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오세요
- 박서원 -
무너진 그대로 오세요
난 옆집, 양말이나 뜨며 창밖을 큼큼거리는
고양이 노파가 아니랍니다
그래도 조금은
당신의 기워진 살과 흐르는 얼룩을
체에 거를 줄 알아
비 오는 날 벼락쳐 정전 되어도
창틀 앞 작은 동산 라일락 향기
쟁반에 담아 올릴 수 있답니다
내가 쭉정이로 열병을 앓을 적에
다락방으로 오롯이 모여들던 흰 눈의 빛들
숨을 헐떡거리며 흘린 눈물은 눈물이 아니었지요
참을 수 없으면 참을 수 없는 그대로 오세요
세상은 박제된 독수리나 매랍니다
야단쳐도 모르고
칭찬해도 모르지요
난 기다리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앞치마를 두르고 생선 구워요
산타클로스는 지옥에서조차 버려진 영혼의 굴뚝에만
찾아온다는 걸 아시지요 깨진 그대로 오세요
깨어져서 이를 앙다물게 돼도 그대로 오세요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