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감기

살롱 노마드 '봄내음'

바나나색우산 2016. 5. 9. 00:31

2016년 5월 8일

 

 

처음 맛보았었던 데드락 맛에 혹해서 아직 안가본 공연장이 많은데도 두 번째 찾은 살롱 노마드.

 지난 번엔 제대로 못찍었던 입구 사진.

 6:30pm 공연 시작이라서 그 전까지 있을 까페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살롱 노마드 앞에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가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Peter cat (피터캣) 이라는 까페.

 앞으로 이 근처 오면 무조건 여기 오기로.

 사진은 못찍어왔지만, 다음에 가면 찍어야지.

 북까페라서 책도 많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글 작업  

 하기도 좋았다. 거기다가 칵테일도 파는데,

 깔루아 스파클링 워터- 맛있었다! 

 오늘 살롱노마드 공연 라인업은,

 

 

이렇게 되어있었는데 중간에 밴드 콜록(colloc) 순서에 해쉬라고 소개하길래, 라인업 변경이 된건가 했더니 작년 11월부터 밴드 이름이 hash 해쉬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공연순서는 김영규 - 모노패스 - 빛과소음 - 해쉬 - 리메인즈!!

사실 이 곳의 데드락뿐만이 아니라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까페 분위기보다는 이런 아지트같은 분위기가 내 취향.

 첫 순서 싱어송라이터 김영규님. 겉으로 봐도 차분해 보이셨는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음악을 들려주셨다.

 편한 멜로디에 의미있고 잘 들리는 가사들. 오랜만에 아쿠스틱한 기타 소리 들으니까 또 좋더라.

 내가 처음 살롱 노마드에 왔을 땐 완전히 락공연만 봤기 때문에 조용한 느낌이 상상이 잘 안가서 이 곳에서의 아쿠스틱한 공연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또 잘 어울리고 분위기가 좋았다. 

 바람. 어제만 보다가. 흙길. 한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나비. 이렇게 다섯 곡 불러주셨는데 듣고 있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 김영규님 목소리도 가사들도 서정적이고 착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그 중에 '한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자신이 한 치도 자라지 않은 것을 느끼고 썼던 거라고 하셨는데- 그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너를 내가 키울 수는 없으며 찬물에서 같이 놀자고 말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를 어떻게 바꿔보려 하거나 싸우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가기로 하는 마음.  그 가사가 정신과적인 표현이랑 잘 맞아떨어져서 끄덕거렸다. 트라우마에 의해 성장이 멈춘 아이가 내면에 있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 아이는 가사에서 말하듯이 어떻게 바꾸거나 부정할 필요 없이 끌어안고 가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영규님의 노래들은, 루시드폴의 곡들처럼 차분하게 또 들어보고 싶은 노래들이었다.

 다음은 모노패스. 밴드사운드이긴 하지만 차분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노래들이었다. 무엇보다 보컬 목소리가 매력적. 부드럽고 중성적 느낌이면서도 감미롭고 살짝 허스키하기도 했다. 한동안 계속 어쿠스틱한 공연을 하다가 몇 년만에 밴드로 공연하는 거라고 즐거워 하셨다. 할로윈. 발릿. 바람. 마술사. 콜드. 게으름. 이렇게 공연:)

 재밌었던 건, 노래 제목들이 만들어진 스토리. 첫 곡을 먼저 부르고 노래 제목이 '할로윈'이라고 나중에 알려주셨는데. 뭔가 가사랑 매치가 잘 안되는 느낌이 있다 생각했더니만 만들고 나서 제목을 뭘로 할지 고민하다가 할로윈날 만든 노래라 할로윈이라고 한거라는ㅋㅋ  그리고 '바람'이라는 노래는, 앞에 김영규님 곡과 같은 바람이 아니라 '바람피다'의 바람이라며, 그래서 자신들은 발암이라고도 생각했다고ㅎㅎ 다음 노래 제목 마술사도 가사 중에 마술사가 들어가서 제목이 마술사라고 하시고ㅋㅋ 그 다음에 콜드 부르고 게으름이라는 노래로 마쳤는데, 리더분께서 멘트 마무리하기 전에 조세호씨 안왔냐는 드립을 치셔서 한번 더 빵터졌다. 가사가 잘 들려서 좋았고, 보컬 목소리가 끌고 가는 이 밴드 곡들의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세 번째 순서는 4인조 록밴드 빛과 소음. 곡 제목을 일일이 소개해주시진 않고 공연이 연주 위주였어서, 곡 제목은 'airplane'과, 집 앞에 사는 무당이 늘 부르던 노래를 곡으로 만들었다는 '무당'만 기억난다. 이 무당을 공연하고 나면 혼이 빠져나갔다가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진짜 연주할 때 그런 느낌이 났다 신들린 연주ㅋㅋ 가사가 잘 안들렸지만 빛과 소음의 곡들은 화려한 밴드사운드 듣는 것만으로도 들썩거려지고 신났다. 강렬한 에너지 사운드!! 알고보니 헬로루키 수상경력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밴드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음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듣기 좋은 소음같은 곡들이랄까. 어버이날인데 효도 안하고 여기서 뭐하냐고 하셨다ㅋㅋ 그러게요.

 네 번째, hash!! 사진이 흔들렸지만 절대 내 손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이분들이 얼마나 역동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사진. 자신들 음악은 앞에까지 분위기보다 막 달리는 음악이라고 소개하며 시작했는데, 정말 그렇구나- 싶더니 그것도 아직 제일 얌전한 곡들만 한 거라고 하셨다. 진짜 가사도 필요없이 연주 자체로 탄성이 나온다! 클럽이었으면 같이 머리 흔들며 뛰었을 분위기의 곡들. slow down, memoris, 중독 이런 곡들이 있었는데 중독이라는 곡은 정말 막달려보자 연주의 정점이었던 듯! 사운드 너무 신나! 마지막엔 knocking on heaven's door 를 불렀는데 보컬분 샤우팅도 대단했다! 고음폭발! 따라부르라고 하면서 엄청 높은 음으로 부르셔서 따라하기 불가능ㅋㅋ   

 마지막 순서는 3인조 밴드 리메인즈였다! 특이한 것은 기타 없이 보컬, 드럼, 건반으로만 이루어져있다는 거.

 곡들은 Dear Saint, She She, 사랑에 빠진 순간, 다가와, 궁금해, 아벨! 솔직히 노래가 기대보다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곡 분위기가 대중적인 느낌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힙합스러운(즉 랩이 들어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곡도 있고 락스러운 곡도 있었다. 보컬 목소리도 파워 있으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고, k팝스타에 나왔던 정진우 느낌이 들기도 하고 노래 스타일이 자이언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랑 고백하기 좋은 가사들도 있는 반면 힘든 시기에 힘이 되는 노래로 만들었다는 아벨도 좋았다. 기타 소리만 듣다가 건반과 드럼이 메인이 되니까 아이돌밴드 노래처럼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노래들이 다 좋아서 다른 친구에게도 추천해주었음.

 

 오늘 살롱노마드 공연은 다양한 장르 다양한 분위기 곡들을 다 들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런 퀄리티의 즐거움이 고작 15000원으로 가능하다니! 맛있는 거 먹고싶은 유혹 몇 번 참아서라도 더 와야지 싶다.

 이렇게 이번 주 일요일 밤도 행복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