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4일
오늘 강남역 레인보우bar에서 폰부스 공연이 있어서 갈지말지 엄청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클럽 타를 택했다.
레인보우바는 물담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많다고 하고.. 뛰어놀만한 무대도 아닌 것 같고 해서.
이 공연은 폰부스공연 있다고 듣기전에 가려고 생각해 놓았었던 공연이었다. 또 락ㅋㅋ 오랜만에 까페 언플러그드 같은 곳 가서 감성적인 노래들 좀 들어볼까 잠깐 생각도 했지만... 락으로의 끌림을 떨칠 수가 없었다.
클럽타 가기 전에 홍대입구역 북스리브로에 들려 책을 산 후 까페에 가는데, 진짜 이런 모습이 주말 홍대거리구나 하는 걸 제대로 느꼈다. 어디서 그렇게 쏟아져 나와서 대학생들이 다들 한 뭉태기씩 뭉쳐있는지- 버스킹이며 댄스며 거리 한 블럭마다 거의 집단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던. 날씨도 더웠는데 다들 열광이었다. 까페도 조용하고 조그만 곳 들어가고 싶었는데 하나같이 사람들이 가득 차있어서 결국 커피빈.
이번엔 아들러를 어떻게 꼬집어줄까 하는 마음으로 산 '미움받을 용기 2' 와 헤이즐넛 아이스 블렌디드. 언제부턴가 헤이즐넛향이 너무 좋다. 원래 계획은 책을 읽는 거였지만, 글 정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다. 공연시작은 6:30pm이고 6pm부터 입장시작이라고 해서 그쯤 출발. 주말은 평일보다 시작 시간이 빨라서 좋다.
클럽 타는 지난번에 갔던 클럽FF 옆쪽에 있었다. 여기서도 늘 공연이 있어서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했던 곳.
클럽 FF는 무대를 중심으로 거의 정사각형? 세로로 약간 더 넓었다면, 클럽 타는 가로로 공간이 넓고 테이블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클럽FF 갔었을 땐 앉을 곳도 많지 않아 대부분 무대 앞에 서있었지만, 여긴 다들 앉아있는 분위기였다.
bar에서 가격은 레드락 생맥주 한 잔에 4000원 정도. 마시고 기다리다보니 무대를 다 가리지못하는 저 스크린이 올라가며 시작ㅋ 아, 오늘 라인업은 모두 꽤 유명한 것 같은데 역시 내가 알리는 없었고, 미리 그들의 공연들을 찾아 들어보고 갔다.(보인키는 폰부스와 같은 트리퍼사운드라서 들어보기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보니 매일 새로운 밴드 새로운 음악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너무 좋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 즐거움을 너무 알려주고 싶어서 이야기하지만, 아마 그들도 나처럼 라이브공연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첫 순서는 서울APT 였는데, 이스턴 사이드킥이라는 밴드의 베이스였던 배상환님의 새로운 밴드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유명하신 것 같았다. 뭔가 수염이 잘 어울리고 멋있으셨음. 서울APT로 오늘 공연이 네 번째라고 한다.
나쁜 피, our last dance, 새벽, Bob(베이스 소리가 밥밥거려서 밥이라고 했다고ㅋㅋ), 정글 이런 곡들이 있었고- 가사가 다 영어인지 들리지 않았지만ㅋㅋ 그냥 곡이 신나서 신났음. 베이스 소리도 좋고. 늘 공연 첫 팀이 할 때 보면 공연보러 온 사람들 분위기라던지 그 날 공연의 전체적인 느낌이 오는데, 호응 좋고 흥겨운 느낌으로 출발:) 몸이 들썩들썩. 서울APT도 이런 호응받는 거 오랜만이라며(오랜만이라고 했다가 아니, 처음이라고 말을 바꾸심ㅋㅋ) 즐거워하셨다. 새롭게 시작된만큼 앞으로 공연 많이 하시길!
밴드 서울APT가 뭔가 상남자의 느낌이었다면 다음 순서인 모브닝은 대조적으로 꽃의 느낌이었다ㅋㅋ
이전에는 타이탄이라는 밴드였다가 모브닝으로 바뀐 지 3달정도 되었다고 한다. 세 명 다 아이돌스러운 외모에 화음이 너무 좋았던. 밴드에서 코러스, 세컨드 보컬은 늘 있어도 풍성한 화음 넣는 밴드는 많지 않은데 모브닝은 멤버들 목소리도 다 미성인데다 화음이 잘 맞아서 듣기 좋았다. 신곡이라는 뒹굴뒹굴은 '뒹굴뒹굴' 할 때의 멜로디를 같이 따라해보게했는데 그 멜로디가 아직도 기억난다. 노래가 귀엽고 우리 일상생활에 공감될만한 가사라서 재미있었다. 미리 찾아봤을 땐 이 분들이 커버곡을 해서 영상 올린 것도 많았다. 멜로디도 대체로 부드럽고 좋은 곡들이지만 무엇보다 여심 홀릴만한 미성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건반이 들어가있는 밴드를 많이 못보았다보니, 건반 소리가 더 반갑게 들리는 것도 있다. 핑퐁, 뒹굴뒹굴, 걷고 싶어요, 당신은 무지개 등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걷고 싶어요'가 너무 좋다. 미리 들었을 때도 제일 좋았는데 공연 끝나고 돌아와서도 계속 듣게 된다. 예쁜 목소리 덕분에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
그래도 이 때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는데 다음 서울문 순서가 되자 무대 앞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카메라를 들고. 역시 요즘 대세는 걸크러쉬인가! 처음 보는 여성 3인밴드에 더 기대되었다.
미리 찾아봤을 때 서울문의 여자멤버가 24hours 멤버와 엄청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24hours 의 멤버 김혜미가 맞았다. 내가 얼굴인식장애가 있는건 아니었구나ㅋㅋ 24hours 볼 때에도 너무 예쁘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라디오, new world, 언제까지나, 처음봤을 때 이런 곡들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했던 '처음봤을 때'라는 곡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따라부르기도 쉽고 신나고. 파워 있는 드럼 소리도 너무 좋았음. 알고보니 베이시스트도 바이바이맨이라는 밴드의 멤버였다. 앞에 서울APT도 그랬듯이 기존 밴드 뮤지션들이 새롭게 뭉쳐서 밴드를 만드는 일도 많은가보다. 어쨌든 큰 환호를 받으며 공연 진행. 서울문은 뭔가 예쁘면서 멋질 수 있는 여밴드의 모델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네 번째 순서, 이글루 베이 때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앞으로 나가서 나도 무대앞으로 나갔다.
미리 알아봤을 땐 간결하고 명료하게 다듬어진 기타팝이라고 설명 되어있었다. 이글루베이 팀명 의미도 궁금해서 찾아봤었는데, 밖에서 손을 대면 차갑지만 그 안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있는 이글루라는 단어로 음악적 매치가 되어서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운드에 비해 가사들도 감성적이었다! Winding road, dot dot dot, don't touch my gin, 달바람, 데미안라이스 커버곡 등을 했고, 마지막곡은 baby lion 이었다. don't touch my gin이랑 baby lion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환호하는 팬들도 많았고, 지난 주에 밴드 1주년이었어서 기념공연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즐기다보니 벌써 마지막 순서 보이즈인더키친. 보인키 무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진짜.... 늘 공연의 마지막 순서가 그렇긴하다만, 대박이었다. 보인키도 보인키지만 팬들이.... 어찌나 귀엽던지!!!!!ㅋㅋ 무대 셋팅하고 있을 때부터 무대 앞에 서있는 소녀팬들이 머리에 보인키 앨범 스티커를 붙이고 있길래 심상치않다 여겼는데(너무 귀여워서 찍고싶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으니 아쉽..) 진짜 단체 팬클럽이라도 온건지 보인키 공연 내내 호응이 엄청나서 심지어 그게 더 재미있었다는. 보인키 팬들의 팬이 될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ㅋㅋ
중간에 보컬이 '저희가 고용한 알바 아니에요' 라고 멘트를 날릴 정도로 팬들 호응이 엄청났다ㅋㅋ 그 정점이었던 곡이 the dancer 였는데 처음에 따따따따(인지 빠빠빠빠 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기타소리에 맞춰서 팬들이 멜로디 부르는데 저절로 이들을 따라하게 됨. 즐거워지고 싶을 때마다 the dancer 공연영상 찾아보면 될 정도다ㅋㅋ 심지어 옆에 서있던 외국인이 그렇게 뛰며 따다다다 하는 팬들이 신기했는지 보인키무대가 아니라 팬들을 찍고 있었다. 노래 중간에 연결고리 가사까지 넣었는데 정말 이 곡 공연은 최고인듯. 팬들과의 하나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뛰어놀려고 운동화를 신고 왔다는 보인키, 정말 무대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역시나 인기곡인 vivo도 최고였고.
보인키가 상도 많이 받고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공연을 본 건 처음인데, 보고 나니 왜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다. 무엇보다 그냥 음원으로 들어볼 땐 분명히 한글 가사인데도 가사를 하나도 못알아듣겠어서(무슨 말인지는 이들 곡을 들어보면 안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나니 그게 이들의 매력인 걸 느꼈다. 인터뷰한 영상을 봤는데 보컬의 초창기 마인드가 '니네 가사 알아들을 생각하지 마' 하는 마인드였다고 한다ㅋㅋ 프로듀서와 그 문제로 부딪히기도 했다는. 엉뚱하고 독특하지만 진짜 이 보컬의 목소리와 그 발음이, 모르고 들어도 보인키 노래인지 알아볼 수 있게끔 한다. 뭔가 또렷하게 발음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슨 발음인지 모르겠는 독특한ㅋㅋ 그 속에서 목소린 또 너무 좋음. 그래도 역시나 이들 공연의 최고 무기는 호응하는 팬들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날 더 신나게 만드는 게 보인키인지 팬들인지 할 정도. 보인키 공연은 다음에도 꼭 가고싶어진다. 다음엔 나도 the dancer 앞부분 바로 따라해야지ㅋㅋ 원래 내 음악 플레이어 리스트에 폰부스와 파블로프 곡들만 있는데 오늘부터 보인키 곡들도 추가.
다 끝나니 9시반정도 되었나. 거의 3시간이 흐른건데, 공연에 빨려 들어가면 매번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쉽기만 하다. 늘 다리아픈 건 다 끝나고 나서야 느낀다. 보인키가 공연 중에 어제 강남역 레인보우에서 공연하며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하니 딱 그 시간 즈음에 거기서 공연하고 있을 폰부스가 생각이 나서 순간이동이라도 잠시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오늘 클럽 타 공연 온 것도 너무 좋긴 했다. 어느 공연에서든 늘 즐겁기로 예정되어있는 게 내 마음 상태이기도 하지만. 아직 라이브 못들어본 눈꺼풀이 없다-도 불렀다던데. 폰부스 다음 공연은 꼭 가야지.. 홍대에서 해줬으면 좋겠다.
공연장은 개인적으로 클럽 타보다는 클럽FF가 더 좋은 것 같다. 여긴 가로로 넓다보니 시선이 좀 넓게 분산되는 느낌이 있어서. 이제 제비다방이랑 nestNADA도 가보고 싶음. 사실, 이런 즐거움을 아예 모르고 살았다면 모를까 이렇게 빠져버린 이상, 바빠지고 나서도 잠을 줄여서라도 찾아올 것 같긴 하지만.. 정말 올 해 1년이 '내 시간을 막 누려도 되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라는 마인드로 거침없이 보내고 있다. 아직도 공연장 안에서 때론 홍대 길거리에서, 나 스스로 일탈하러 온 이방인의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서른 되기 전에 이런 시간들을 얻은 게 너무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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