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시씹기/시

지평선

지평선

 

 

- 김혜순 -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다시씹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0) 2016.10.05
  (0) 2016.09.30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  (0) 2016.09.27
오늘 나는  (0) 2016.09.27
어떤 나무의 말  (0) 201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