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방
- 유진목 -
화분을 키우고 소리 내어 점을 친다 그리하여 당신이 모르는 일을 알게 된다 죽지 않는 법을 익히고 항상 그래왔다 믿는다 맨 처음 식물이 죽던 날 이유를 몰랐다 왜 죽었을까 나 때문일까 죽어가는 식물에게 물을 주고 남은 목을 축이는 일 모자란 햇빛이 그늘을 넓히는 일 밤에는 화분을 옮기고 커튼을 친다 누군가 구둣발로 오줌을 누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오줌 줄기 어떤 노래를 들으면 지린내가 나는 일 귀를 막고 숨을 참는 일 죽는다 안 죽는다 산다 못 산다 병든 잎을 떼어내면서 낮에는 화분을 들고 산책을 한다 맑고 따뜻한 날씨의 감정을 간직하려고 보드라운 구름의 생각을 따르면서 그러다 보면 그늘에서 쉬어가는 일도 그중에 좋아하는 그늘이 생기는 일도 조금 더 자라면 분갈이를 해줄게 봐둔 게 있어 그리고 나도 집을 옮기게 되겠지 발코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죽은 화분을 버리고 돌아오던 날 바로 거기서부터다 나는 당신이 모르는 일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