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 상처 없는 무균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상처 없는 친밀한 관계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원래 상처투성이인 인간끼리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이다.
사랑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가 유일하게 믿고 기대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지만 사랑은 결코 믿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사랑을 시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슬픔과 외로움, 미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슬픔과 외로움, 미움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제일 견디기 힘들어하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런 감정들을 반드시 동반한다.
컨버그가 사랑을 못하는 사람들로 꼽은 두 번째 유형은 자아가 탄탄하지 않아서 상당히 충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계성 인격장애' 를 갖고 있는 이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데, 이들의 문제는 가까워지는 것, 즉 친밀감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 이들은 친밀해지게 되면 자신이 상대와 완전히 합쳐져서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한 너무 가까워지게 되면, 자신의 공격적 충동이나 분노, 채워지지 않는 욕구 등이 그대로 튀어나와 상대를 집어삼키려 하고, 이것이 곧 상대와 자신을 모두 파괴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위태위태한 외줄타기식 사랑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것은 가까워질 수도 없고 멀어질 수도 없는, 결국은 자신을 파괴하고 마는 불행한 사랑이다.
배고픈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것은 인지 치료이고,
스스로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해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정신분석 치료이다.
정신분석에서 환자를 분석하지 않고 사랑하려고 하면 결국 치료가 파국을 맞이하는 것처럼,
사랑에서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고 치료를 하려 든다면 그 사랑 역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외로움이란 다른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감정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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