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씹기/정신의학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中
바나나색우산
2016. 4. 6. 17:35
뇌촬영을 통한 연구결과,
내가 다른 이들로부터 배제당하는 경험은 뜨거운 것에 데거나
날카로운 흉기에 찔릴 때 느끼는 물리적 통증과 똑같답니다.
실제로 암환자가 자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타의든 자의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차단적일 수밖에 없는
AIDS환자나 심각한 피부질환자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제외된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그 말에 절절이 공감하지만,
사람들과 최소한의 관계조차 포기하고 살라는 것은
산소 없이 적당하게 잘 살아보라는 주문과 비슷합니다.
관계중독증 수준이 아닌 한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생존을 위한 본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