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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씹기/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中

처음에 나는 밤송이 하나를 받아 들고 그것이 인생이라 여기며 쩔쩔매고 있었던 것 같다. 손바닥뿐 아니라 온몸을 찔러 대는 그것을 버릴 수도, 감싸 쥘 수도 없었다. 겨우겨우 밤송이를 까고 그 안의 것을 꺼내 들었을 때는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산다는 게 밤송이 같을 수가 있는가. 그 때는 진갈색으로 빛나는 밤톨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삶이란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에 진갈색 껍질을 벗겨 보았을 것이다. 그 안에는 연갈색 융단 같은 보늬가 있었고 그 때는 또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 밤알을 손바닥에서 굴리며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노이로제이고,
아무것도 아닌 말에 상처 입는 게 콤플렉스이듯,


그 사람이 선택하는 단어가 그 당사자의 상처였다.


그러고 보니 몇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늘 '귀찮아'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무료하다'는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바로 그 단어가 상처이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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