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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FF 'Wonderwall'

바나나색우산 2016. 6. 4. 23:58

2016년 6월 4일

 

 

 못갈 뻔하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녁 내내 쓸 시간이 생겨서 오랜만에 보러갈 수 있게 된 보인키 공연. 오랜만이라고 말하기도 웃긴 게 사실 라이브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건데, 지난번에 처음 보고 나서 보인키노래를 하도 듣고 트위터로 소식도 다 들으니 마치 엄청 잘 아는 밴드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최근에 멤버 교체도 있었고 밴드 내부사정으로 힘든 일도 있었던 것 같던데, 오늘 베이스 김영재군이 보인키 정식 멤버로 무대에 오르는 첫 날이라고도 해서 더 즐기고 응원해주고 싶기도 했다. 요즘 별로인 기분에 미치게 신날 것도 필요했고.

 

 사실 오늘 라인업이 총 8밴드나 되고 시간이 될지, 갈지 말지 고민을 좀 했었는데 역시 공연 시작되면서부터는 후회라는 말과 멀어졌다.

 

 공연 순서는, 이안소프-롱디-조문근밴드-뷰티핸섬-환상약국-보이즈인더키친-미내리-유즈드카세트 였다. 지난번에도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마지막 순서였던 ABTB를 못보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즈드카세트는 못보고 나오지 싶었다.

 마음같아선 저 라인업 밴드들 모두 노래를 들어보고 자세히 알아보고 가고 싶었지만 대부분이 낯선 밴드라 너무 많아서 대충 어떤 음악을 하는 어떤 밴드인지 검색만 하고 갔다.

 

 

 이미 입구는 많이 찍었어서 지하로 내려가기 전 공간을 찍고.

 

오늘은 일단 4시간 넘게 서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앞테이블에 자리를 맡아 앉았다.

 

 오늘 워낙 라인업 좋은 공연들이 많아서 그런지, 지난 번에 왔을 땐 줄서서 들어갔는데 오늘은 공연시작 10분전인데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벽에는 여러 인디밴드들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다.

 

 이번에도 티켓팅하면서 받은 free drink 쿠폰 4000원. 매번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15000원에 4시간 넘는 인디밴드 라이브 공연을 free drink 까지 더해서 볼 수 있다는 것, 정말 말도 안되는 행복값인 것 같다!!

 

 

 

 

 그리고 6:30pm이 되어 시작한 첫 순서, 이안소프! 이안소프는 미리 검색해볼 때에도 많이 나오질 않던 걸로 봐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기타 두 명과 드럼 한 명 3인조였는데, 기타 두 명이 다 보컬을 한다.

 아쉬웠던 건 곡 제목들을 모르고 가사도 영어였는데, 곡 소개를 해주지 않아서 나중에 찾아보기가 애매한 것. 보통 곡소개를 안해주면 가사를 기억하거나 해서 찾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안소프를 검색해도 수영선수만 나오길래 페북, 트위터 등을 찾아봤는데 자세한 프로필도 못찾았다. 썬글라스 낀 분(이렇게 지칭해서 죄송하지만)이 제일 멘트를 많이 하셨는데, 사실 멘트라고 해도 '이안 소프'라고 밴드 이름을 몇 번이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일단 이름만큼은 확실히 박아두자는 것일 수도ㅎ 가사는 모르겠어도 곡들은 다 듣기 좋았다!

     

 그 썬글라스를 수면제 먹고 주무셨다가 지금 잠이 덜 깬 상태라서 끼고 오셨다고 한다. 실제 얼굴을 못봐서 모르겠는데, 앞머리 스타일에다 썬글라스까지 끼니까 응답하라 1988에서 춤추던 동룡이(이동휘)가 생각났다. 나만 그런가ㅎㅎ

 그리고 정규앨범이 내년에 나올거라고 하니 곧 나오는 줄 알고 사람들이 '오오-' 기대반응을 했는데 그게 내년 중에도 내년 말이라고..ㅋㅋ 다음에는 곡 이름들도 다 소개해주셨으면 좋겠다~ 밴드이름 이안소프도 왜 이안소프인지 궁금.

 

 두 번째 순서, 롱디!(Long:D) 팀명이 장거리연애를 흔히 말하는 그 '롱디'가 맞다고 한다. 롱디 음악은 미리 찾아보았을 때 꽤 나오는 정보가 많았다. 평가도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 좋다는 게 많았고. 검색했을 땐 두 명만 나왔었는데 오늘 무대엔 5명으로 이루어진 밴드였다! 재즈팝듀오라고 소개하셨다. 클럽공연은 거의 두 달만이라고 한다.

 롱디는 정말 공연 또 보고 싶은 밴드다.(폰부스 보려고 예매했던 클럽타 공연에 롱디도 라인업에 있다는 걸 늦게 발견했다, 어예!!) 단순히 노래 하나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들의 공연 자체에 즐겁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보컬부터가 정말 유쾌한 분이기도 했고,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아서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첫 곡은 '취향수집'이었고 다음은 'Do you' , 그 다음은 '택시 드라이버' 였는데 택시 드라이버라는 곡에 한 때 내가 너무 좋아했던 브루노마스의 treasure 를 섞어서 하는 거. 진짜 너무 좋아서 소리 질렀다. 진짜진짜 좋았음. 또 듣고 싶게.

 그리고 나서 멤버들 소개를 한 명씩 했는데, 한민세씨가 마침 오늘 생일이라고 해서 다같이 생일축하노래도 불렀다. 훈훈하고 즐거움. 그 다음 곡은 '야간주행' 이라는 곡. 사실 개인적으로 연애*사랑에 대한 감성이 워낙 부족해서 로맨틱하거나 애정 감성 가사의 곡들을 그리 취향삼지 않는다. 롱디의 곡들도 목소리와 멜로디는 좋은데, 남녀 사랑 이야기들 자체는 내겐 공감도 어렵고 귀간지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 롱디 곡들 중에 제일 가사가 좋았던 게 이 곡이었다.

우리 오래가자 우리 오래가자 보여주고 싶은 별들이 아직 많이 있으니까

우리 오래가자 우리 오래가자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이 곡 끝나고 보컬이 '우리 오래 가요' 라고 말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 곡이었던 '따뜻해줘' 는 내 마음 얼었던 일부까지 녹일듯한 가사였다. 평소엔 뻔하게 따뜻하게 위로하는 가사들이 내 마음에 닿지 않고 튕겨져나가기 일쑤였는데, 롱디 곡들은 따뜻한데도 억지스럽지 않게 마음에 닿는 게 느껴졌다. 보컬 목소리가 따뜻해서인지 이 밴드가 따뜻해서인지 곡이 따뜻해서인지. 다인가. 롱디 곡들을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이해되던.

네가 나를 안아줬을 때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걸 알았어

내 속에 담아둔 말들 이제 모두 다 상관없어 너만 있다면 난 약하지 않아 

따뜻해줘 언제나 그 눈빛으로 바라봐줘 내게 확신을 줘
따뜻해줘 식어 버리지 말고 지금처럼 따뜻하게 대해줘 얼어 붙어 버린 이 지구에 마지막 남은 내 편이 돼줘

  몰랐는데 보컬 민샥이라는 분이, Mnet 보이스코리아 시즌2에 출연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민샥의 영상을 보고 한민세씨가 SNS상으로 연락을 하면서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는. 보이스코리아 나왔었던 얘기 하시면서 지금 그 때보다 살이 10kg쪄서 아무리 찾아도 자기 못찾을거라고ㅎㅎ 그래서 헬스도 끊었는데 오늘은 주말이니 먹기로 했다며 말씀하시는데 귀여웠다. 보컬분이 말씀을 재미있게 잘하신다. 다른 데서 MC인줄 알기도 한다고ㅋㅋ 모자 쓰고 계셔서 몰랐는데, 빡빡이라고 본인이 말씀하시면서 남들은 빡빡이면 시원할 줄 아는데 사실 땀 엄청 많이 난다고, 오늘도 더워서 힘드셨다면서 다음에 마니또처럼 손수건을 부탁드리겠다며 웃는데 진짜 갖다주고 싶은 심정이 들더라.(다음 클럽타에 가져다드릴까ㅎㅎ) 

 또 재밌었던 게, 최근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운을 떼서 아 미술을 취미로 하시나 싶었더니, 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양 팔에 타투를 보여줌ㅋㅋ 심지어 인어공주 좋아해서 했는데 예쁘지 않냐 하시면서 다음엔 뽀로로를 그려오겠다고 하셨다. 기대해도 되나ㅋㅋ 보통 머리 빡빡이에 문신한 사람들을 무서운 줄 아는데 오히려 자기같은 사람이 진짜 순하고 착하고, 착하게 생기고 뿔테 낀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더 무서운 사람 많다고- 그러시는데 인정. 솔직히 보컬분 처음 등장했을 때 인상에서는 포스있게 느끼긴 했었다. 노래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들으며 동네 오빠였으면 좋겠는~ 완전 반대의 느낌으로 바뀌었지만.

 사람들 다같이 롱디의 분위기에 동화되어서, 진짜 열심히 떼창. 마지막까지 다같이 따라하고 즐겼다. 따뜻하고 즐거운 공연 너무 고마웠던 롱디. 다음 클럽타 공연에서 또 봐요.

 

 다음 순서는 조문근밴드!! 조문근씨는 슈퍼스타K 1에서 준우승했어서 워낙 유명하시기 때문에 등장할 때부터 환호받았다. 사실 조문근씨가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됐었는데, 탑밴드 프로그램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길래 별 기대를 안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보며 완전 반전!! 조문근밴드 진짜 너무너무 기대보다 훨씬 많이 좋았다. 뒤로 가선 거의 조문근밴드 단독콘서트다 싶을 정도로 다같이 빠져들었다.

 조문근씨가 이렇게 락스타일 보컬이었는지도 몰랐고, 조문근밴드의 음악들도 다 같이 소리지르며 엄청 스트레스 날릴 수 있는 시원시원한 곡들이었다. 나중에 음원으로 들어보니 공연에서 느꼈던 것보다 너무 차분해서, 조문근밴드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조건 라이브공연을 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스케에서도 했었던 조문근씨의 특기 젬배연주를 두번째 곡 '맨발의 청춘'에서 했는데 완전 파워풀 멋짐. 열정적으로 몰입해있는 남자를 멋있고 섹시하다고 표현하는 그게 딱 어울렸던 모습! 

 '돈 한푼 없어도 우린 맨발의 청춘 비포장도로를 걸어도 맨발의 청춘' 다같이 떼창하는 거 너무 막 신나고. 흥돋아서 진짜 못봤으면 후회했을만한 공연이었다.

 

원래 흥을 절정으로 올려놓은 두 번째 곡 다음에 떼창이 이어지는 세 번째 곡을 바로 이어야했는데, 기타줄이 끊어지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생겼다. 그 덕분에(?) 조문근님이 맥주 한 잔을 받으시고 원래 말 별로 안하고 노래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다며 뭘할까 하시더니, 즉흥적으로 셋리스트에 없던 2NE1의 'lonely'를 불러주셨는데 이것도 너무 좋았음.

 역시 조문근씨 노래를 정말정말 잘하신다. 앞에 롱디 보컬도 노래 진짜 잘한다며 감탄했는데, 진짜 우리나라엔 노래를 정말 잘하는 사람들 천지인 것 같다.

 

 기타줄 교체가 된 후 세 번째 곡이 이어졌는데 '맨발의 청춘' 만큼 소리지르며 함께하는 떼창이 신나는, '비포장도로'라는 곡이었다. 한번도 고개숙인 적 없어! 를 함께 소리치는 거였는데 진짜 관객들 함께 목터지게 따라부름. 다같이 소리지르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음원에선 이 떼창부분을 저음 멜로디로 부르던데, 이건 진짜 다같이 소리질러야 하는 라이브공연 적합형 파트다. 폰부스의 MAI 2016 만큼이나, 같이 노래하면서 패기와 힘을 솟게 만드는 곡. 밴드 사운드도 완전 폭발하는 곡이었다. 짱짱.

 

 

 그렇게 완전히 우리를 몰입시킨 후, 노래실력과 목소리가 돋보이는 한 곡을 하고 최근 앨범에 실린 곡이라는 '빠담빠담'을 불렀다.(아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제목이다) 그리고 나서 '어쩌라고' 라는 또 한번 함께 할 수 있는 떼창곡!! 어쩌라고 부분을 다같이 속시원하게 외칠 수 있는데 각자 자기가 그 말을 하고싶은 상황을 떠올리며 소리치면 스트레스 풀기 딱이다ㅋㅋ 이 곡을 화려한 드럼연주로 마무리했는데 진짜 클럽 떠나가게 환호받았다. 조문근씨 정리하고 나갈 때까지- 너무 멋졌던 공연! 조문근밴드 공연 또 갈 기회 있으면 꼭 가고싶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해오고 계셨는데 이제야 알았다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네 번째 순서, 뷰티핸섬. 솔직히 조문근밴드가 분위기 엄청 띄워놓고 마무리해서 다음 밴드가 좀 부담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름도 낯설었고, 뷰티핸섬이라니 뭔가 그냥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기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서. 그렇지만 또 반전. 곡들 대부분 사운드 터지는 락 종류였고, 이들만의 매력(특히 보컬)에 새로운 공연 분위기로 또 즐길 수 있었다.

 보컬이 에디전이라는 분이었는데, 한국말을 잘하긴 하는데 억양이 '저 한국어 배웠어요'를 말해주듯 남아있는, 에릭남을 떠올리게 하는 분이었다. 보컬이 고개와 몸을 홱홱 돌려가며 기타를 정말 신나게 연주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타 연주하며 가사가 없어도 혼자 추임새를 넣는데, 멋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너무 신나있는 게 보여서 귀엽달까. 두번째 곡까지 한 후 FF는 역시 늘 반응이 좋다고 키보드멤버가 말씀하셨는데, 꼭 FF가 아니었어도 뷰티핸섬의 이런 공연이라면 반응이 좋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 달에 정규앨범이 나왔다고 한다. 뷰티핸섬이라고 하면 예쁠 것 같지만 오늘만큼은 락킹하겠다며 이어서 한 곡, 'Let's dance' 이 곡을 하며 춤추는데 실제 나이는 모르겠지만 남동생처럼 상큼하고 귀여웠다. 그 다음곡은 'felt like forever'. 이것까지 하고 나서 멘트 거의 없이 달려서인지 마지막곡 해도 시간 여유가 있다며 '앵콜곡' 까지 하기로 급설정ㅋ 그래서 마지막곡이라고 소개를 해도 사람들이 다 좋다고 환호를 했는데, 에디전은 마지막곡인데 좋아하냐고 하면서 바로 관객들의 '아아~~~' 하는 아쉬운 호응을 받고 즐거워하셨다ㅎㅎ 마지막곡은 'I never understood'였는데 무대앞까지 나와서 엄청 화려한 기타연주! 실제 곡 길이도 엄청 긴데 화려한 연주가 포인트같은 곡이었다. 실제로 멤버 모두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는다고 한다. 에디전의 말하는듯한 기타솔로와 각 연주파트들이 적절히 들고 빠지는 편곡으로 멤버들이 연주하며 가장 즐거워하는 곡이라고. 앵콜곡 '너를 좋아하니까'로 끝까지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솔직히 공연보기 전까지 관심이 별로 없던 밴드였는데, 공연 보고 나니 반하게 되던. 오늘 왜 이렇게 라인업이 좋지, 하며 뿌듯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음 '환상약국' 차례가 오자 스탠딩으로 관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예 환상약국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원래 이름이 fantastic drug store 라고 영어이름으로 불렀어서 '판드스'라고 짧게도 부르던데, 한글명으로 밴드이름을 정식으로 바꿨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사실 오늘 가장 멘트없이 곡만 줄기차게 하고 나간 밴드였다. 유명해서 곡도 밴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난 처음 보았기 때문에 어떤 곡인지 누가 누군인지도 잘 알 수가 없었던 단점이.... 아무래도 눈에 띄었던 건, 여자 드럼 멤버!!!!! 멋있다. 여자 드러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이 밴드만큼은 뒷자리를 열심히 봤다. 숏컷 노란 머리도 너무 잘어울리신다. 

 우와 멋있어!!! 

 올해 3월 말에 앨범이 나왔는데, 약 3년의 공백기를 가지고 'fantastic drug store'에서 '환상약국'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한다. 팬들이 얼마나 기다려왔을까ㅎ 그 앨범을 발매하면서 올해 초에 제비다방에서도 공연했었고, 채널 1969에서도 했었던데- 미리 한 번 가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잘 몰랐지그나마 미리 들어봤던 곡들 중에 가사가 기억에 남아서 알았던 곡이 Mr.child 였다. 나중에 기억나는 가사로 찾아보니 B1이란 곡도 있었고, Can't take my eyes off you 라는 곡에서는 팬들이 알아서 외치는 떼창도 있었다. 이 곡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기타연주랑 멜로디도 정말 중독성 있고 보컬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계속 듣게 되는 노래. 주변에 따라부르는 팬들을 보니 나도 이 밴드에 대해 알았으면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졌다. 오늘은 그냥 환상약국을 알게 된 것과 노래가 신나서 즐기는 것에서 만족.

 원래 멘트를 잘 안하는지 아니면 오늘 그런건지 다른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심지어 너무 곡만 줄기차게 달리다가 마지막 곡인데 미리 못 알려줘서, 거의 끝나면서 마지막 곡이었다고 알려주시며 갑작스레 끝나버린ㅋㅋ 집에 돌아와서 환상약국 노래들을 더 찾아 들어봤는데 역시 Can't take eyes off you는 다시 들어도 너무 좋고 Mr.child랑 아저씨, wonder woman 이런 노래들도 좋다. scarlet이라는 노래도 중독성 있고. 다음엔 멘트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라인업이 적은 공연을 가야 되겠지? 다음에 공연 또 가게 되면 앨범  많이 들어보고 가야지.

       

 

 여섯번째 무대, 가장 기다렸던 보인키!!! 지난 보인키공연 볼 때 봤었던 익숙한 얼굴의 소녀팬들이 무대 앞에 쫘르륵 등장했다. 자기 얼굴만한 카메라를 들고ㅎㅎ 이들이 또 보인키공연을 빛내주고 더 띄워줄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반갑기까지 하던.

      

  환상약국 공연 중간에서부터 나도 이미 스탠딩석에 나갔다. 보인키 공연은 무조건 신나게 뛰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왼쪽이 이 공연부터 보인키 정식 멤버로 활동하게 된 김영재군. 그 기념으로 김영재군이 예전에 곡, 연주, 보컬까지 다 해서 발매했던 곡이라는 코로나공방의 사랑공식이라는 곡이 트위터에 올라왔었는데 듣고 의외로(?) 곡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ㅋ 목소리도 좋고 곡 자체도 좋고. 오오~~! 이런 느낌.

  보인키 공연 첫 곡은 토이스토리로 신나게 시작했다. 너무 신기한 게, 보인키를 처음 알았을 땐 진짜 가사가 외계어처럼 들렸었는데 많이 듣다보니 가사가 너무 잘 들린다는 거. 심지어 괜히 더 좋게 들리고 막.

      

     아래는 내 바로 앞쪽에 계셔서 너무 예쁘게 나오신 강성민님. 저 빨간 기타 언제 봐도 예쁘다. 탐나는 기타....

      

   그리고 오늘 정말 신나게 맘껏 뛰논 보인키. 뛸 때마다 거의 무대가 땀인지 먼지인지 뒤덮이는 게 보였다ㅋㅋㅋ 

 토이스토리 다음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텔레비젼 나우까지 하고 나서, 정식멤버가 된 김영재군을 소개했다. 중간중간에 '사랑해호' 외치는 소녀팬들 너무 귀여웠음. 드럼 치는 멤버 이름이 성해호인데 팬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여우 한 곡 더 한 다음에, 현근님이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번에 보인키 드럼이었던 김정훈군이 나가게 되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밴드 내부 사정으로 마음고생을 좀 한 것 같던데- 자세히 사정 말씀은 안하셨지만 그 일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같았다. 어른이 될수록 시간이 다 지나가겠지-하게 된다고. 조금 진지하더니 곧 쑥스러워하면서 벌써 밴드한지 4년째이고 제일 처음 만들었던 곡인 '플라스틱컵'을 하겠다고 이었다. 처음에 멤버들 개별로 사진을 좀 열심히 찍었는데, 그러고나서 결국 핸드폰은 금방 넣었다. 플라스틱컵 다음 곡이 the dancer 였기 때문이다ㅎㅎ

플라스틱컵 하고 난 후에 강성민님도 연주에 집중해야하는데 갑자기 옛날 생각하면서 감성에 젖었다고 말씀하시고-

그렇게 다시 진지해져가려는 분위기에 현근님이 그건 됐고 이제 신나게 뛰어놀자며, 이어진 곡이 the dancer였다.

처음엔 박자만 타다가  the dancer부터는 핸드폰 넣고 신나게 계속 뛰기 시작ㅋㅋ 그러기 전에 찍었던 사진들.

 the dancer는 보인키 공연 셋리스트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곡이다. 어쩌면 팬들도 멤버들도 모두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ㅋㅋ 빠빠빠빠- 떼창하고 너와 나의 연결고리 중간에 외치면서 엄청 신나는. 정말 최고의 떼창곡이라고 생각한다.

 제니도 마찬가지다. 스탠딩석에서 노래 중간에 다같이 앉아있다가 확 뛰어오른 후에 막 달리며 계속 뛰는 부분이 있는데 매번 얼마나 신나는지. 오늘도 진짜 카메라고 뭐고 다 던져놓고 다들 신나게 뛴 것 같다.

 제니까지 이어서 신나게 뛴 후에 현근님이 갑자기 조명 싸이킥이 자기에게 확 쏟아지는데 엄청 어지러웠다며- 그동안 강성민님이 그렇게 얘기하면 나이들어서 그런거라고 얘기했는데 미안하다며 사과하고ㅋㅋㅋ

 라인업 마지막 순서도 아니지만, 안할 수 없는 보인키 앵콜곡! bivo!!!! 앞에 다같이 떼창하는 것 또 너무 신났다.

  흥올라서 무대 앞에 같이 뛰쳐나온 기타 세 명ㅋㅋㅋ 정말 오늘 공연 최고였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느꼈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매번 신나지! 보인키 공연이 끝나니 그 팬들이 다 우르르 나가서 진짜 순식간에 클럽FF 스탠딩석이 썰렁하게 비어버렸다. 보인키가 이번 공연으로 팬들 사랑 듬뿍 느끼며 힘내서, 앞으로도 활동 많이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음 밴드는 미내리였는데 보인키공연이 10:45pm쯤 끝나서 11시까진 있어도 될 것 같아 더 보다가 나왔다.

 밴드 미내리도 소개만 하고 거의 멘트없이 곡만 계속 이어서했는데 어느 새 보니 외국인 관객들이 많이 와있었다.

 이 밴드 사운드는 너무 좋았던 게, 진짜 사운드가 엄청 컸던 거. 사실 웬만해선 이제 큰 사운드에 귀가 익숙해져있었는데 '이런 소리도 더 맞아봐라!' 하면서 소리가 귀를 때리는 느낌으로 그게 간질간질할 정도였다. 

드럼, 베이스, 기타 이렇게 딱 세 명뿐이었는데 어쩜 그런 소리를 내는지 놀라웠다.

       

밴드 미내리 이름이 지명에서 따온 거라고 하길래, 뭔가 조용하고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밴드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완전 에너지 마구마구 뿜어내는 락사운드였다. 외국인들이 무대 앞에까지 나와서 구경하기도.

      

 곡 소개를 안해주셨지만, 사실 필요없이 그냥 사운드만 듣는 걸로도 충분히 신났다. 덕분에 11시 될 때까지 들썩거리면서 엄청난 사운드에 압도당하다가 나왔다. 지금까지 들어본 사운드 데시벨 최고인 것 같다ㅋㅋㅋ

 

 하, 오늘 본 공연이 너무 길었어서 글도 엄청 길어졌다. 사실 늘 이렇게 보고 와서 하나하나 쓰고 좋은 카메라로 찍은 것도 아니지만 남기는 게, 분명히 내게 두고두고 또 열어보고 싶은 추억의 기록이 되고 있다는 마음에서다. 늘 글을 쓰는 것은, 이 세상에 기억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다 기억하지 못하는 망각 본능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 신나게 놀아서 나중에도 안잊을 것 같지만 1년만 좀 지나도 새로운 기억에 의해 이 기억들이 흐릿해질 거라는 것.

 올 해가 내게 특별한만큼, 이 시간들이 다 감사한만큼, 행복한만큼 오늘도 남기며 다시 한 번 즐거워진다.

 오늘 잘 모르고 간 밴드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꺄악 진짜 내 기대보다 훨씬훨~~~씬 라인업 너무 최고였다!!!!!