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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씹기/에세이

조은, 조용한 열정 中

 

내겐 언제나 꽃이 지는 것이 충격이 아니었다. 언제나 나는 꽃이 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 꽃이 바로 곧 져야할 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꽃을 피우는 존재들 때문에
한번도 꽃을 매달아본 적 없는 내 삶은 늘 혼란스러웠다.

 
손도 혀처럼 미각을 가지고 있다. 혀보다도 먼저 손이 느끼는 맛이 바로 일차적인 맛이 아니겠는가. 탐스러운 포도송이에서
탱탱한 포도 알갱이를 따낼 때의 감촉, 두 손가락을 이용해 말랑말랑한 인절미를 집을 때의 감촉, 읽고 싶은 책을 집어들
때의 감촉,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감촉 등이야말로 나의 몸이 가장 일차적으로 느끼는 순수한 미각인 것이다.

 

 

 

 

 


 

저작자표시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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