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감기

nest NADA 'Blow spring fever'

바나나색우산 2016. 5. 17. 23:36

2016년 5월 17일

 

 

 nest NADA 도 홍대에서 꼭 한 번 가봐야지 벼르고 있던 곳이다.

 장애인/비장애인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에게, 새들이 알을 깨고 나와 성장하는 둥지(nest)처럼 더 큰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자는 좋은 취지로, 그들에게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여기서의 수익의 60%는  취약계층 문화예술지원에 쓰인다고도 한다. 여기서 락장르 공연이 많았다면 더 진작에 가보게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평가를 보았을 때 사운드도 굉장히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굳이 평일에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떤 공연들이 있나 라인업을 보다가 오늘 무리되더라도 가기로 결심한 것은 김지호 문정후 이 두 명의 뮤지션 때문이었다.

 

 

 

김지호는 처음에 딱 이름보고 '엇 내가 아는 그 김지호가 맞나?' 생각했다. 무려 2009년도에 스타킹에서 보았던 김지호군을 기억한다. 시각장애인이지만 멋진 목소리에 노래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유명해졌었는데 이후에 '블루오션' 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듣고 노래를 찾아듣기도 했었다. 특히 '다만'이라는 노래를 많이 좋아했었다. 김지호군이 스타킹에 나올 때마다 마음 깊이 응원했었고 노래부르는 것을 볼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그가 이 홍대의 nest NADA에서 공연을 해오고 있었다니! 그 이름이 반갑기도 하면서 기뻤다. 그 후로 이렇게 활동을 해올 수 있는 환경이 그에게 계속 있어주었구나 하는 사실에 무엇보다 감사하면서.

 

 

 

 문정후는 미리 검색해봤다가, 뷰렛이라는 밴드의 보컬이었던 문혜원씨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환호했다. 뷰렛의 노래 중 '오늘 밤은 잠든 후에도 곁에 있어줘' 와 '거짓말' 을 너무 좋아해서 한동안 노래방에서 많이 부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뷰렛을 본 적은 없지만,  파워풀한 가창력과 시원시원한 고음의 보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밴드 뷰렛을 벗어나 혼자 활동을 하시고 계신 것 같았다. 오늘 nest NADA에 가면 이 분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니, 안갈 수가 없없다.

 

 

 공연시작은 8PM, 입장은 7:30PM부터였고 입장료 만원에 추가로 drink 하나씩 주문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홍대 공연 어디를 갈 때나 느끼지만 2-3시간 가까이 되는 라이브공연을 1~2만원 선에서 즐길 수 있다는게, 진짜 감사할만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몇 번 콘서트를 가보았는데 뒷좌석이라도 대부분 5만원은 기본으로 넘기는데다가, 앞좌석이어봤자 이렇게 홍대에서의 공연처럼 뮤지션과 가깝게 가서 들을 수 없다. 홍대 라이브 공연장들은 정말 내겐 천국.

 평일이라 그런지 처음 들어갔을 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나중엔 가득 찼다. 테이블마다 의자 두 개정도씩 놓여있고, 맨 왼쪽은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라고 따로 마련되어있었다. 까페언플러그드에서도 어쿠스틱한 공연을 많이 하는데, 거긴 테이블없이 의자만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좀 불편했었는데 nest NADA는 그렇지 않은 면이 좋았다. 차분하고 깔끔하면서 아늑한 느낌의 공연장. 클라우드 한 병을 마시며 공연시작을 기다렸다. 

 첫 순서는 밍지다다!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는데 밍지 & 다다였다. 멜로디언을 무릎 위에 얹고 에그 쉐이커를 흔들며 노래하는 밍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다다. 어쿠스틱 감성 듀오라고 소개했는데, 여자 두 명이기도 하고 예쁜 목소리에 듣기 좋은 화음이 들어가는 노래들이라 옥상달빛 생각도 났다. 어떤 인터뷰를 보니 본인들의 매력을 조금 세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달달하고 감성적인 곡들을 부르는 것이라고 했던데, 내가 보았을 때 이들은 뭔가 20대초반의 나이가 아니라면 따라갈 수 없는 풋풋함의 결정체 느낌이었다. 

 여자 듀오 공연이 처음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 진행과는 남다른 재미가 있었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수다떨 때의 즐거움과 친숙함이 든다고 해야하나. 곡 소개해줄 때에도 재미있고 귀여웠다. '발그레' 라는 곡은 다다가 일하는 까페에 오후 2시반마다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샷 추가해서 먹는 잘생긴 남자가 와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 곡을 만든 후에 더 이상 그 남자가 오지 않는다는 거. 발그레 마음을 눈치챘거나, 2시반에 안오는 걸 보면 취직된 게 아니겠냐는 결론ㅋㅋ 밍지가 자꾸 부제가 '이슬톡톡' 이라고 해서 다다가 술마시고 쓴 노래는 아니라며 덧붙이고ㅎ 이에 대한 다다의 반격이 있었다. '솜사탕' 이라는 노래는 밍지가 좋아하는 블락비 지코에 고백하러 가는 마음을 상상하며 썼다는 폭로ㅋㅋ 귀여웠다. 썸타는 여자 이야기를 다룬 '아는 오빠' 라는 노래 실제 음원엔 남자목소리도 나오는데 정말 그 분 목소리만 미남이라고 이야기하고ㅎ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노래를 들으니 더 가사를 듣게 되는 것도 있다. 가사가 대부분 귀엽고 솔직하고 풋풋한 느낌. 예뻐해줘, 발그레, 솜사탕, 안녕해우리(?), 라디의 i'm in love 커버곡, 아는오빠, 달아요 등을 불러주었는데 '예뻐해줘'랑 '달아요' 멜로디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밍지다다 둘 다 정말 풋풋 산뜻해서 계속 미소를 띄고 본 듯. 귀엽고 달달한 노래들에 동화되다가 갑자기 연애까지 하고 싶어질 뻔했다는.

 

 두 번째 순서, 싱어송라이터 도마! 사실 처음 nest NADA에 들어와서 이들을 봤는데 뮤지션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무엇보다 도마라는 분이 너무 어려보이고 귀여워서? 자신이 도마를 좋아해서 계속 그런 닉네임을 쓰다가 뮤지션 활동 이름도 도마라고 정했다고 한다. 정확히는 부엌에 있는 나무 재질 도마를 생각한 거라며ㅎㅎ

 반전은 도마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허스키한 느낌도 있으면서 편안하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차분하다. '너무 좋아', 친구랑 싸우고 나서 만들어 들려주었다는 '사실은 아무 생각 없었어' 자신에게 필요한 것 같은 노래라는 '소녀와 화분', 'is this love?', 바람둥이를 이야기하는 노래 '휘파람' 등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마지막에 했던 '황제펭귄이 겨울을 나는 법'이었다! 이 노래에서 '토실토실한 엉덩이로 이겨낼 수 있어'라는 가사가 너무 귀여웠고, 펭귄이 뒤뚱뒤뚱 걷는듯한 느낌을 만든 것 같은 기타연주방법도 재미있었다. 도마가 황제펭귄을 너무 좋아해서 황제펭귄에 관한 모든 다큐를 섭렵했다는 자랑도 하고(이것도 귀여웠다ㅋㅋ). 도마의 매력은 꾸밈없는 느낌, 목소리, 분위기인 것 같다. 연주와 도마가 노래를 부르는 방식 모두 화려하지 않은데도, 노래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앞에 밍지다다가 화음까지 넣어 부르는 걸 듣다가 혼자 부르는 걸 듣는데도 부족함없게 느껴지고. 특히 내가 듣기엔 저음으로 읊조리는 듯이 부르는 부분들이 매력적이었다. 옆에서 일렉을 치는 사람은 도마보다 오빠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고등학교 후배이고, 밥이라도 사주고 조금씩이라도 연주비를 주며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ㅎㅎ 그나저나 도마는 숏컷이라서 귀여운 소년 느낌이 나는거지 머리 길면 정말 예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진짜!

 

 세 번째, 내가 가장 기다렸던 김지호군! 누구나 마찬가지의 마음이겠지만, 우리보다 불편한 삶을 사는만큼 더 응원하게 된다. 난 예전부터 왜 그렇게 지호군만 보면 가슴이 아리는지 오늘도 입구에서 들어오는 걸 볼 때부터 그랬다. 동정같은 마음보다는 대견함이라고 해야하나. 그의 앞에서 다 갖추고도 불평하며 사는 내가 부끄러워지면서도, 지호군이 내가 스타킹에서 본 후로도 계속 노래를 불러오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맙고 감동인 느낌. nest NADA에서 그가 편히 이동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게 도와주는 직원분들 너무 예뻐보였다. nest NADA 자주 와야지! 다시 한 번 드는 마음.

 지호군은 내가 TV에서 보고 기억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그 때보다 더 다양한 노래를 하고, 잘 하고, 건반까지 잘 친다. 건반을 칠 때에는 튀어나온 검은 건반을 만져가며 파악해서 치는 것처럼 보였다. 맨 처음 시작할 때 스승의 날 노래 멜로디를 연주했는데 일부러 그런 것인지, 정확히 치기 위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박자를 약간 밀기도 하면서 치는 게 더 듣기 좋고 멋있었다. 그 다음에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커버곡을 하고,(이 노래를 만든 분이 자신을 가르쳐주셨던 스승님이셔서 스승의 노래를 앞에 연주했다고 한다) love 가 들어간 제목의 곡과,  내가 제일 좋아했던 지호군의 곡 '다만', 그밖에 'beautiful voice', 'never ending story' 커버곡, '걱정말아요 그대' 커버곡으로 마무리했다.

 

 아.... 여기서 꼭 써야하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 nest NADA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바로 암전공연!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게 감각의 부재가 아니라 감각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nest NADA에서 해오는 공연이라고 한다.(여기 이렇게까지 멋진 곳이었어?!!) 여러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지호군의 말로 시작되었다. 자신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늘 깜깜한 세상을 살아왔지만 그 안에서 늘 노래를 하고 건반을 치고 있다고- 같이 그 느낌을 공유해보자고. 그리고 정말 모든 불이 꺼졌다. 핸드폰도 카메라도 작은 불빛도 다 새어나올 수 없게 했다. 눈을 크게 떠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이 되었다. 무대위에 오랫동안 켜져있었던 전등 약간의 불빛 잔재정도만 느껴질 뿐.

 그 어둠속에서 지호군이 시작한 노래는 부활의 곡 never ending story 였다. 사실 이 곡 자체는 워낙 유명해서 익숙할뿐 내가 특별히 애정하는 노래는 아니다. 하지만 그 어둠속에서 지호군이 치는 건반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눈물이 흘러버렸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닦아내면 또 주르륵, 노래 중반에 갈 때까지 매운 거라도 들어간 것처럼 계속 눈물이 흘러내려서 닦기 바빴다. 그런 내 모습이 안보이게 어둠속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뭐라고 표현해야하지. 정말 택도없는 오만일지 모르지만, 그 암전시간동안 잠시라도 지호군의 세상이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정말 5분도 안되는, 음악 한 곡의 시간만큼일뿐이었지만.

 물론 종종 깜깜한 곳에 들어간 경험도 있고, 눈을 감으면 늘 볼 수 있는 게 깜깜한 세상이기도 하다. 언제였나 시각장애인의 삶을 느껴보겠다며 눈을 감고 손을 더듬거리며 생활해보려는 시도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느끼는 깜깜한 세상이란 진짜와 다르다. 정말 다르다. 그런 것들은 사실 다 가짜나 마찬가지다. 내가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감고 느껴지는 어둠은 진짜 어둠이 아니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그게 진짜 어둠이다. 

 모든 불이 꺼지자 nest NADA가 그런 공간이 되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까지가 어떤 공간이지 전혀 가늠되지 않는 깜깜함 자체였다. 그 안에서 지호군의 연주가 들리는 것이다. 지금 생각만해도 또 그 때의 느낌에 울컥하려고 한다. 그의 세상이 갑자기 덮치듯이 와닿는것이다. 불이 꺼지기 전까지도 그는 계속 이 어둠속에서 연주하고 있었다는 게. 평생이 그렇다는 게. 여기가 어딘지 누구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캄캄함에 둘러싸인 채 들리는 음악이라는 것이 낯설어서였을까. 나는 그 때 계속 흐르던 눈물의 종류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슬픔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슬퍼진 건, 노래 후반부에 들어갈 즈음 우리 눈의 어쩔 수 없는 암적응 때문에 조금씩 어둠 속에서 형태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였다- 모든 불을 차단하고 있는데도 '볼 수 있는 눈' 이 있는 우리는 결국 그와 같아져볼 수 없는 거구나. 뭔가 필사적으로 그가 어둠속에서 덜 외롭게, 우리가 다같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끔 해주고 싶었다. 지호군이 Never ending story를 다같이 부르자고 해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다들 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박자에 맞추어서 박수를 치자고 할 때에도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박수는 끊기지 않았다. 나도 물론 손이 빨개질 정도로 쳤다. 우리가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것도 표정도 볼 수 없는 그에게 유일하게 우리의 존재와 마음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소리이니까. 자신의 공연이 끝난 후 마지막 공연까지 다 보고갔는데, 그 때 앉아있는 지호군을 보며 옆에 앉아서 어깨를 맞대고 있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이 nest NADA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그 어둠속에서 존재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 그의 삶을 동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눈이 잘 보이는 사람들보다도 더 멋지게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니까. 그리고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보이지 않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위험들 앞에서는 도와주고 지켜주고 싶다. 그의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천상의 목소리도.

 

 그런 감동을 넘어 다음 순서, 문정후씨는 환호를 받으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주셨다. 뷰렛 때부터 팬이었는지 공연 소식을 듣고 따라다니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다. 결혼하셨는데도 정말 예쁘시고, 여성스러워보이면서도 파워풀한 가창력이 있어서 자우림이 생각났다.

프랑켄슈타인,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커버곡, 하얀 눈이 와, 유하, 거짓말, 오늘 밤 결혼해줘 등을 부르시고 앵콜곡으로 좋아하신다는 팝송까지 불러주셨다. 재미있는 건 유하라는 곡 안에 가사가 '침대 위에 너' 그런 내용이 있어서 야한 노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지인의 아기 돌잔치를 위해 만든 노래이며, 유하는 아기 이름이라고 한다. 정말 제대로 된 반전이었다. 돌잔치 노래일줄이야. 나중에 여기 계신 분들 중 아기 돌잔치하게 되면 노래 제목만 바꿔서 불러주시겠다고 하셨다ㅋㅋ

 역시나 시원시원한 고음에 nest NADA 를 통째로 삼킬듯한 가창력 포스. 라이브 하나하나가 앨범 음원보다 더 명곡처럼 들렸다. 제일 좋았던 것은, 앞에서 한 것처럼 문정후씨도 한 번을 암전공연으로 했는데 그 때 곡이 딱 '거짓말' 이었던 것이다. 내가 뷰렛을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노래방에서 자주 불렀던, 심지어 밴드 뷰렛일 때의 노래이기 때문에 신나는 버전으로만 들어봤었는데 원래는 슬픈 가사 노래라서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감정을 담아 부르셨다. 어둠속에서 거짓말 첫 부분을 부르시는데 나도 모르게 놀라서 '대박'이라고 소리낼뻔했다. 어둠 속에서의 연주 시도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노래까지 잘하시면서 기타연주까지 하시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지호군과 같이 그렇게 한 번 더 듣고 있다는 게 좋았다. 멋지시다. 의도치않으신 레파토리도 있었다. 지금은 결혼하셨지만 '하얀 눈이 와'라는 노래와 '거짓말' 두 곡 다 결혼 전에 만났던 남자들과의 이별이 담긴 노래들이고, 그러고선 마무리는 '오늘 밤 결혼해줘' 라는ㅎㅎ 뭔가 러브스토리 뮤지컬처럼 되었다며 다음엔 아예 그렇게 꾸며봐야겠다고.

 

 한 뮤지션당 30분정도씩 공연한다고 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 어느덧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뮤지션들 가는 모습도 다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급하게 빠져나왔다. 락장르만 듣다가 오랜만에 감성충전. 정말 어쩜 그렇게 모든 뮤지션들의 음악이 각각 다르면서도 좋은건지. 마음같아선 앨범도 다 사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재정이 풍족해지면... 하고 지금은 공연장에서 열심히 듣고 열심히 좋아하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오늘 무엇보다 암전공연에 감사했고, nest NADA 와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