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씹기/시

모른다

바나나색우산 2017. 3. 16. 23:04

모른다

 

- 김소연 -

 

 

 

꽃들이 지는 것은 
안 보는 편이 좋다 
궁둥이에 꽃가루를 묻힌 
나비들의 노고가 다했으므로 
외로운 것이 나비임을 
알 필요는 없으므로  

하늘에서 비가 오면 
돌들도 운다 
꽃잎이 진다고 
시끄럽게 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대화의 너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발화할 때 
그 말이 어디에서 발성되는지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는 모른다 
계절 너머에서 준비 중인 
폭풍의 위험수치생성값을 
모르니까 쓴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