 할 때부터 누구 보러 왔냐는 말에 바로 이름을 댄 하이라이트 순서였고. ABTB 공연도 찾아보니 엄청 소리지르고 뛰는 공연들 같아서 기대됐었는데... 시간상 결국 볼 수 없었다.
폰부스 단공 때는 중간 테이블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게 단공 스탠딩을 위한 구성이었나보다. 오늘은 들어가보니 중간 테이블과 의자들이 많아서, 상당명수가 앉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물론 난 처음부터 앉을 생각이 없었지만.
일찍 들어갔더니 지난번보다 더 앞에 설 수 있어서(두번째줄) 신났다. 너무 앞이라 지난번처럼 무대와 멤버들이 사진에 한 번에 안담긴다는 단점을 막상 사진찍을 때에야 깨달았지만, 내가 사진찍으러 온 건 아니니까. 티켓팅할 때 4000원짜리 free drink 를 마실 수 있는 표도 같이 준다. 들어가서 바로 그 가격에 맞는 럼콕을 하나 마셨다.
첫 무대 '전범선과 양반들' ~ 보컬이자 기타를 치는 전범선과 세 명의 양반들이라는 일렉 최현규, 베이스 장쌍놈(본명은 장원혁인 것 같다), 드럼 김보종으로 구성되어있는 밴드다. 다들 머리를 넘기고 정장차림에 매우 말끔한 모습으로 나오셔서 내가 했던 예상과는 달랐다ㅋㅋㅋ 나중에 찾아보니 이렇게 말끔하게 차려입을 때도 많던데 난 왜 옛날 사람들처럼 입은 것만 봤지.
보컬 전범선씨 목소리가 뭔가 사포로 정교하게 갈아 만든듯한 목소리라고 해야하나- 거칠고 강한데 멋있다. 특히 저음 내리깔 때나 음을 길게 빼서 부를 때 끝에 따라오는 허스키한 느낌이 정말 멋있게 들렸다.(특히 구운몽이라는 곡에서 전범선씨 목소리가 너무너무 좋다) 이 밴드의 곡들이 대부분 느린 편이던데 이렇게 곡을 멋있게 끌어가는 게 전범선씨의 목소리와 노래 스타일이라서 가능한 것 같다. 노래 부르다가 관객석을 쳐다보며 한 번씩, 씩 웃는 표정도 멋있었다.
카메라에 한 번에 안들어와서 따로따로 찍은 사진들.
'아래로부터의 혁명' 부를 때 엎어보자! 하고 신명나게 북 치는 전범선씨. 보고 있으면 같이 북치고 싶어진다. 관객들마다 북 하나씩 앞에다 놓고 다같이 치면 진짜 신날듯! 이 밴드의 컨셉이 어떻게 탄생하게 된건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찾아 보니, 전범선씨가 역사공부를 한다고 한다. 철학사도. 낮에는 공자왈 맹자왈 훈장질을 하고, 밤에는 풍류를 즐기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걸 포용할 수 있는 게 양반이라는 단어였다고. 노래 내용들도 낮엔 역사, 혁명같은 것을 공부하다보니 밤에 곡을 쓰면 단어나 이미지, 스토리가 혁명에서 나오게 된다고 한다.
불놀이야, 도깨비, 난세의 영웅, 강강술래를 더 불렀다. 노래들을 듣고 있다보니 진짜 가사들이 조선시대에 있었을 것 같은 락밴드가 타임머신 타고 온 느낌ㅋㅋ 마지막 곡 강강술래를 할 땐 코러스 부분에서 다같이 손잡고 빙빙돌며 강강술래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실망시켜드렸다. 다들 박수치고 소리지르면서 재밌게 놀았지만 다함께 강강술래 하기엔.. 음ㅋㅋ 뒤에 테이블들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분명히 신나게 잘 놀았다. 사실 가사가 공감이 잘 안되었는데 보컬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돌아와서도 계속 찾아 들었다.
두 번째, 카더가든! 무대 바뀌는 것 기다리는동안 사람들 수다가 들리는데, 카더가든을 보러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곡이 끝날 때마다 엄청난 환호에 카더가든도 오늘 여러분 다 기분이 많이 좋으신가보다고 왜 이렇게 잘해주냐고ㅎㅎ
카더가든의 오늘 의상은... 청자켓 걸친 꿀벌같았다ㅋㅋ 그게 옷도 꿀벌무늬이긴 한데 머리모양도 뭔가 더듬이같은 느낌이 좀 있어서 더 꿀벌의 느낌이..... 설마 의도하신건 아니겠지? 뭔가 겉모습은 힙합하실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막상 불러주시는 노래들은 부드럽고 감성적이어서 더 반전이었지만! 너의 그늘이라는 곡도 자신의 그늘이 되어주는 그 분을 위한 곡이라며 로맨틱한 멘트를 날리셨다.
Little by little, 너의 그늘, 말포이, 21days, bushwick 등을 불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little by little이랑 말포이! little by little은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고, 말포이는 7월에 발매될 앨범에 있는 곡이라는데 후렴부분 shut up shut me up 을 다같이 따라부르게 교육 후(?) 불러서 더 재밌었다. 가사 전체를 알아듣지 못했는데, 앨범 나오면 이 곡 가사 전체를 꼭 읽어봐야지, 궁금하다. 해리포터가 말포이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 shut up. 노래 제목이 말포이라니ㅋㅋ 클럽에서의 공연은 아직 많이 안해보셨다고 하시던데 오늘 공연에서 클럽의 흥폭발 분위기를 느끼셨길ㅎ
세 번째, 기다렸던 24아워즈!!!!
보컬이자 기타치는 이승진, 기타 김혜미, 베이스 김혁재, 드럼 민은홍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된 혼성밴드!
지난 클럽 타에서 서울문 공연 때도 봤던 김혜미, 너무 예쁘면서 멋있다.
두 번째곡이 '숨쉴 수 없어' 여서 너무 좋았다. 내가 24아워즈 노래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노래. 24아워즈도 좋아하게 된 게 보컬 목소리 때문인데 이 노래에서의 보컬 목소리를 특히 좋아한다. 뭔가 목소리가 일렉기타를 통과해서 나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일렉이 사람 목소리로 나온다면 그런 목소리일 것 같은. 일렉소리와 보컬 목소리가 너무 잘어울린다. 앞에 전범선씨와는 다른 느낌의 허스키인데 독특해. '수우우~~~움~을 싈 수가 없오~' 하면서 끝마다 살짝 들어가는 바이브레이션이 있는데 그것도 좋고. '째깍째깍'이랑 '숨쉴 수 없어'는 간주 기타 연주가 나오면서부터 이미 고개가 끄떡끄떡거려진다. 오늘 느낀건데 보컬 머리 노란 염색 저렇게 잘 어울리기도 힘들 것 같다. 뭔가 보컬의 까만 머리가 상상이 안된다ㅋㅋ
역시 완전 사운드 빵빵 터지는 락밴드 24아워즈! 다들 방방 뛰고 분위기 최고조. 마무리를 째깍째깍과 jane으로 하면서 절정이었다! 째깍째깍 할 때, 베이스 김혁재씨랑 같이 째깍째깍 외치는 거 너무 신남. jane 한다고 할 땐 열심히 따라부를 시간이기 때문에 목부터 가다듬고ㅋㅋ 이런 떼창의 시간도 너무 좋다. 24아워즈가 한동안 스케줄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 새 앨범 준비를 하고 있고 앞으로 스케줄도 많아질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공연은 6/3 에반스라운지라던데 갈 수 있을까. '널 생각해'도 너무 좋아하는데 다음 공연 때엔 꼭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볼수록 더 빠져드는 24아워즈!
그리고 제일 기다렸던 폰부스!!! 사실 24아워즈 다음 순서인 게 부담되지 않을까도 싶었다. 물론 폰부스도 신나는 곡들이 많지만, 24아워즈는 안그래도 락밴드들 중에 정말 쾅쾅 폭발적인 편인데 마지막에 째깍째깍, jane으로 그 사운드롤 끝까지 끌어올리고 끝내버려서.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레이져가 평소 잔잔하게 부르던 것도 오늘은 더 목소리를 갈아서 부르는 듯한 느낌? 목 상하는 거 아닌가 아프겠다 싶을 정도로. 걱정되었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레이져 목소리.
사진을 잘 찍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폰부스가 다들 신나게 놀아서인지, 대부분 흔들렸다. 내가 뛰어서 그런가. 그나마 좌측에 있었기 때문에 박한, 이상민 두 분이 잘 들어왔다.
레이져는ㅋㅋ 오늘 왼쪽 가슴께에 웬 분홍색꽃을 달고 왔다. 그 꽃의 컨셉이 뭘지, 그냥 산건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숨바꼭질' 부르다가 가사 '난 아직 보고싶은 꽃이 있다고' 에서 꽃을 막 흔들기도 하고, 나중엔 머리에 꽂았다ㅋㅋ
평소에 거의 티 위에 가족자켓만 걸쳤었는데 오늘은 정장 자켓같은 것을 입은 레이져. 늘 느끼는 거지만, 눈감고 노래부를 때 양 눈꼬리가 내려가있는 표정이 너무 좋다. 첫 두 곡이 극지와 바코드였는데 둘 다 사실 잔잔한 편인 곡들. 하지만 평소보다 더 파워풀하게 부르고 온 몸으로 열정을 불사르며 24아워즈가 띄워놓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평소엔 땀 정말 열심히 닦는데 오늘은 땀도 한 번 안닦고, 멘트도 많이 안하고 줄기차게 곡들로 달렸다. 아무래도 단공 때보다 적게 주어지는 시간에다, 또 이미 늦은 밤시간대라 최대한 많이 들려주고 얼른 보내주려는 것이었을 거라고 혼자 생각함ㅋㅋ
오늘 셋리스트는 극지, 바코드, revolver, 숨바꼭질, 재클린, 그리고 평소처럼 mai 2016에 이어서 1-7로 마무리!
재클린을 북클린이라고도 하는데 멤버 두 명이서 북치는 부분ㅎ 소녀들의 팬심폭발을 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은 태우님이랑 상민님이 북클린!! 이 격정적인 동작에 폰카메라는 좋은 화질로 담을 능력이 안되었다.
mai 2016할 때 레이져가(레이져님이라고 하긴 이상하다) 호루라기 불면서 탬버린도 치면서 박한님의 그 이름 모르겠는 악기랑 관객들 박수까지 암튼 다같이 같은 박자로 사운드 최고로 올리는 부분이 있는데 엄청 신난다.
화질은 안좋지만 모아본 개인 컷과 단체 컷들. 지난 가디단역 공연 때 이렇게 호응을 할 수 없었어서 그런가, 오늘 폰부스 단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좋았다. 뛰고 떼창하고, 역시 재클린과 1-7은 떼창이 딱!!
노래 중간에 레이져가 폰부스 스티커를 공중으로 던져 뿌리고 나눠주기도 했는데, 신디티켓라운지에 없어서 못가져왔던 PHONEBOOTH 이름 스티커길래 기뻐하며 얼른 받았다. 아쉬운 건, 중간 순서라 그런지 앵콜 없이 끝나고 바로 스크린이 내려가던 거. 아마 마지막 순서였으면 앵콜까지 했을 거 같기도 한데.... 사실 오늘은 시간대가 너무 늦긴했다. 지하철 안놓치려고 폰부스 끝나자마자 잽싸게 나와서 뛰었는데 결국 놓쳤으니.
오늘 온 팬들이 거의 폰부스팬들이었던건지 나처럼 시간이 늦어서 마지막 공연을 포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올 때 보니 무대 앞을 장악하고 있던 상당수의 여자팬들이 다음 순서인 ABTB가 걱정될 정도로 다 같이 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폰부스의 퇴근길은 보지 못했지만, 트위터로 여러 팬들이 사진들을 많이 올려주어서 구경했다. 어느정도 이성을 내려놓고 음악에 빠져들면서 다같이 좋아하는 밴드 앞에서 함께 신나는 게, 오늘도 너무 좋았던 날. 이제 6월에 접어들어서 공연을 자주 가진 못할 것 같지만, 내년부턴 더더욱 그렇겠지만, 늘 이들이 홍대에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오면 이 음악들을 들을 수 있게.
'다시감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럽FF 'Wonderwall' (0) | 2016.06.04 |
---|---|
에반스라운지 'Special lounge rock vol.39' (0) | 2016.06.03 |
가산디지털단지역 폰부스 (퇴근길 버스킹) (0) | 2016.05.26 |
제비다방 '후추스' (6) | 2016.05.22 |
nest NADA 'Blow spring fever' (0) | 2016.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