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전율이 지나갔다. 그리고 태연히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엄마가 약간은 두렵고 또 가여웠다. 우리가 보는 것들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감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얼마나 치명적인가.
상처와 치유가 별개냐? 내가 내가 아닐 때, 그것은 상처이고 내가 다시 나를 찾을 때, 누구에게도 먼저 내 잘못이 아니라구요, 변명하지 않을 때 그게 바로 치유가 아니겠냐고...
내 슬픔 하나를 두고, 그것에 정신이 팔려, 그것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시킨 채로 우리는 또 얼마나 남의 상처를 헤집는 것일까.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잇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있다.”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고.
언제나처럼 좋은 말은 나를 아프게 한다. 과녁을 정확히 맞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온몸으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라왔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그리고 그것은 실은 나누어질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라는 것도 깨달아졌다. 엄마는 그렇게 엄마 몫의 삶을 지고, 나는 내 몫의 삶을 지고 가는 것, 아무리 사랑해도 각자가 지고 갈 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 그것이 인생일까.
눈은 수만 개의 흰 나비 떼처럼 혹은 일찍 찾아온 봄 꽃잎처럼 세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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