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색우산 2017. 3. 22. 11:02

소금

 

- 장석주 -

 

 

 

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마냥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이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한 끝에 생긴

저 단단하 물의 흰 뼈들

저 벌판에 낭자한 물의 흰 피들


염전이 익히는 물의 석류를 보며

비로소 고백한다, 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아주 오래 깊이 아파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