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中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상실한 대상에게 사로잡힌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어느 지점에 이르면 그리움은 과거와의 싸움으로 변한다. 우리는 기어이 상실의 공간, 죽음의 장소에 갇히고 만다.
정신분석은 늘 '지금 이곳'을 강조한다. 그 단어 속에는 과거나 미래에 살지 말라는 경고뿐 아니라, 현실 너머를 꿈꾸지 말라는 의미도 들어 있을 것이다. 환상은 의존성이나 나르시시즘처럼 성장하면서 버려야 하는 생존법이다. 그러지 않으면 외부 현실을 인식하는 눈을 갖지 못하게 되어 허공에서 비둘기를 꺼내고자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언제나 유한성을 전제로 하듯이, 상실한 것은 늘 더 미화되고 이상화된다. 잃은 대상에 분노가 투사되면 상대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과 반대로 잃은 대상에게 나르시시즘이 투사되면 대상을 미화하거나 이상화하게 된다. 슬퍼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상실감을 보상받고자 하는 의도이다.
상상력과 환상을 동원하여 잃은 대상을 찾아다니다가, 멀리서 찾던 행위를 모두 중단한 채 그것을 내면에 간직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미화 작용이 일어난다. 내면에 영구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크리스탈이나 금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상, 환상, 미화, 이상화의 단계를 모두 밟아가며 작동해온 마음 작용이 총체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에서 승화 작업이 이루어진다. 잃은 것을 되살리려는 마음을 넘어, 잃은 것을 스스로 창조해내려는 마음이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한층 아름답고 소중한 것으로 창조함으로써 당사자는 상실으로부터 살아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